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묵 스님의 화 다스리기] 욕망과 그릇된 견해

2019-05-28     일묵 스님

|    욕망 때문에 화가 일어난다
원하는 게 많으면 불만족이 커집니다. 많은 재물과 명예를 가지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이러저러했으면 하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세상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되어라 원해도 그렇게 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내 몸, 내 마음도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늘 행복하길 원해도 마음은 쉽사리 불만족에 가득 차고, 늙지 않고 죽지 않기를 원해도 늙어 병에 시달리다가 결국 죽음으로 끝을 맺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원하는 바가 많을수록, 거기에 집착하는 마음이 클수록 좌절하고 분노하는 일도 많아집니다. 설사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것은 잠시뿐, 결국 변하고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예전에 한 재산가가 말하기를, 먹고 사는 데 지장 없고 돈도 적당히 있었을 때는 사는 것이 행복했는데 그 이상의 재산을 축적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돈의 노예가 되어 유지・관리하는 데 자기 인생을 허비하고, 재산으로 인해 가족 간의 분쟁도 빈번했다고 합니다. 다른 예로 권력을 추구하던 정치인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되었다 해도 몇 년 지나면 그 힘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나름의 조건에 따라 일어났다 사라질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탐욕과 성냄이라는 번뇌로 어리석게 대처합니다. 원하는 것이 많고 집착하는 마음이 클수록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불만족과 화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욕망을 충족시켜 괴로움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괴로울 때 감각적 욕망을 즐기려 합니다. 이것은 순간적으로 행복하게 하지만 중독성이 있어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끊임없는 갈증을 유발합니다. 감각적 욕망이 클수록 그것이 사라질 때 오는 정신적인 괴로움인 화도 커집니다. 그러므로 감각적 욕망은 화의 원인이지 화를 버리는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화는 감각적 욕망의 다른 이름’이라고 하셨습니다. 화가 일어나는 근원에 항상 감각적 욕망이 자리 잡고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화가 일어날 때 자신이 무엇에 집착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자신이 무엇에 집착하는지 분명히 이해하고 그것을 내려놓으면 화는 저절로 버려집니다.

|    그릇된 견해 때문에 화가 일어난다
사람들은 자신이 본 것, 들은 것, 경험한 것, 배운 것, 숙고한 것들을 토대로 자신의 견해를 형성합니다. 그런데 이런 견해들이 항상 옳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견해는 여러 방면으로 철저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된 견해에 대해 옳다고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견해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은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여 다른 견해를 접할 경우 공격받는 것처럼 화를 냅니다. 단지 자신과 다른 의견이 제시된 것일 뿐인데도 자신을 공격했다고 생각하고 자존심이 상하여 화를 내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런 사람은 부처님의 가르침, 즉 법을 배우는 데도 장애가 많습니다. 법을 공부할 때도 자기 생각과 잘 맞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자기 생각과 맞지 않는 것은 불만을 표출하며 화를 내고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치 물이 가득한 잔에 물을 더 채울 수 없듯 자기 견해 이외의 견해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자신의 어리석은 견해에 대해 고집하는 것을 ‘그릇된 견해’라고 하는데 화의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업도, 과보도 없다는 인과부정론이 대표적인 그릇된 견해입니다. 업은 반드시 과보를 가져오며 선업과 불선업은 필연적으로 좋은 과보와 나쁜 과보를 이끌어 냅니다. 하지만 인과를 부정하는 그릇된 견해가 있으면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자신이 지어 놓은 조건으로 보지 않고 세상과 주변 사람만을 탓하면서 분노를 표출합니다. 이런 분노가 밖으로 표출되면 다른 사람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세상일은 이미 다 결정되어 있는 것이라고 집착하는 견해인 숙명론도 화의 원인이 됩니다. 현실이 암울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면 무기력과 분노에 빠지게 됩니다. 요즘은 부모의 부의 정도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아이의 운명이 정해져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의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만연합니다. 실제로 요즈음 우리나라를 보면 사회 계층이 고착화되어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숙명론적인 견해로 보고 집착하게 되면 세상에 대한 불만을 키워 나가기 때문에 화가 늘어 갈 뿐입니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나 조건이 영원한 것은 아니라고 지혜로운 마음 기울임을 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도 곧 지나갈 것이라 믿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노력한다면 반드시 긍정적인 상황으로 변할 것입니다. 조건을 성숙시키면 결과는 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혜로운 마음 기울임을 통해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묻고 답하기

세상에 고정불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질문]저는 하는 일마다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뭘 해도 안 되는 불행한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질문하신 분이 스스로 ‘나는 불행하다.’고 규정짓고 그 생각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사견, 즉 그릇된 견해입니다. 그릇된 견해라는 것은 검증되지도 않은 것, 진실이 아닌 것에 대한 집착입니다. 자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꽉 자리 잡고 있으면 아주 사소한 일 하나만 생겨도 ‘나는 역시 운이 없어.’라는 식으로 그릇된 견해를 강화하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불행하다고 규정하지 않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것은 좋은 것으로 보고, 또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잘해서 넘어가면 되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질문자께서 가져야 할 세상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이고, 관점이며, 방향성입니다. 관점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고정불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조건을 바꾸면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요. ‘나는 원래 이렇다.’ 하고 규정해 버리면 자기 마음은 실제로 굳어져 있는 상태가 됩니다. 진실이 아닌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조건에 따라 상황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고, 나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질문자께서 견해를 바꾸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어요. 정말 벗어나고 싶으면 집착을 놓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물론 한 번에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이것이 정말 내가 붙잡고 있을 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나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지 끊임없이 조사하고 그에 대해 지혜를 최대한 동원해야 합니다. 그래서 붙잡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만 놓아버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