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들] 설법연구원 동출 스님

불사의 마음으로 이어온 30년문서포교인연

2018-12-24     김우진

설법연구원장 동출 스님은 매년 불교활동가상을 만들어 후원해오고 있다. 1994년 종단 개혁을 몸으로 겪으며 재가 활동가들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올해까 지 51명에게 1억여 원을 후원했다. 설법연구원의 활동은 문서포교의 과정이었다. 월간 「설법문안」과 「설법」을 발행하여 일선 법회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 사찰문화 연구원에서 진행하던 『전통사찰총서』 21권 완간에 협조하였으며, 『불교설법전서』 10권 시리즈도 마무리 지었다.

 

| 설법과 전법, 부처님 가르침을 전한다

“사실 스님들이 맡는 역할이 많잖아요. 수행 해야 지, 기도도 해야지, 신도가 오면 상담도 하고, 상이 있으면 시다림도 하고, 공양주 역할이나, 사찰 차 량 운전도 하잖아요. 스님 혼자 사는 작은 절에 가 면 그런 모습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다양 한 역할 속에서 부처님 가르침이 적용될 수 있거 든요. 각각의 소재들을 법문에 활용하면 전법에 더욱 도움이 되겠죠. 설법연구원의 간행물은 생활 속의 모든 상황을 소재로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법회 때 할 수 있도록 발간되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법 회에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이야기들을 문서로 만 들었다. 이와 같이 스님들의 설법에 도움을 주는 매체를 만든 것은 설법연구원이 처음은 아니다. 월간 「법회」라는 이름의 간행물이 1980년대 있었 다. 동출 스님도 학인 시절 그 잡지를 즐겨 읽으며 도움을 받았으나 1988년 즈음 폐간되었다.

동출 스님은 설법연구원에 들어오기 이전부 터 문서포교를 지속해왔다. 지금의 정토회 전신인 정토포교원에서 3년 정도 월간 「정토」의 주간을 맡기도 했으며, 중앙승가대를 다닐 때는 승가대 신 문사 기자로도 활동했다. 문서포교에 대한 인연이 설법연구원과 솔바람 출판사까지 이어졌다.

“설법연구원이나 솔바람 출판사는 이익보다 가치를 더 생각했어요. 전법을 해야 한다는 생각 으로 그동안 책을 만들어 왔습니다. 금전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아도 불사를 한다는 생각으로 활동 했죠. 힘든 시기도 많았습니다.”

문서포교에 앞장섰던 「설법문안」에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조계종에서 발행해 스님에게 발송하 는 「법회와 설법」이 나온 이후 「설법문안」의 발행 이 점차 줄어들었다. 하지만 종단에서 전법에 힘 쓰는 모습에 동출 스님은 바톤을 넘긴다고 생각하 며 오히려 잘됐다고 웃음 지었다.

이후스님은각종불서제작에힘을모았다. 특히 불교의 미래를 위해 어린이와 청소년 포교는 필수라는 믿음으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불 교만화를 제작했다. 『마음을 밝히는 60가지 이야 기』, 『만화 백유경』, 『하수와 고수』, 『만화 불교 이 야기 시리즈』 등 총 19권의 만화책을 펴냈다.

“설법연구원과 솔바람 출판사에서 출간된 도 서가 지금까지 70여 권에 이릅니다. 미래세대 포 교를 위해 불교 만화책을 30종 정도 발간하는 게 목표였는데, 열아홉 수에 발목이 잡혀 버리고 말 았어요.(웃음)”
 

| 어려움 속에서도 힘을 모으다

설법연구원을 운영하던 동출 스님은 2001년 부터 불교활동과 지원금을 재정했다. 1994년 조계종단 개혁 전후로 많은 재가불자들의 역할을 지켜본 스 님은 재가자 없이 불교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 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활동하는 재가불 자들을 찾아 지원금을 전달하고 그들의 활동을 격 려하기 위해 지원을 이어왔다.

총1억300만원.올해까지선정된불교활동 가들에 대한 지원금 총액이다. 스님이 돈이 많아 서 지원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다. 동출 스님은 출가 이후 한 차례도 주지 소임을 맡은 적 없다. 조 금씩 모아온 돈으로 10년간 지원 후 회향할 생각

이었지만, 스님의 뜻에 공감한 여러 도반스님과 재가불자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게 됐다. 또 2014년 불이상 수상으로 2천만 원의 상금이 생긴 스님은 이 돈을 모두 지원금으로 사용했다. 주 위 인연들이 십시일반 도와준 덕에 올해까지 51 명에게 지원금을 전했다.

“좋은 일 하는 데 금전적으로 부족한 사람들 이 많아요. 스님들이야 모두 내려놓고 사니까 괜 찮은데, 재가자들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열심히 활동하셔서 도움을 드리고 싶은 분들이 많은 데 그렇지 못해서 조금 미안한 마음입니다. 또 도움 을 주신 분들에게 늘 고맙기도 하고요.”

그간 불교활동지원금을 받은 이들의 명단을 보면 정말 다양하다. 몇몇 눈에 띄는 이들은 한국 에 와서 수행하며 남을 돕는 외국인 스님들과 외 국인 불자들이다. ‘원폭2세 환우쉼터’나 ‘416기억 저장소’처럼 불교와 연관되지 않는 곳도 있다. 불 교활동가상이지만 명칭에 국한되지 않고 어려움 속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힘을 보탰다.

전법과 자비행을 실천하는 동출 스님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었다. 2009년 만성신부전증 진단 을 받은 것. 이전에도 신장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았 지만, 갑작스레 건강이 나빠져 투병생활을 시작했 다. “이러다가 큰일 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걱 정 속에서 2년간의 투병생활과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다. 건강의 회복과 함께 부처님 가피를 느끼 며 삶을 되돌아보았다.

“어쨌거나 부처님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 을 계속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 해보니 결국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것뿐이 없다고 판단했어요. 불교 서적 중에 동화가 부족하잖 아요. 그래서 『팔만대장경』을 동화로 만들어서 냈습니다.”

올해9월,동출스님은‘누구나다알지만잘 읽지 않은 이야기’라는 주제로 『팔만대장경』 동화 를 제작했다. 10권 회향이 목표라는 스님은 이번 에도 손해 볼 것을 예상하면서 책을 펴냈다. 미래 불교에 대한 불사라는 믿음이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다’는 스님의 마음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문서 포교에 바친 30여 년 세월. 재가불자들을 지원한 활동. 모두가 ‘자타일시성불도自他一時成佛道’를 위 한 스님의 원력이다.

“돌이켜보면 늘 아쉬움이 남는 게 지난 세월 이잖아요. 제대로 수행을 해보거나, 혹은 출판에 더욱 몰두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 지만 대부분 좋은 순간이었습니다. 좋은 인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부처님 가르침 배웠어요. 앞 으로도 불교 포교를 위해 도움 되는 역할 하는 것 이 제 서원입니다.”

 

글. 김우진
사진. 최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