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붓다] 예술가의 명상법展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

2018-12-24     마인드디자인(김해다)

명상에 대한 관심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요즘, 미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오랜 세월 안국동에 자리하 고 있던 사비나미술관은 도심 속 사색과 명상을 유도하는 전시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북한산 자락이 한 눈에 보이는 명상의 방을 갖춘 5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여 진관동으로 이전하기까지 했다.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고 사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서 재탄생하겠다는 것이다. 그 첫 출발로 예술가의 명상 법을 소개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 예술가의 명상법>展에서 자기만 의 방식으로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고 세계를 사유하는 국내외 27명(팀) 예술가를 만나보았다.

 


| 예술로 현재를 호흡하다

해는 매일 아침 반복하여 떠오르지만 오늘 뜬 해는 어제 뜬 해, 지난주 에 뜬 해와는 다르다. 어느 것 하나 똑같지 않은 매 순간들이 모여 하루 가 되고, 일 년이 되며, 삶 전체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산다. 허윤 희 작가는 매일 산책길에 나뭇잎 한 장씩을 채집하여 종이에 옮겨 그리 고, 그날의 단상을 적은 <나뭇잎 일기> 작업을 해왔다. 쉬지 않고 변화하 는 자연처럼 시시때때 변화하는 작가의 이야기들. 작가가 호흡했던 ‘현 재’들은 계절의 변화가 그러하듯 조용하지만 생동하고 있었다.

또 다른 방식으로 순간을 명상하는 최병소 작가는 40년 동안 신문지 글씨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 볼펜과 연필로 선을 그어왔다. 그의 누적된 ‘현재’들은 잉크가 되어 신문지 위에 묵묵히 자리한다. 그리기와 지우기, 채우기와 비우기, 의미와 무의미의 양극단을 넘나드는 작가의 행위는 모 래 만다라를 조성하는 티베트 수행자의 몸짓처럼 공空하다.

2층 전시장 한가운데, 공중에 매달린 숯들의 집적이 커다란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박선기 작가의 <An agregation>이다. 한 생각에 사로잡 혀 생멸生滅에 집착하는 마음이 이런 모습일까. 다 타버린 숯이 공간의 지배자가 되어 부유하고 있었다.
 

| 예술이 제안하는 유쾌한 명상

명상 자체를 예술적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본 3층 전시장의 작품들도 눈 에띈다.리즈닝미디어의<Hello Inside>는관람객이성별,나이등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자율신경계를 측정하는 ‘생체인식센서’를 이용해 스 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면, 빅데이터 분석으로 스트레스 유형을 분류하 여 명상법을 제안해준다. 관람객은 절구에 쌀을 넣고 갈거나, 얇은 티슈 를 일정한 간격으로 자르는 등 한 가지 행위에 집중하며 사로잡혀있던 생각을 잠시 내려놓는 체험을 하게 된다. 또 다른 관객 체험형 작품인 이준 작가의 <팝콘 마인드>는 ‘뇌파인식 헤드셋’을 쓰고 가만히 집중하 고 있으면, 뇌파의 에너지가 팝콘메이커를 구동시켜 ‘타닥!’ 하고 ‘생각 팝콘’이 튀겨지도록 고안된 작품이다. 마주보이는 화면에는 마치 머릿 속에 산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생각들처럼 오픈소스 데이터에서 추출한 단어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어쩌면 예술가는 작품으로 명상하는 사람들 이 아닐까. 때로는 고독하게, 때로는 냉철하게, 때 로는 유쾌하게 매일매일 자신 앞에 새롭게 주어지 는 시간을 온전히 담아낸 예술가들의 숨결을 느끼 며 각자의 마음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아도 좋겠다.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 예술가의 명상법 展
장소 : 서울 은평구 진관동 사비나미술관 전관 기간 : ~2019년 1월 31일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 성인 8,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5,000원 홈페이지 : http://www.savinamuseum.com

 

이달의 볼 만한 전시

신라를 다시 본다
국립경주박물관,경주|2018.12.14 ~2019.3.3

김승영, 박대성, 이이남, 이흥재, 임옥상, 정종미 6인 현대미술 가가 재해석한 신라 이야기. 반가사유상, 석굴암 본존불 등 불 교 유물을 소재로 신라 문화를 재해석한 미술가들의 독특한 시각을 느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문의: 054)740-7541
 

몸소 Personally
우란1경, 서울|~2018. 12. 29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전통문화에 비교적 친숙한 불자들에게 도 ‘전통’은 구체적으로 경험되어지는 일상이라기보다는 박물 관에 갇혀 있는 대상에 가깝게 인식되곤 한다. ‘전통’에 대한 현재적 의미와 관점을 7명(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과 함께 고찰해보자. 문의: 070-7606-5577
 

대고려918·2018, 그 찬란한 도전
국립중앙박물관,서울|2018. 12. 4 ~ 2019. 3. 3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고려 유물 특별전시. 고 려불화와 청자병 등 국내외 주요문화재 390여점과 더불어 지 난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협의대로 북한의 핵심 문화재가 전시 될예정이라더욱기대를모으고있다. 문의:02)2077-9000
 

일본유출 문화재 재현전
법련사불일미술관,서울|2018.12.14 ~2018.12.2

지난 8년간 해외 유출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자 유출 문화재를 재현, 소개해온 나우회懶牛會가 이번에는 일본 유출문 화재를 재현했다.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문화유산 환수 문제를 목조각장, 대목장, 불화장 등 전통공예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살펴본다. 문의: 02)733-5322

 

마인드디자인
한국불교를 한국전통문화로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고민하는 청년사회적기업으로, 현재 불교계 3대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서울국제불교박람회·붓다아트페스티벌을 6년째 기획·운영하고 있다. 사찰브랜딩, 전시·이벤트, 디자인·상품개발(마인드리추얼), 전통미술공예품유통플랫폼(일상여백) 등 불교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접근하며 ‘전통문화 일상화’라는 소셜미션을 이뤄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