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국가들은 어떻게 설 명절을 맞을까?

동북아 한중일은 음력설, 동남아는 4월 중순을 새해맞이 축제

2019-01-31     유권준

우리나라는 새해 설 명절을 맞아 사찰별로 큰 스님들께 새배를 올리는 '통알'이라는 행사를 치른다. 또 요즘에는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새로운 한해를 맞기도 한다. 그렇다면 불교국가들은 어떤 새해 맞이 행사를 치를까?

불교국가들의 새해맞이 축제는 지역별로,  문화권 별로 다르다. 한해를 시작하는 의미로 지내는 설 풍습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설 풍습은 아시아에서도 지역마다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과 중국, 티베트, 일본은 음력 설을 쇤다. 반면에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시아 불교국가들은 4월 중순에 신년축제를 벌인다.  4월중순에 치르는 이유는 고대 인도에서 건너온 태양력에 기반해 해를 나누기 때문이다. 즉 이 시기에 태양이 1년간 이동하는 길인 황도 12궁 가운데 제1자리인 양자리로 들어가므로 이 때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보고 새해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불교국가들의 신년축제를 살펴본다.

티베트 불교의 로사(Losar)신년축제

티베트의 신년축제 로사(Losar)는 보통 음력으로 12월 29일에 시작돼 설날까지 3일 동안 계속된다. 중국이 티베트를 침공하기 전까지 티베트인들은 1월 한달 동안 신년축제를 즐겼다. 1959년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한 이후에는 3일간 치르는 것이 관례가 됐다. 미국이나 세계 곳곳의 티베트 사원에서는 설날 하루 동안 축제가 치러진다.

새해가 되면 티베트 스님들은 야크버터로 만드는 공양물 토르마를 만든다. 토르마(Torma)는 보리가루와 착색료가 혼합된 야크버터를 사용해 만드는 버터공예작품을 의미하는데, 주로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물로 활용되어 성스럽게 만들어지는 티베트 전통 공예품이다.  버터가 열에 약하고 체온에도 쉽게 녹을 수 있기 때문에 토르마를 만드는 곳은 차갑게 유지된다. 만드는 사람도 체온을 최대한 낮춰 빚어야 하므로 얼음물을 수시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토르마는 설 명절뿐만 아니라 각종 법회, 기도회 등을 위해 만들어져 사용된다.  

원래 티베트어로 ‘토르(Tor)’ 라는 단어는 ‘던지거나 뿌리는 것’을 의미하고 접미사인 ‘-ma’ 는 어머니를 의미하는 말이며 이는 곧 사랑과 자비를 상징한다. 티베트 사원에서 스님에 대한 공양과 소원을 비는 기도가 끝나면 민속축제가 대대적으로 펼쳐진다. 민속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춤과 노래, 연극 공연 속에서 시끌벅적한 새해를 즐기는 것이다.

또 티베트인들은 설날에 구둑(guthuk)이라는 특별한 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건조한 치즈와 갖가지 곡물등 9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이 국수와 함께 탑잔(Tab-zan)이라는 특별한 빵도 준비한다. 짬빠와 버터차가 주식인 티베트인들에게 무려 9가지 재료나 가미된 구둑은 호화로운 명절 특별식인 셈이다. 또 밀가루로 만든 둥근 빵을 준비하는데, 이 빵 안에는 고추, 소금, 양모, 쌀, 숯 등이 숨겨져 있다. 빵속에 쌀이나 양모, 소금 등 흰색 내용물을 찾으면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임을 상징하고 고추가 들어있는 빵을 집은 사람은 ‘수다스러운 사람’임을 의미하고 숯이 든 것을 집은 사람은 ‘마음이 검은 사람’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미얀마의 신년축제 띤잔(Thingyan)

불교국가인 미얀마의 신년축제는 종교적 의미가 강하다. 미얀마는 신년 축제를 띤잔(Thingyan)이라고 부른다. 보통 4월 두 번째 중 정도에 열린다. 산스크리트어로 ‘띠타우Thithau’ (전환하다 바뀌다 change over)의 뜻을 가진다. 이 축제 기간 중 사람들은 거리 거리마다 바가지, 주전자, 물통, 양동이, 드럼통 등 물을 담을 수 있는 모든 도구를 들고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새해를 맞이한다.

이 축제는 3일간 지속되는데 마지막 날인 새해 첫날에는 사원을 방문한다. 새해 첫날 아침에 불상을 깨끗한 물로 씻고 스님들에게 보시를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과로 지내는 것이다. 축제의 마지막 날은 불교 명상과 관조의 시간으로 지낸다.

하루 종일 삼귀의를 암송하면서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불교신자들은 신년 축제가 열리는 3일동안 금식하면서 팔정도의 원리를 특히 엄격하게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특징이다. 

 

태국의 신년축제 송크란(Songkran) 축제

태국의 송크란(Songkran)은 동남아시아 신년 축제 중에서도 가장 요란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간은 미얀마와 비슷하다. 4월 10일을 전후에 3일정도 열린다.  태국에서는 물총, 항아리, 양동이가 동원되고 심지어 소방차까지 동원되는 물 축제가 한바탕 벌어진다.  축제가 과열돼 부상자가 많이 발생해 태국 정부가 축제를 축소해야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라고 한다. 당연히 외국인들의 참여도 매우 많다.

물축제와는 별도로 태국인들은 새해 첫날 아침이 되면 불상에 물을 붓는 관욕의식을 치르고 스님들에게 공양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른 아침 정성스럽게 음식과 꽃을 준비해 사찰을 방문한다. 절과 가정에서 점잖게 관욕의식을 마치고 나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물을 퍼부으며 축제를 시작한다. 거리에서는 퍼레이드, 야외극, 춤과 노래가 펼쳐지는 거리 축제가 진행된다.


라오스의 피마이(Phimai) 축제, 캄보디아의 쫄츠남 트메이(Chol Chnam Thmay)

라오스는 신년 축제를 피마이라고 한다. 기간이 되면 물 축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태국처럼 요란하지는 않다. 라오스인들도 새해 첫 아침 사원을 방문해 관욕의식을 거행하고 스님께 공양하는 것을 주요 행사로 치른다.  관욕 행사가 끝난 후에는 사원 근처에 거대한 모래성을 쌓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즐긴다. 축제의 이름인 피마이는 '새로운'이라는 의미다. 기간은 태국이나 미얀마와 비슷하다. 피 마이는 라오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이자 축제로,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앞두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지난해를 정리하고 새롭게 펼쳐질 날들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 특이한 것은 메콩(Mekong) 강 주변에 모래 탑 수천 개를 쌓아 악한 기운이 오지 못하도록 기원하고, 거북이·물고기·새처럼 작은 동물들을 방생하기도 한다는 것.인도차이나 반도의 경우 언제부터 새해 축제가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11세기 무렵 미얀마와 태국을 통해 유입된 축제가 13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캄보디아는 촐츠남 트메이(Chol Chnam Thmay)라고 부른다. 촐은 들어가다는 뜻, 츠남은 한 해를 의미한다. 새해를 의미하는 말이다. 캄보디아의 모든 행사는 불기를 기준으로 하는데 비해 새해 축제만 양력으로 진행한다. 양력 4월 보름 전후를 기점으로 하는데, 주요행사는 불공과 스님들에 대한 공양이고 축제는 라오스나 태국과 비슷하다.


스리랑카와 인도의 새해 축제

스리랑카는 아부루두(Avurudu)라고 해서 가장 성대한 행사로 신년 축제를 치른다. 타밀족과 내전을 벌이는 스리랑카 싱할리족들은 이날만큼은 휴전을 하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다. 스리랑카 신년축제에는 아부루드 쿠마리 라고 해서 미인선발대회도 하고 폭죽도 터뜨리고 고향을 방문해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인도는 지역마다 신년축제의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인도 남부 케랄라 주의 경우 비슈라는 축제를 하고 서부 벵골 지역은 파헬라 바이샤크 라는 축제를 즐긴다. 인도는 불교축제는 아니다.  대부분 힌두신화를 배경으로 한 축제다.

네팔의 경우 비스켓 자트라 힌두 축제라고 해서 9일 정도 칼리 여신과 바이랍이라는 공포의 힌두 신을 모신 바이랍이라는 4륜마차를 퍼레이드하며 축제를 즐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4월초순의 양력을 따르는 이유는 크게 보면 인도의 영향을 받은 거라고 봐야 한다. 다만, 동남아시아의 경우 1년에 쌀농사를 3번이상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음력설을 쇠면 농번기하고 겹치기 때문에 추수를 마친 4월에 축제를 벌인다.

또 하나의 특징은 죄업을 씻고 깨끗한 삶을 다짐한다는 의미로 물축제가 많이 보인다. 불교적 의식의 일환이다. 관욕의식과 공양의식이 더해져 불교적 색채가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