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무지로부터 지켜야

선심시심

2007-09-15     관리자

요즈음 온 국민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는 두 가지 문제 중의 하나는 고속철도 경주 통과에 관한 사건이다.
이 일에 대해서는 우선 그 정책 입안자의 무지를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그 길은 달리 뚫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필 도심통과를 고집하여 귀중한 문화유산의 훼손을 가져오게 하기 때문이다.
가사 그 지역 주민들이 편리상 또는 이해관계로 전철의 도심통과를 원한다 할지라도 그 때문에 정책이 기울어진다면 그것은 시정(施政)의 정도(正道)가 아닐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유산은 한 지역에 소속되는 것이 아니라, 한 겨레의 공동소유이기 때문이다.
사계 전문가들과 지성인들은 "고속전철 경주 도심통과는 절대로 막아야 한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살아있는 박물관이며, 유네스코가 세계 10대 유적지로 지정할 만큼 인류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소음진동이 지진 2도에 해당하며 그래서 프랑스 관계자도 500m 이내에는 시설물이 없는 것을 전제로 하고 설계하였다."
"지하를 통과하는 경우에도 지하에는 더 많은 유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파손은 상상하기에 어렵지 않다."
또 이 전문가들은 환경과 경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연간 약 600만 명이 남산과 선도산에 붐빈다고 가상할 때, 소음과 오염, 쓰레기 공해 게다가 교통의 혼잡을 더하면 문화재의 비정한 황폐화가 불을 보듯 예상된다고 한다.
관광면에서 볼 때에도 문화재는 한 번 망그러지면 두 번 다시 돌이킬 수가 없기 때문에 잘못되는 경우 사실 문화유적지로서 경주는 영영 막을 내리게 될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 집안의 가보를 간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 후손이 못났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의 천 년의 국보를 간직하지 못한다면 우리 역시 그 못난 후예가 되고 말 것이다.
식자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무지하게 고도(古都)와 유적지를 파괴하는 일에 정부가앞장서는 일은 없다".고 개탄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웃 일본에서도 교토같은 곳은 고도로 지정하고 일체 개발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은가. 중국의 경우 진시황의 왕능이 이미 개발된 것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건드리지 않고 있는 것은 유물의 파손과 상실을 염려하기 때문임을 주지하는 바다.
또 장개석 총통이 천하를 잃고 바다를 건너 다급한 망명 길에 오르면서도 귀중한 국보를 자기 몸같이 소중하게 옮기어 안전하게 보호해 놓은 실례를 우리는 알지 않는가.
문화혁명이란 구실아래 누천 년 조상의 얼이 담진 문화유산을 무차별 파괴한 모택동의 행적과는 좋은 대조가 된다.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세계적인 통례이다. 무법자 아돌프 히틀러의 파리 폭파의 밀령에도 파리를 지킨 것은 그 또한 산 증거이다.
패전의 울분을 터뜨리기 위하여 히틀러는 그 심복에게 파리의 전 시가를 파괴하도록 명령하였다. 이 독일 장교는 밀령을 받고 돌아 서서 생각하였다. 인류의 문화유산은 독일의 총통보다도, 군령보다도, 불복에 의한 자신의 처형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토록 문화재란 국적을 초월해 있는 것이다.
드디어 악명 높은 무법자는 가고 파리는 지켜졌다. 망명에서 돌아 온 드골은 이방인 독일 소령에게 프랑스 국가훈장을 주며 세계인의 박수 속에 그를 인류애로 뜨겁게 포옹하였다. 문화유산은 시공을 초월해서 지켜져야 한다. 역사의 산물이며 인류의 공동의 보물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문화재에 대한 편견을 가질 수가 있으랴. 세계적인 대영박물관이나 르브로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에 국적과 인종과 종교의 차별이 있던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종교 이전에 우리 조상은 하나였고, 이후에도 우리의 후손은 하나일 것이다. 종교를 따지기 전에 우리는 다같이 경주 유물의후예 라는 자각이 앞선다.

석굴암 미소 앞에 지켜 온 천 년 고도
부귀에 어둔 후예 보물팔아 엽전 사네
온 겨레 다 일어나 경주유물 지켜가리
철마가 지난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정귀혜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