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불교 상징] 준제보살도

2018-12-24     김나래

파도가 일렁이는 해수면에서 솟아난 연화좌 위에 가부좌를 튼 준제보살准提菩薩. 준제准提는 산스크리트어 춘디Cundi의 음역으로 존제尊提라고도 쓴다. 준제보살은 청정淸淨의 의미를 지니며 심성心性의 청정함 을 찬탄하는 이름으로, 부처님의 어머니, 또는 보살의 모성과 자비를 뜻한다. 준제보살도의 도상은 다비 多臂, 즉 여러 개의 팔을 지닌 모습으로 묘사된다. 손에는 각각 삼지창, 영락, 보병, 구슬, 연화, 경책, 금강저 등의 지물과 화염, 달, 해 등의 자연물을 들고 있으며, 각각의 지물들은 보살의 수행 능력을 묘사하고 있 다. 또 연화좌 아래 용왕과 동자가 있는 것이 일반적인 유형이다.

준제보살이 언급된 경전은 『불설칠구지불모준제대명다라니경佛說七俱胝佛母准胝大明陀羅尼經』이다. 이 때칠구지七俱胝란고대인도의수數 단위로천만또는억을가리킨다.칠구지를‘무량무한대’의의미로 보아, 무량무한대의 불모 준제보살이 자식을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중생의 재난을 없애고 목숨을 연장시켜주며, 지식을 구하고자 하는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의미다.

중국·한국·일본의 선종禪宗에서 준제보살은 관음부觀音部의 일존一尊으로 6관음 중 한 분이다. 『불 설다라니집경佛說陀羅尼集經』에서 6관음은 6도道의 고통을 소멸하기 위해 발원하고 염원하시는 보살로서 그 역할은 다음과 같다. 성관음聖觀音은 아귀를 구원하고, 천수관음千手觀音은 지옥중생을, 마두관음馬頭觀 音은 축생을 구제하며, 11면관음十一面觀音은 온갖 중생계를, 준제관음准提觀音은 인간세계를 구원하고, 여 의륜관음如意輪觀音은 천상세계를 각각 구제하신다.

해남 대흥사의 준제보살도는 초의 선사가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 준제보살도는 전라남도 유형문 화재 제17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불설칠구지불모준제대명다라니경』 등에 묘사된 준제관음 보살을 형 상화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희귀한 예다. 3개의 눈과 18개의 화불化佛이 묘사된 보관寶冠을 보면 경전 의 내용과 도상이 일치한다.

 

김나래
문화재수리기술자(단청, 도금)이며 불화 작가다. 불교미술일섭문도회 문도이며, 현재 북촌불교미술보존연구소 불화/보존 실장으로서 전통문화재 보존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더불어 불교미술을 알리고자 일반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북촌단청공방에서 단청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