[사람과 사람들] 숨도 못 쉬고 달리는 청춘, 어디로 가고 있나

문화공간 숨도, 송운석 대표

2019-07-01     양민호

서울 마포구 신수동 31-1. 서강대와 홍익대가 가까이 있고, 연세대와 이화여대도 멀지 않은 곳.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대학 거리에 문화공간 ‘숨도’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부터 청년 불교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전개한다는 문화공간 ‘숨도’에서 송운석 대표를 만났다.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문화공간 숨도는 2011년부터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불교 문화 진흥을 위해 운영해온 곳이다. 불교 문화 운동에 초점을 맞춰 젊은 층에 불교를 전하려고 했으나 그동안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젊은 불교의 활성화를 고민하던 대한불교진흥원에서는 올해 비영리단체 다나 송운석 대표(단국대 교수)에게 문화공간 숨도의 운영을 맡겼다.
“숨도 운영 제의를 받고 비영리법인을 세웠습니다. ‘모두가 다 나다’라는 의미도 있고 산스크리트로 보시라는 의미도 있는 ‘다나’로 이름 지었어요. 대학들과 인접해 있다는 장점을 살려서 청년들에게 이 공간을 함께 공유하고, 불교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송운석 대표가 숨도에서 청년 문화 공간을 구성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현재의 청년들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까?’, ‘청년들은 무엇이 필요할까?’였다. 단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그는 요즘의 청년들이 이전 세대들보다 힘든 시기를 살고 있다고 바라봤다.
“현재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의식 속에 살고 있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각종 기술과 발전에 매몰되어 숨을 못 쉴 지경입니다. 이런 청년들이 앞으로 신문명을 이끌어가 려면 과거의 전통과 연계가 꼭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문화공간 숨도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미래 세대의 만남을 이루고 자유로운 대화가 오가는 공간을 제공하려 합니다.”
문화공간 ‘숨도’에서는 그 이름에 맞게 청년들의 숨 틔움을 목표로 잡고 크게 세 가지 핵심 가치와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유와 관계, 창조를 핵심 가치로 잡은 숨도는 명상 등의 강좌는 물론 대학생 연합법회, 사일런트피크닉, 월간 사람, 소셜 그룹, 다나 프로젝트, 영상 크리에이터, 청년문화기획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일부를 시행 중이다.
그중 몇 차례 진행했던 명상 강좌에서는 명상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청년들은 관심이 있는 만큼 명상을 어렵게 생각했다. 명상에 대한 정보가 그들에게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강좌 이름에 ‘고급’이라는 명칭이 붙었을 때보다 ‘기초’라는 명칭이 붙었을 때 훨씬 많은 인원이 신청했다.
‘사일런트 피크닉’이라는 프로그램은 숨도를 찾는 학생들이 낸 아이디어로 실행된 사업이다. 문명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요즘의 청년들이 문명으로부터 자발적으로 고립되어 보고자 실행한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서로 말도 하지 않으며, 다른 어떤 매체와 접촉하지 않은 채 홀로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사일런트 피크닉’이라는 이름으로 30여 명의 청년이 7시간을 보냈다.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불교를 빼고도 청년들에게 오롯이 나를 느낄 수 있는 체험을 선사했다.


위로, 희망, 행복, 나눔
문화공간 숨도가 전하고 싶은 것들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느꼈지만,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불교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심이 있지만 불교를 그들 눈높이에서 알려주는 곳이 부족해요. 숨도에서 인근 대학의 연합 법회를 진행하는데, 학생들 자체적으로 원하는 내용을 정하고 법사를 초청하도록 지원합니다. 그러면 이 학생들이 법회를 보고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삶의 물음을 던져요. 한 가지 느낀 것은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물음에 불교가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나름의 고민과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혼자 앓고 힘들었던 그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위로가 되는 모습을 보았다. 송운석 대표는 그 과정을 옆에서 바라보며 청년 포교의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청년 포교 활성화 방안으로 현재 숨도에서 진행하는 핵심 과제 중 하나는 다나 프로젝트다. 대학의 수업과 연계하여 조별 그룹 과제를 진행하는 것이다. 각 그룹마다 일정 금액을 나눠주고 그것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게 이 과제의 목적이며, 그 결과를 공유하는 프로젝트다.
“처음 이 과제를 진행한 것은 제 수업 때였습니다. 학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수업에서 문제가 생긴 일이 있었습니다. 경쟁을 줄이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수업을 진행하고자 이 과제를 냈어요. 그리고 발표 시간에 학생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돈을 썼는지 이야기하는데,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학생들이 저마다 실천한 방법은 달랐지만, 다수의 그룹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내가 남을 행복하게 하려고 할 때 나는 이미 행복해 있었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그때의 감동과 느낌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문화공간 숨도는 핵심 과제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국 11개 대학 82개 팀이 참여했으며, 청년들로 하여금 보시의 마음과 사회 공헌력을 향상시키자는 뜻을 갖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한편, 다나 프로젝트에 도움을 준 각 대학의 교수들은 “이 과제가 일단 학생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학생들이 행복에 관하여 깊게 사유하고 기존의 답을 찾기보다 스스로 답을 만들어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행복일지 생각한다는 점에서 보다 유의미한 시간이다.”라며 다나 프로젝트를 응원했다.
문화공간 숨도에서는, 앞으로 청년 불교 문화의 새로운 생태를 조성하기 위해 숨도 회원을 모집하여 청년 회원들이 스스로 숨도를 운영하게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회원을 통해 다양한 소셜 클럽을 운영할 예정이며, SNS와 인터넷 방송 스튜디오를 조성하여 젊은 눈높이로 불교를 확산할 계획이다.
“젊은 불교, 활동적인 불교, 시대와 호흡하는 불교를 지향하며 청년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곳의 변화를 고려하여 불교를 발전시켜 나아가려고 합니다. 이곳을 찾는 청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청년들이 더 나은 내일을 그릴 수 있도록 숨 쉴 자리 마련해 보겠습니다.”


글_ 김우진
사진_ 최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