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과학을 통한 명상연구 어디까지 왔나?

[특집] 과학이 바라본 명상

2019-02-08     유권준
달라이라마는 1989년 가을, 미국의 뉴포트에서 서양의 신경과학자 및 정신의학자들과 만난다. 제2차 ‘마음과 생명’ 콘퍼런스에서 였다. 콘퍼런 스는 ‘의식’에 대해 과학과 불교가 묻고 답하는 열띤 토론이였다. 달라이라마는 이 자리에서 “영속적이고 실체적인 자아나 영혼은 존재하지 않 는다”고 말한다. 우리 눈앞의 삼라만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들의 고유한 본질이나 독립적인 본성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 이다. 사진은 달라이라마가 2018년 5월 3일 인도에서 러시아 과학자들을 만나는 장면.

과학은 종교를 설명할 수 있을까? 설명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일까? 간단하지만, 오래된 이 질문에 도전했던 과학자들이 있다. 미국의 의학자 앤드류 뉴버그(Andrew Newberg)는 2003년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연구를 통해 명상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규명했다. 제임스 오스틴은 그보다 앞서 1998년 뇌의 신경작용과 명상의 관계를 연구한 『Zen and the Brain』(선과 뇌)라는 책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많은 과학자들이 불교의 수행을 과학적으로 해명하기 위한 많은 연구를 수행한다. 과학의 영역에서 영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과학자들을 살펴봤다.

 

| 깨달음의 매커니즘을 규명한 앤드류 뉴버그

Andrew Newberg

앤드류 뉴버그는 1966년생이다. 현재 토머스 제퍼슨 대학병원의 핵의학과 의사로 재직중이다. 그가 2003년 쓴 논문 「The neural basis of the complex mental task of meditatio : neuro transmitter and neurochemical considerations」(명상의 복잡한 정신 작업의 신경 기초 : 신경전달물질 및 신경화학 물질 고려사항)은 종교적 체험을 신경과학을 통해 풀어낸다.

그의 연구는 종교와 과학의 교차로에 서 있다. 실제로 그는 의학박사이지만, 펜실베니아 대학의 종교학과 부교수로 재직했다. 그의 연구는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연구주제는 뇌와 종교적 체험의 매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이었다. 그는 명상수행자와 기도하는 가톨릭 수녀를 연구했다.

뇌과학 강연으로 잘 알려진 박문호 박사는 뉴버그의 연구가 깨달음이 뇌 속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규명한 연구라고 평가한다. 뉴버그는 명상체험이 일어나는 순간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실험했다. 최첨단의 뇌영상 기술을 이용해 초월적인 명상의 순간을 잡아냈다. 우주와 하나가 되는 그 법열法悅의 상태를 포착하고 ‘신은 인간의 뇌속에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수행을 하는 동안 뇌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과연 진짜 깨달음인지, 깨달음이라면 깨달음의 순간 이후에 어떤 종교적 실천으로 이어지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 선수행과 뇌의 변화를 연구한  제임스 H. 오스틴

James H. Austin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고 플로리다대학 의과대학 신경학 교수로 재직한 제임스 오스틴(James H. Austin)은 의사이기 이전에 선불교의 수행자였다. 그는 1974년부터 일본 다이토쿠지(大徳寺)에서 임제종 수행을 하며 자신이 체험한 선 수행의 경험을 40여 년간 연구했다. 대부분의 서양의 연구자들이 객관적 사실로써 심리현상을 밝혀나가는 3인칭 접근을 하는 데반해 그는 그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관찰해가는 1인칭 접근법을 사용했다. 그가 1998년 MIT대학 출판부를 통해 펴낸 『Zen and the Brain』(선과 뇌)는 선이 무엇이고, 수행을 하고 있을 때 뇌가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랐을 때 뇌는 어떤 상황에 놓이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신경학과 뇌과학, 그리고 선수행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연구한다.

그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내가 겪은 그 사건은 이틀간의 집중 수행 기간중 두번째 날 오전 9시에 일어났다. 텅비어 있는 열차 승강장 너머 런던 하늘을 저 멀리 쳐다보고 있다가 갑자기 의식의 변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이전에 갖고 있던 신체적 및 정신적 자아가 모두 사라져버렸다. 세 가지 새로운 체험들, 즉 절대적 실재, 내재적 정당성, 궁극적 완벽성이 세상의 기차역, 멀리 보이는 외부 환경, 저 너머 하늘의 모습을 순식간에 변환시켜 버렸다. 절대 실재, 내재적 정당성, 궁극적 완벽성은 보이는 모든 것에 침투하였다. 그 다음 이런 자아가 사라진 거울 같은 첫 단계가 깊어져 가면서 신선한 통찰의 두 번째 파도가 밀려들어왔고 이것은 첫 단계와 포개졌다. 이것은 시간, 공포, 습관화된 행동 욕구의 모든 뿌리를 녹여버렸다.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영원성, 공포의 완벽한 소실, 모든 행동 욕구의 상실, 지속된 깊은 평화의 자연스러운 뒤섞임이었다. 이렇게 완벽하게 조화된 궁극적 실재의 편재는 아무런 언어 없이 깊게 체험되었다. 견성의 이런 두 단계가 거의 끝날 때 무렵에서야 후기 시각 단계가 갑자기 시작되었다. 동시에 내장 속 깊숙이 느껴지는 차가운 텅빔 -자아, 시간, 공포, 행동 욕망이 모두 텅 비워진 - 이 모든 감정적인 요소를 떠나서 온몸을 깊이 휩싸 안았다. 그때였다. 휙 하고 흘러가는 순간 자아가 사라진 나는 이런 풍경들이 달빛에 잠겨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런 달빛 단계는 왔다가 지속해서 흘러가다가 그리고 사라져 버렸다.”

그의 연구는 선 수행 체험을 단계적으로 바라 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단계적으로 나아 가는 견성의 체험이 자아를 어떻게 해체하는지에 대한 서술은 일반적 과학자들이 놓치고 있는 점이 라 더욱 주목된다.
 

| 명상이 치료가 된 시대를 만든 존 카밧진

Jon Kabat Zinn

존 카밧진은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경감)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의학자다. 그는 틱낫한 스님과 숭산스님에게 명상을 배웠다. 1979년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마음챙김 명상을 도입한 MBSR을 구조화한 8주과정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명상이 종교적 수행방법뿐 아니라, 우울, 스트레스, 통증에도 효과가 있음을 알렸다. 명상이 치료가 된 시대를 연 것이다. 그의 MBSR 프로그램은 병원과 기업, 학교,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의 연구는 의료계 뿐만 아니라, 뇌과학이나 심리학 연구자에게까지 다양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확산됐다.

그는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마음과 몸의 통합의학을 담아내기에 이르렀다. 그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명상 프로그램의 구조화였다. 마음챙김 명상을 일 곱 가지 요소 즉 ▶비판단(Non-Judging), ▶인내(Patient),▶초심(Beginner's Mind), ▶신뢰(Trust), ▶애쓰지 않음(Non Striving), ▶수용(Acceptance), ▶내려놓기(Letting Go)라는 과정을 통해 부정적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지금 바로 여기에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장현갑(영남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박사는 존 카밧진 이후 “명상이 질병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임상적 결과가 보고되기 시작하면서 명상과 뇌활동의 관계를 알아보는 연구와 심신치료 효과를 뇌과학적 치유 매커니즘으로 설명하려는 가설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 불교는 과학적 탐구를 어떻게 보는가

미국의 불교매거진 『라이언스 로어』는 2017년 ‘불 교와 과학이 만나는 곳(Where Buddhism and Science Meet)’

이라는 기사를 통해 “불교도들이 과학도구를 사용하고, 과학자들은 불교의 지혜를 사용해 우주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서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마음의 과학”이라는 족 첸 린포체의 말을 인용했다. 라이언스 로어는 “신 경과학과 뇌과학, 의학, 심리학, 양자역학, 천체물 리학,수학등에서이미큰성과를내고있다”며 “인공지능 연구나 가상현실연구까지 연구를 확장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달라이라마는 “영속적이고 실체적인 자아나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 눈앞의 삼라만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들의 고유한 본질이나 독립적인 본성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존재들은 연기적 존재 이며 인과적 존재일 뿐 고정불변하지 않는다는 무 아無我와 무상無常의 진리를 설파한다. 그리고 말한 다. 불교 수행의 과정은 과학으로 밝힐 수 있겠지 만, 불교의 본질은 자비심을 얻는 것이라고. 과학 은, 불교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더욱 정교하고, 실험적으로 증명해준다. 그리고 그 세밀한 연구의 조밀함은 점점 더 촘촘해진다. 불교는 과학을 지 혜의 또 다른 눈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이 가야할 길을 말한다. 자비심으로 더 나아지는 세 상을 향해 함께 가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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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권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