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문의 피안감성] 익산 미륵사지 석탑
광활한 옛 절터에 다시 역사가 흐르다
2019-05-28 최배문
장장 20년의 해체·복원
공사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낸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 좌).
국내 최대 규모의 석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 모습이 웅장하다.
반듯이 쌓아 올린 돌들이
문득문득 낯설게 다가오지만,
멀리 미륵산을 배경으로
나란히 선 두 탑을 찬찬히 돌며
새로이 묻어갈 세월의 흔적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처음 탑을 쌓은 이들이야
두말할 것 없으리오,
다시금 돌탑을 쌓아 올린
마음 또한 ‘정성’이었을 것이다.
켜켜이 눌린 그 정성이 다시
천년을 버텨나갈 힘이 될 것이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미륵사지 터.
밤이 깊어가도록
기다리던 별빛은
드리우지 않는다.
다만 작은 산들바람이 있어
이따금 희미하게
풍경을 스친다.
비록 바라던 손님은
아니었어도
기다리던 마음이 푸근해진다.
한 번, 또 한 번.
조용히 울리는 풍경 소리가
떠나려는 걸음을
자꾸만 붙들어 맨다.
고요하게,
있는 듯 없는 듯 서서
잠시 귀를 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