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석가모니의 십대제자

2019-04-25     전순환

『팔천송반야경』에서 석가모니 세존과 수많은 보살마하살들은 반야바라밀다에 대한 담론을 진행해 나간다. 세존 외에 담론의 주축을 이루는 자들은 세존의 제자들이며, 십대제자(十代弟子)로 알려져 있다. 제자들의 이름들은 의역된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음역된 한자어이다. 한번 열거해 보겠다. 

❶ 수보리(須菩提) 또는 선현(善現), ❷ 사리불(舍利佛) 또는 사리자(舍利子), ❸ 부루나(富樓那), ❹ 마하가섭(摩訶迦葉), ❺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 ❻ 마하목건련(摩訶目犍連), ❼ 아난다(阿難陀) 또는 경희(慶喜), ❽ 아나율(阿那律) 또는 무멸(無滅), ❾ 나후라(羅睺羅), ❿우바리(優婆離). 

자주 들어본 친숙한 이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름들도 있을 것이다. 한자어를 갖고 있는 우리의 이름들 대부분이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제자들의 이름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의미가 통하지 않는 한자 음역으로 가려져 있기에 이 자체로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 이 시점에서 “왜 굳이 이름의 의미를 알아야 하지? 알아서 얻는 것이 무엇이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사람에게, 특히 옛 성자나 성현에게 붙여진 이름에는 해당 인물에 대한 적지 않은 정보가 담겨 있다. 기록이 전혀 또는 거의 남아 있지 않는 상황이라도 이름이 주어진다면, 어원 분석을 통해 그 이름의 주인에 대한 정보, 예를 들어 (지역 또는 부족의) 출신, 계급, 아버지나 어머니의 이름, 인품, 사건 등을 알아낼 수 있거나 어느 정도 추리해 볼 수 있다.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리고 쉽지 않은 어원 여행이었지만, 학문적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얻은 결과는 어느 정도 만족스럽기에 소개하기로 한다.

|    수보리와 사리자
수보리로 음역되는 수부티(subhūti)는 『팔천송반야경』에서 1,800회 이상 언급되며, 세존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그의 제자이다. 이 산스크리트 이름을 구마라집은 음역의 수보리(須菩提)로, 현장은 의역인 선현(善現)으로 일정하게 번역하고 있다. 수부티는 코살라(kosala) 왕국의 사위성(舍衛城)으로 음역되는 쉬라와스티(śrāvastī)에서 제일 부유한 상인인 수마나세티(sumanaseṭṭī)의 아들이고, 수닷타(sudatta)로 불리는 형은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베풀었다고 하여 급고독(給孤獨)으로 의역되는 아나타핀다다(anāthapiṇḍada)란 별칭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세 명의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좋은, 선한, 잘’을 의미하는 수-(su)가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버지에게는 ‘좋은 마음을 갖고 있는’의 수-마나[스](sumana[s])란 단어가 있고, 형의 이름인 수-닷타는 ‘잘 준 (사람)’이란 뜻이다. 부유했기에 좋은 마음을 갖고 음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잘 베풀었을 것이다. 아들이자 동생인 수-부티 역시 ‘선한 존재’라는 의미이며, 수보리는 아버지나 형보다 더 잘 베풀며 사람들을 교화했을 것이다. 도움받은 자들이 그에게 많은 공양을 했기에 공양제일(供養第一)로 불리지 않았나하는 추측을 해본다. 『팔천송반야경』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의 형 수닷타 또한 사위성 근처에 기원정사(祇園精舍), 즉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으로 의역되는 제타와나(jetavana)-아나타핀다다(anāthapiṇḍada)-아라마(ārāma)를 지어 세존에게 헌납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보리 다음으로 자주 언급되는 제자는 샤리푸트라(śāriputra)이다. 현장은 이를 사리자(舍利子)로 번역하고 있다. 사리는 샤리(śāri)의 음역이고, 자(子)는 푸트라(putra)의 의역이다. 구마라집은 샤리푸트라를 음역인 사리불(舍利弗)로 번역하고 있다. 마가다(magadha) 왕국의 왕사성(王舍城)으로 의역되는 라자그르하(rājagṛha) 북쪽에 위치한 나라카(nalaka)의 한 마을에서 브라만 계급인 아버지 티샤(tiṣya)와 어머니 샤리(śāri)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의 아들’이란 이름을, 부모 각각으로부터 부여받는다. 하나는 어머니의 이름이 들어간 ‘샤리의 아들’을 뜻하는 샤리-푸트라이고, 다른 하나는 아버지의 이름이 들어간 ‘티샤에 가까이 있는 (사람), 티샤의 아들’을 의미하는 우파-티샤(upa-tiṣya)이다. 아명(兒名)인 우파티샤보다 샤리푸트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그는 지혜제일(智慧第一)로 불리는 제자이다.

|    부루나와 마하가섭
푸르나(pūṛṇa)의 음역인 부루나(富樓那)는 『팔천송반야경』의 1장 중후반에 보살이 마하살(摩訶薩)로 불리는 이유를 세존께 아뢰면서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경전 전반에 걸쳐 단 7회 언급된다. 그런데 푸르나에는 항상 ‘마이트라야니의 아들’이란 뜻의 마이트라야니-푸트라(maitrāyaṇīputra)가 붙어 다닌다. 구마라집은 푸트라의 자(子)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음역하여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로 번역한 반면, 현장은 만자자(滿慈子)로 의역하고 있다. 아버지가 정반왕(淨飯王)의 국사(國師)인 부루나는 가비라성(迦毘羅城) 부근의 한 브라만 마을에서 유복하게 태어났다고 전한다. 모든 것이 풍요로웠기에 이름 또한 ‘풍요’를 뜻하는 푸르나로 지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구마라집의 미다라니(彌多羅尼)와 현장의 자(慈)에 해당되는 마이트라야니(maitrāyaṇī)는 부루나의 어머니 이름(성)이며, 마이트라(maitra)에 ‘출신’을 나타내는 단어 아야니(āyaṇī)가 붙어 ‘마이트라 가(家)의 여자’란 의미를 갖는다. 부루나는 뛰어난 능변으로 사람들을 교화했기에 설법제일(說法第一)의 제자로 불린다.

마하가섭(摩訶迦葉)은 『팔천송반야경』에서 단 1회 언급되며, 2장에서 사리자, 부루나 등의 제자들이 수보리에게 “반야바라밀다를 신수(信受)하는 사람들은 어떤 자들일까요?”라고 물으며 등장한다. 마하가섭은 마하-카아쉬야파(mahākāśyapa)에 대한 구마라집의 음역이고, 현장은 대음광(大飮光)으로 의역한다. 마가다 왕국의 왕사성에서 브라만 부호의 아들로 태어난 마하-카아쉬야파의 이름은 칠대(七代) 브라만성인(婆羅門聖人)들 가운데 한 사람인 카쉬야파(kaśyapa)에 유래하며, ‘카쉬야파 족’을 의미하는 카아쉬야파(kāśyapa)에, ‘위대한’의 마하(mahā)가 붙어 만들어진 것이다. 마하가섭은 두타를 가장 잘 실천했다고 하여 두타제일(頭陀第一)이라 불린다. 두타(dhūta)의 음역인 두타(頭陀)는 ‘(의식주에 대한 욕심을) 버린, 제거한 (깨끗한 상태에서의 수행)’을 의미하는데, 이는 ‘거북이’란 사전적 의미를 갖는 카쉬야파에서 어느 정도 드러나 있는 듯 보인다.

|    마하가전연과 마하목건련
마하가섭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만 언급되는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은 마하카아탸야나(mahākātyāyana)에 대한 구마라집의 음역이다. 그는 서인도에 위치한 아완티(avanti) 왕국의 수도 우자이니(ujjaini)에서 브라만이자 부호인 국사(國師)의 아들이었다고 한다. 카아탸야나(kātyāyana)는 카아탸(kātya)에 ‘출신’을 나타내는 아야나(āyana)가 붙어 만들어진 이름이며, 카아탸는 카티(kati)에 ‘족’(族)을 나타내는 접미사 야(ya)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이다. 따라서 마하-카아탸야나의 어원적 의미는 ‘위대한 카티족 출신의 남자’라고 규정할 수 있다. 카티는 칠대 브라만성인들 가운데 한 사람인 위스와-미트라(viśvāmitra)의 수많은 아들 중 하나였다고 하며,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성자로 알려져 있다. 마하가전연은 다르마(dharma), 즉 법(法)을 가장 잘 설명하고 논의했다기에 논의제일(論議第一)이라 불린다.

그에 반해 마하-마웃갈야야나(mahāmaudgalyāyana)의 음역인 마하목건련(摩訶目犍連)은 『팔천송반야경』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고, 『이만오천송경』에서 16회 언급되고 있다. 문헌에 따르면 목건련은 마가다 왕국의 콜리타(kolita)란 한 브라만 마을에서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은 촌장인 아버지와 어머니 목갈리(moggallī)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명(兒名)으로 마을 이름인 콜리타로 불렸고, 유년기 시절부터 같은 날 태어났다는 사리자와 친구였다고 전해진다. 마웃갈야야나(maudgalyāyana)는 마웃갈야(maudgalya)에 ‘출신’을 나타내는 아야나(āyana)가 붙어 만들어진 이름이다. 마웃갈야는 베다의 이대(二代) 왕족성인(王族聖人)들 가운데 한 사람인 무드갈라(mudgala)에 ‘족’(族)을 나타내는 접미사 야(ya)가 붙어 형성된 단어이다. 따라서 목건련의 산스크리트 의미는 대략 ‘무드갈라족 출신의 남자’라고 볼 수 있다. 어머니의 이름인 목갈리와 마웃갈야야나의 팔리어 이름인 목갈라나(moggallā) 역시 이와 동일한 어원과 의미를 갖고 있다. 마하목건련은 신통력이 뛰어났기에 신통제일(神通第一)이라 불린다.

|    아난다와 아나율
『팔천송반야경』에서 230회 이상 나타나며, 제자들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이 언급되는 아난다(ānanda)를 구마라집은 아난(阿難), 현장은 아난타(阿難陀)로 음역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가우타마 싯다르타의 아버지인 정반왕(淨飯王)의 동생이자 가비라성의 왕, 곡반왕(斛飯王)으로 의역되는 드로노다나(droṇodana)로 알려져 있다. 아난다란 이름의 의미는 ‘기쁨, 환희’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앞서 언급한 제자들의 이름과 달리, 아난다란 이름에서는 그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지도론(大智度論)』에 따르면 곡반왕이 형인 정반왕에게 사자(使者)를 보내 아들의 탄생을 알렸을 때 정반왕과 백성들이 매우 기뻐하여 이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아난다 외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불전을 들여다보면, 세존의 말씀을 듣고 수보리, 사리자, 아난다 등의 제자들이 매우 기뻐했다는 문구들이 간헐적으로 눈에 띈다. 아난다는 세존이 입멸할 때까지 20년 넘게 그의 설법과 가르침을 가장 많이 들었기에 다문제일(多聞第一)이라고 불린다. 곁에서 세존의 말씀을 가장 많이 들었던 만큼 기쁨과 환희를 가장 많이 느낀 제자이지 않았을까. 아난다란 이름도 출가 후 나중에 얻게 된 명칭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은 아니루다(aniruddha)의 음역인 아나율(阿那律)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비라성의 곡반왕 또는 감로반왕(甘露飯王)으로 의역되는 아무르토다나(amṛtodana)의 아들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아나율 외의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다. 산스크리트 사전을 검색해도 그에 대한 정보가 나오질 않는다. 『팔천송반야경』에서도 언급되지 않는 아니루다의 사전적 의미는 ‘물러서지/멈추지/억제되지/눌리지 않는 (사람)’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아나율은 코살라 왕국 사위성의 기원정사에서 세존이 설법할 때 졸았고, 세존에게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 그는 자지도 쉬지도 않는 불면불휴(不眠不休)를 맹세했고, 눕지 않고 항상 앉아 있는 상좌불와(常坐不臥)의 상태로 수행했다고 전한다. 이에 세존도 마음이 쓰여 쉬라고 말했지만, 그 맹세를 끝까지 지켰고, 결국 실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눈은 잃었지만, 천안을 얻었다고 해서 아나율은 천안제일(天眼第一)로 불린다. 이러한 이야기에 아니루다의 어의(語義)가 어느 정도 들어맞기에, 이 이름 역시 출가 후 지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    나후라와 우바리
출가 전 태어난 세존의 유일한 아들인 나후라(羅睺羅)는 라후라(rāhula)의 음역이다. 아나율처럼 『팔천송반야경』에 언급되고 있지 않다. 라후라의 이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설들이 있지만, 대표적인 두 가지 설화만을 소개하기로 한다. 『중허마하제경(衆許摩訶帝経)』의 6권에 따르면 출생할 때 월식(月食)이 일어났기에 해와 달을 먹는다는 악마 라후(rāhu)의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며, 다른 하나는 세존이 출가하기 전 아들의 잉태 소식을 듣고 “내가 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장애(라후)가 생겼구나.” 또는 출생 소식을 듣고 “아들(라후)이 태어났고, 이제 족쇄가 생겼구나.”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설화가 맞든 틀리든, 라후가 갖는 단어의 의미가 당시 싯다르타의 심경을 나타내는 듯 보인다.

라후는, 사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잡다’라는 어근에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잡는 또는 잡히는 대상은 악마 라후가 잡아먹는다는 해나 달일 수도 있고, 싯다르타의 마음이나 발목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라후에 붙은 접미사 라(la)는 특징이나 특성을 부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라후라의 의미는 ‘라후와 같은 특징/특성의 사람’이 된다. 나후라는 계율을 은밀하게 잘 지켰다 하여 밀행제일(密行第一)이라 불렸으며, 최초의 사미(沙彌)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구 견습생’을 의미하는 사미는 쉬라마네라(śrāmaṇera)의 음역이다. 이 단어는 ‘금욕, 고행’이란 뜻의 쉬라마나(śrāmaṇa)와 ‘추구하는, 쫓는’이란 뜻의 이라(īra)로 구성되는 합성어로서 ‘금욕 또는 고행을 추구하는 (사람)’이란 의미를 나타낸다.

출가 후 계율을 매우 잘 지켰다고 하여 지계제일(持戒第一)로 불리는 우바리(優婆離)는 석가족 왕실의 이발사로 슈드라(śūdra) 계급이었다고 한다. 우바리는 우팔리(upāli)의 음역이며, 나후라와 같이 『팔천송반야경』에 등장하지 않는다. 우팔리는 ‘쓸모 또는 의미가 없는, 천한 (자/계급)’란 뜻의 알리(āli)에 ‘가까이’의 접두사 우파(upa)가 붙어, ‘천한 자/계급에 가까이 있는 사람(의 아들)’을 의미한다.    

*다음 어원 여행의 대상은 반야바라밀다와 관련된 불교 용어들이다. 

전순환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대학원 졸업.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교 인도유럽어학과에서 역사비교언어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시작된 한국연구재단 지원 하에 범본 불전(반야부)을 대상으로 언어자료 DB를 구축하고 있으며, 서울대 언어학과와 연세대 HK 문자연구사업단 문자아카데미 강사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불경으로 이해하는 산스크리트-신묘장구대다라니경』(2005, 한국문화사), 『불경으로 이해하는 산스크리트-반야바라밀다심경』(2012, 지식과 교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