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법문] 서울 반야사 원욱 스님

행복을 성취하는 빛나는 길

2019-02-08     원욱 스님

오늘 동학사에서 처음으로 행자의 삭발을 지켜봤 습니다.

은사인 제가 행자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세 번 자르자 청량한 기운이 감도는 두 분의 강사스님들 이 따사롭고 다정한 느낌을 손끝에 담아 순식간에 삭발이 끝났습니다.

삭발을 마치고 황금빛 행자복을 입고 나타나 나름 비장한 얼굴로 어른스님들께 첫 절을 올리는 데 그 모습이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한 마리 노란 병 아리 같았습니다. 미래의 부처님 되실 분이 탄생한 것이니 자비와 인욕으로 정진하라는 어른 스님의 말씀을 듣던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오랫동안 잊 지 못할 것 같습니다. 행자는 법혜法慧라는 이름으 로 부처님 품안에서 새 인생을 그렇게 시작했습니 다. 처음 은사가 된 저도 법혜가 어려운 첫 걸음을 당당하고 환희롭게 나아가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 과일년뒤에반드시스님이될수있도록이끌어 야 하는 은사의 마음이 새싹처럼 싹텄습니다. 저 역 시 똑 같이 40여 년 전에 경험한 일입니다. 20살짜 리 당돌한 아이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아주셨던 은사스님과 모든 인연 있는 스님들을 생각하니 가슴 뭉클해지며 스승의 역할을 생각하게 됩니다.

오래 전 행자의 삭발을 담은 영상에서 머리카락 이 잘려나가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애잔함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실 상 삭발을 하는 이나 삭발을 해주는 이는 묘한 설 렘과 비장함으로 삭발식을 치룹니다. 머리카락이 사라지고 나면 보드라운 머리피부가 손끝을 스치 지만, 30분쯤 지나서 다시 만져보면 금세 까실까

실하게 자란 머리카락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육체 의 한 부분인 머리카락이 이렇게 매 순간 자라듯 이 정신의 한 부분인 번뇌와 망상도 매 순간 일어 납니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번뇌 망상 은 나를 힘들게 하는 어둠의 근원입니다. 번뇌가 어둠이면 밝음은 행복입니다. 번뇌처럼 순식간에 자란다고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고 부릅니다. 번뇌가 어둠이면 행복은 밝음이니 무명초를 자르 는 것은 행복을 기약함과 같은 일입니다.

이렇게 길면 깎는 것을 반복하는 번뇌와의 공존이 시작된 것입니다. 번뇌가 없으면 깨달음도 없다는 의미로 ‘번뇌즉 보리煩惱卽菩提’라 합니다. 부처님처럼 출가 하는 이들의 삭발은 단순히 과거의 삶을 단절한다 는 의미보다, 매 순간 자라는 번뇌를 지켜보며 번 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해탈의 삶을 살겠다는 의 지입니다. 번뇌를 소멸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바 로 행복의 마음입니다. 나의 행복을 위해 모든 번 뇌를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바로 조화와 공존이며 이것이 바로 공성空性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 을 대하는 나의 생각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달마대사도 번뇌를 소멸하려면 공성을 자각하 라고 하셨으니 바로 지혜를 터득하는 길입니다. 우 리는한순간번뇌가일어날때남의것을탐내고 (貪), 내가 소유하지 못함에 분노하여(瞋), 반복하고 지속하여 고정 관념화시키는 어리석음(癡)을 범한 다. 이 세 가지를 삼독三毒이라고 하는 것은 내 인생 을 불행하게 만드는 독소이기 때문입니다.

행복해 지고 싶으면 욕망은 청정한 삶(戒)으로, 분노는 안 정된 마음(定)으로, 어리석음은 지혜의 마음(慧)으 로 마음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삼독의 아픔을 겪는 사람에겐 이 삼학三學이라는 치유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조화롭게 공존해야 하는 이유 는 모두가 부처님이기 때문입니다.

일체중생실유 불성一切衆生實有佛性이 우리 불자들의 가치관입니 다. 모두를 부처님으로 대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모두 사랑하는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그 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부모의 마음이 깊어지 면 다른 아이들을 대할 때도 자기 자식 보듯이 자 비심 가득한 사랑의 눈길을 주시잖아요.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해야지 가정도 사회도 평화로워집 니다. 그래서 불교의 가치관은 세상을 밝게 만드 는 위대한 가르침입니다. 불교는 어려운 것이 아 닙니다. 이 순간 내가 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든 행복의 방법론입니다. 그것이 어려우면 누가 그 뒤를 따르겠습니까.

‘당신은 나의 부처님, 나는 당신의 부처님, 우리 모두는 다 부처님입니다.’

불제자들은 이런 생각을 매일 매 순간하셔야합니다. 출가한 스님들이 머리를 손으로 한 번 만 지면서 출가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처럼, 여러분도 매일 핸드폰 알람을 부처님 공양시간인 11시에 맞춰두고 ‘지금 이 순간 나는 부처님처럼 행복한 삶을 위해 모든 이들에게 조화와 공존을 실천하고 있는가?’ 혹은 ‘나는 부처님,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나를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전합니다.’를 해야 합니다.

부처님은 이 모든 것들을 다 성공하셨습니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은 보면 그의 성공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그가 쓴 책이나 강연을 듣고자 모인 것처럼 불자들은 행복한 삶을 성공시킨 부처님의 길을 따라가기 위해 모였습니다.

번뇌하는 마음이 잘 다스려 번뇌의 속박으로 부터 치유되면 깨달음의 경험을 통해 부처님의 마 음이 됩니다. 아주 작은 일 하나를 해결할 때에도 조화와 공존이라는 가르침을 따르면 행복해질 수 있는 이 길을 우리는 중도中道라 부릅니다.

고통의 바다(苦海)에 빠진 모든 중생들은 부처 님을 만나면 모두 다 행복해집니다. 그래서 만나 는 것 이상으로 부처님이 되려고 출가하는 것입니 다. 출가는 외로운 이들의 손을 잡아주며 고통을 해결해주고, 슬픈 이들과 원한이 있는 이들에겐 한恨 맺히지 않도록 해주며, 가난한 이들에게 무량 보배를 얻게 하는 부처님 가신 전법의 길을 따라 가는 것입니다.

불행한 자는 자신의 불행에 주눅이 들어 아무 도 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처럼 살고 싶 다는 단 한 번의 생각이 모든 이들을 돕게 되는 바 라밀실천으로 이어집니다. 아낌없이 보시하며, 타 의 모범이 되는 청정한 삶을 살고, 참을 수 없는 것 도 참으며, 참 자유를 찾아가는 모습이 정진이며, 그 정진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진정한 자유 가 주는 행복을 성취하는 육바라밀입니다. 타인을 돕는 육바라밀이 아니라 자신이 처음부터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 자기를 이롭게 한 행동일 뿐입니다.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 는 보살의 삶의 자세(自利利他)에서 이제 막 중생교 화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입니다.

이 힘은 앞으 로 어떤 사연이 있는 중생을 만난다 해도 휘둘리지 않고 그를 위해 다양한 방법(方便)을 실행하고, 그들을 다 행복하게 해주리라는 발원(願)을 하며,모두가 행복해지는 그 날 까지 피곤하고 힘들어도 멈추지 않으며(力), 정진하면 반드시 부처님의 세 계에서 부처님으로 태어난다(智慧)는 네 가지 바라 밀과 육바라밀이 합쳐질 때 중생을 부처님처럼 바 라볼 수 있는 보살수행자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런보살의삶을부처님따라먼저간분들 이 있으니 바로 신중神衆입니다. 『화엄경』에 등장 하는 집금강신을 비롯한 39명의 신들과 함께한 390명의 신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자마자 도 미노처럼 모두가 한꺼번에 깨달음을 성취합니다. 우주에서 여래의 안목을 갖춘 신들이 탄생한 것이지요. 여래의 활동영역인 우주법계에서 바라밀행 을 하는 모든 이들을 돕는 수호신이 되어 여래의 깨달음으로 전 우주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처음 출가를 하는 발심행자들과 불교를 만나 행복하기를 발원하는 불자들은 오로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정진만 할 수 있도록 안성맞춤의 환 경을 제공하는 신중들의 존재를 믿어야 합니다.

여래의 덕성을 지니고 한량없는 보리심을 일 으켜 단 한 중생도 버리지 않을 것을 서원한 화엄 성중은 화엄법계에서 조화와 공존을 담아 포용의 가치를 드러내는 그룹이기 때문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날마다 행복한 날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는 법혜행자 와 모든 사부대중들이 불퇴전의 정진을 통해 부처 님 되시길 기원합니다. 성불하십시오.

 

정리. 김우진
사진. 최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