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문의 피안감성]중중무진(重重無盡) 화엄세계 봄, 화엄사
2019-03-27 최배문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에
간밤의 경계가 뒤집힌다
해오름보다 먼저 시작된 하루,
재촉하듯 걷는 스님 걸음에는
종적이 없다
가짐이 없어서인가
버림이 없어서인가
무지(無知) 속에 헤매는 자에게
여명은 아직 너무 이르다
迦陵頻伽美妙音 가릉빈가미묘음
俱枳羅等妙音聲 구지라등묘음성
種種梵音皆具足 종종범음개구족
隨其心樂爲說法 수기심락위설법
八萬四千諸法門 팔만사천제법문
諸佛以此度衆生 제불이차도중생
彼亦如其差別法 피역여기차별법
隨世所宜而化度 수세소의이화도
가릉빈가의 아름답고 미묘한 소리
구지라등의 묘한 음성
여러 가지 범음을 모두 갖추어
그 마음이 좋아하는 것에 따라 설법하시네
팔만사천의 모든 법문으로
모든 부처님이 이처럼 중생을 제도하시네
나 또한 그와 같은 법으로
세간의 마땅한 이치에 따라 교화제도하리라
_ 화엄사 보제루(普濟樓) 주련
꽃이 피면 봄이라 했던가
겨울 끝에 간신히 봄이 걸렸다
홍매(紅梅),
화엄의 섭리는 올해도 비껴감이 없다
이 계절 절터는 전부 붉은 몫이다
진귀한 보물도 부처님 법음마저도
저 빛깔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견월지망(見月指忘) 하지 마라
저 붉음 고작해야 한 철이다
잠깐의 만개를 위하여
잠깐의 인연을 위하여
지나온 몇 겁 같은 시간을 모른 체하지 마라
흐드러진 꽃향에 취해 보라
달달한 속삭임을 나눠 보라
그 아래 잠시 선들 비껴가는 일 없으리라
모두가 중중무진(重重無盡) 화엄세계 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