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에세이] 작・가・즐에 빠져보기

2019-02-07     강순형

곳곳에서 흔히 본다.

큰, 고을 길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작은, 마을 길에서도 잘 보인다. 더구나 볼거 리 이름난 곳에서는 번쩍이고 듬직, 큼직한 네모 짐보따리=<캐리어>를 돌돌돌, 자르르 끌고 다니 는 걸 쉬이 본다. 이른바 <빠숑>마저 되었다.

지난 두 달 사이 3 곳이나 먼 바깥나들이를 했 다. 함께 간 이들이 쳐다보면서 웃으며 <현지인> 같다고 한다. 이 몸만, 달랑 그야말로 바랑 하나뿐 이었다. 그것도 가벼운-얇고 작은 배낭. 작은 카메라 하나이 들기도 한.

다른 분들은 그 캐리어를 끌고온, 수고한 만 큼 빠숑이 나날이 빛났다. 차림차림-옷이 날개라 더구나 여성들은 더.

다들, 떠나고 들어오기 앞날- 잔뜩 짐 꾸리느라 한 바탕 진땀 배-고.

싣고 내리며, 공항에서 부치느라 난리아닌 난 리를 저만치 비켜서서 물끄러미 지켜본다.

어떨 때는 빈손인 나에게, 갑자기 짐무게 어 쩌구하며 훅 안겨와 몸・마음 당황, 곤란・난감함 에 뜬금없이 부닥치기도 하고.

여태까지, 무척 긴- 바깥나들이에도 따로 짐 보따릴 들거나 캐리어를 끈적이 없다. 더구나, 이미 <직업전선>에서 물러난 몸이고 보니 더욱 그럴 일 없잖은가. 몰라, 이민이라도 가는 길이라면? 하 지만다늙어뭔영활보자고사서나설?하니,그 를끌일아예없을터.

며칠이고 먼 나들이길 떠나, 하루 내내 돌아다니 다 들어와선 신은 버선과 입은 속속곳을 몸-씻는 김에 빨아서 넌다. 이제는 난방이 좋아져 자고나 면 뽀송하니 말라있다.

보니, 현지인같다고? 그렇다. 시선=눈총을 비 키어 모른체하면 아니, 현지인이 되면 짐이 없다. 무거운 짐이 없다.

그렇다고 그 어려운(?) <무소유>하자는 말이 아니다. 좀- 버리고 아니, 비우고 호젓 떠나기 홀 가분히 떠나봄은 어떨까? 어려울까나!?

요즘 어디서 온 <소・확・행>이란 말이 자주 들린다. 아니, <작・가・즐>=작고 가벼운 즐거움을 함 누려봄은 어떨까?

지는 짐은 자꾸 무거워진다.
사는 삶=인생도 그럴터이다.
자꾸 무거워 질 일이 아니라
자꾸 가벼워질 일이다.
더구나 하늘(나라)을 훨~훨 날고 싶다면^^

 

지호선사께
조계 혜능 선맥 길이 이어 왔나니
이르는 곳곳마다 사슴 무리라네
이보시오, 헛된 나날 보낸다마오
차달이는 틈에도 흰구름 본다오

贈 智湖禪佰
係出曹溪 百代孫
行裝隨處 鹿爲群
傍人莫道 虛消日
煮茶餘閑 看白雲
-사명당 유정(四溟堂 惟政, 1544-1610)스님 시

- 바랑 메고 인도 떠나는 앞날에 총총. 

 

강순형
몇해앞에 오-랜 직장생활을 끝내고, 뭐하냐 물으면 <동가식 서가숙>이라면서, 차보따리 끼고 차나 한잔 마시며 여유자적-곳곳으로 돌아다니며 느리게 나날을 즐겨 보내고 있다는 이.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