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견문록] 장현갑 교수의 ‘뇌를바꾸는 8주 마음챙김’

명상으로 뇌를 바꾸고, 마음을 바꾸다.

2019-02-08     조혜영

“마음을 관찰하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마음에 더 미묘한 것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때 바로 직관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더 명료하게 사물을 보게 되며
더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 스티브 잡스(1955~2011)

미세먼지가 도심을 가득 채웠던 평일 저녁, 광화문 TV조선 빌딩 1층에서 장현갑 교수의 ‘뇌를 바 뇌를 꾸는 8주 마음챙김(고급과정)’ 강의가 있었다. 강의실 입구에 도착하니 벽에 붙어있는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스티브 잡스가 젊 은 시절 인도에서 명상을 배운 뒤 평생 명상을 실 천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강의시간 이 다가오자 하나둘씩 수강생들이 도착했다. 의 사, 변호사 등 전문직들이 많다고 했다. 그들은 왜 마음챙김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

불교 명상이 절의 담장을 넘어 현대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확실히 몇 년 전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명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 다. TV를 시청하다 보면, 평소에 명상으로 스트레 스를 푼다는 유명인들의 이야기도 자주 듣게 된 다. 요즘 10대들의 우상이라 할 수 있는 래퍼들 사 이에서도 명상이 인기다.

장협갑 교수가 『명상에 답이 있다』라는 책의 제목으로 역설했듯이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많은 문제에 대한 해답이 실제로 명상에 있다. 명상이 삶 의 고통을 치유하는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에선 명상치료가 다양한 정신치료 분야에서 의료보험 지원 대상이 되고 있다. “달라이 라마가 신경과학회(The Society for Neuroscience) 2005년 정례 학술발표회에서 ‘뇌의 가 소성’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는데 강연의 요지는 명상 수련을 하면 뇌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었죠.”

총 8주 과정으로 진행되는 강의의 두 번째 수업이었던 이날 강의에서 장현갑 교수가 강조한 것은 뇌의 ‘신경가소성’에 대한 얘기였다. 2005년 달라이 라마와 과학자들의 만남이 있기 전까지 뇌는 어느 정도 성장이 이루어진 후에는 변하지 않는다는 이론이 과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위스콘신대 데이비슨 박사가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인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를 활용해 티벳 스님 175명의 뇌를 촬영했 는데, 모두 좌측 전전두엽 기능이 우세를 보였다 고 한다. 우리 뇌의 좌측 전전두엽은 낙천적이고 명랑하며 적극적인 뇌, 다시 말해 행복을 담당하 는 역할을 맡고 있다. 명상을 통해 ‘행복한 뇌’로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명상 수련을 해 온 스님들 말고 일반인들이라면 어떨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명상을 통해 행복한 뇌를 만들 수 있을까?

장현갑 교수가 과학적인 연구 자료를 바탕으 로 설득력 있게 설명을 이어갔다. 리차드 데이비슨 박사와 존 카밧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보통 의 회사원들도 8주간의 명상수련을 통해 뇌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8주’라는 명확한 수치가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생명공학회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주에 3시간 씩 8주간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program)을 수련하게 한 결과 우측 전전두피질이 우세하던 뇌가 좌측 전전두피질이 우세한 뇌로 바뀌 었다. 더불어 불안하고 우울했던 감정 상태가 낙천 성과 활력감, 작업 참여에 보다 적극적인 상태로 변했다. 장현갑 교수는 한 주에 3 시간이라고 해서 한 두 번에 몰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8 주간 하루에 4 0 분, 최소 20분이상씩매일명상을해야뇌가바뀔수 있다고 말한다.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것처럼 명상을 일상적인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단얘기다.

실험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했던 명상 방법인 MBSR은 존 카밧진 교수가 개발한 마음챙김에 근 거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숭산스 님에게 선불교를 배우고 미얀마 마하시 사야도에게 위빠사나를 배운 존 카밧진 교수는 티벳불교의 족첸 수행과 자비명상까지 섭렵하며 MBSR을 개발하게 되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 은 ‘순수한 주의집중(bare attention)’에있다.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편견을 내려놓고 비판과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장현갑 교수는 기존의 MBSR에 사마타와 하타요가를 접목해 한국형 MBSR을 만들었다.

“정혜쌍수定慧雙修라고 하잖아요. 사마타와 위빠사나가 두 날개가 되어 수련을 해야 합니다. 마 음챙김 요가도 함께 하면 좋은데요.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의 경우, 요가수련을 한 사람들이 명상수련을 한 사람들 보다도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장현갑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재 마음챙김 명상관련 논문이 연간 1500편 가량 학술지에 발표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가히 놀랄만한 수치다. 시장조사기관 SAGE 리서치에 의하면 2017년 미국 명상 산업 규모는 12억 달러(약 1조35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만큼 명상은 이제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넘어 인류의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진짜 행복이란 경제 성장을 통해 부를 창출 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경제 성장만 좇다보면 불 균형이 발생하고 갈등만 유발되죠. 그리스 인구가 미국 인구의 절반 밖에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평균 수명은 미국인들 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 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장현갑 교수의 질문에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스 사람들이 좀 더 여유롭고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일까? 장현갑 교수의 답변은 짧지만 정곡을 찔렀다.

“이웃이 다 부자면 오래 못 삽니다.”

물질적인 욕망과 집착으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이유였다.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은 장현갑 교수와 함께 초급 과정을 이미 마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2시간의 강의 내내 편안한 소통이 이루어졌다. 수업은 뇌과 학과 명상에 대해 강의식으로 진행됐지만 마치 명상을 하듯 고요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건강이 허락되는 한, 명상에 답이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장현갑 교수의 ‘뇌를 바꾸는 8주 마음챙김’ 수업은 3월 4일까지 계속된다.

 

글. 조혜영
사진. 최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