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살행론과 머물러보기 <24> 샨티데바 따라하기

중생의 모든 이익을 위해 샨티데바 스님 따라 하기

2018-12-24     재마 스님

허공계가 존재하는 한 중생계가 존재하는 한 저도 함께 따라 머물며 중생의 고통을 소멸하게 하소 서! 중생의 고통이 무엇이든 제 안에서 익게 하시 고 그들은 보살 승가의 대중과 더불어 모두 안락 을 누리게 하소서! 고통의 유일한 치료제이고 모 든 안락과 행복의 원천인 부처님의 가르침이 존중 받으면서 오래오래 이 세상에 남아있게 하소서! 자비롭게도 제가 좋은 뜻을 펴도록 인도하여 주신 문수사리보살께 예경하나이다. 제가 성장할 수 있 도록 항상 이끌어 주시는 저의 선지식들께도 예경 하나이다.(55~58)

저 역시 문수사리보살의 가피로 환희지를 얻을 때까지 모든 생에서 언제나 바르게 억념하며 출리심을 가지게 하소서! 항상 검소하게 살며 검소하게 먹고 모든 내생 동안 고요한 곳 적정처에 머물면서 제 수행의 목표를 이룰 원만한 조건을 얻게 하소서! 언제든지 뵙고 싶거나 조그만 의문이라도 있을 때는 보호주이신 문수사리보살의 자성이 걸림 없이 드러나게 하소서! 시방의 허공 끝에 이를 때까지 중생의 모든 이익을 이루기 위해,문수사리보살께서 행하신 대로 저도 함께 따라 행 하게 하소서!(51~54)

 

샨티데바 스님의 멘토는 지혜의 화신으로 알려진 문수(Mañjuśrī)보살인 것 같습니다. 그것은 10장 「회 향품」에서 당신이 『입보살행론』을 설한 것이 모든 중생의 이익을 위한 문수보살의 실천을 따라한 것 이며, 문수보살께서 이끌어 주신 덕분이었다는 것

에서 알 수 있습니다. 샨티데바 스님은 의문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당신의 보호주였던 문수보살을 찾 고 의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수보살을 바깥 에서 찾은 것이 아니라 그분의 본래 성품을 샨티데 바 스님의 내면에서 그대로 드러나기를 바랐던 것 입니다. 『입보살행론』은 스님의 바람처럼 문수보 살의 지혜가 당신을 통해 실현된 것은 아닐까요?

티베트불교 전통의 「길상지혜묘덕찬」에 의하 면, 문수보살은 해탈(완전한 자유)을 막는 탐욕 등의 번뇌장煩惱障과 일체지자(붓다)의 길을 막는 무명無 明과습기등의소지장所知障인두가지장애의구 름을 여의고, 해와 같이 밝은 지혜를 갖추신 분으 로 전합니다. 또 모든 법의 실상을 아시기에 그분 의 가슴에는 『반야경』을 지니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문수보살은 윤회의 감옥에서 무지의 어둠 때문에 혼란과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중생들을 외 아들처럼 아끼시는 자비심으로 용의 천둥소리 같 은 음성으로 번뇌의 잠을 깨워 중생들을 업의 사 슬에서 벗어나게 하십니다. 그분은 무지의 어둠을 밝히고 모든 고통의 싹을 끊는 지혜의 칼을 지니 신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보살의 열 가지 경지의 공덕을 모두 갖춘 최상의 보살로써 마음의 어둠을 남김없이 제거해주는 분으로 공경 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전이나 논서의 의미 를 알아차리는 지혜로 이끌어주는 분으로, 불교를 공부하는 학인들에게 모범이 되어 찬탄을 받는 분 입니다.

샨티데바 스님은 문수보살의 가피로 환희지 를 얻을 때까지 바른 알아차림으로 윤회를 벗어나 고자 하시는데요, 보살의 열 가지 경지 중 첫 번째 경지가 환희지입니다. 『십지경론』에 의하면 이 환 희지는 모든 두려움이 사라진 상태로 10가지 큰 바라는 바(대원, 大願)를 성취한다고 합니다. 열 가지 대원은 일체 부처님을 공경하여 대접하는 원과 불 법을 수호하는 원, 부처님의 가르침이 계속 이어 지기를 청하는 원, 모든 바라밀을 수행하는 원, 중 생을 교화하는 원, 세계를 잘 분별하는 원, 세계를 청정히 하는 원, 항상 보살행을 떠나지 않는 원, 보 살도를 행하여 이익을 주는 원, 최상의 위없는 깨 달음을 이루는 원입니다. 그러고 보니 환희지는 이미 깨달음을 이룬 부처님의 경지입니다. 샨티데 바 스님은 바로 문수보살처럼 부처님이 되기를 원 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샨티데바 스님의 진정한 멘토는 부처님이셨던 거죠.

그사람의멘토가누구인가를보면,그사람 의 모습을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의 멘토는 누구인가요? 여러분 이 존경하면서 닮고 싶은 누군가가 있으신지, 그 분의 어떤 모습을 닮고 싶으신지 궁금함이 올라옵 니다. 혹은 자주 뵙고 싶거나, 여러분에게 의문이 생겼을 때 찾는 이는 누구신가요? 삶의 질문이나 이슈가 생겼을 때 어떻게 답을 구하며 해결하시 는지요? 혹시 인터넷이나 매스컴에 의지하시는지 요? 만약 불자가 계시다면 부처님을 얼마나 자주 뵙고 싶어 하시는지도 호기심이 올라옵니다. 부처 님을 뵙고 싶을 때가 있다면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요? 부처님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유치원에 들어가는 5~6세 정도의 아이들은 흉내 내기. 따라 하기 놀이를 시작합니다. 소꿉놀이에서는 엄마, 아빠나 가족들의 흉내를, 병원놀 이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흉내를 내면서 역할을 배 웁니다. 그렇게 배우기 시작한 흉내 내기는 초등 학교 시절에는 위대한 인물들에서 청소년기를 지 나면서는 또래 친구들에게로 옮겨갑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누군가를 흉내 내기는 계속될지도 모릅 니다. 지금 여러분은 혹시 누구의 흉내를 내고 계 신가요?

샨티데바 스님은 『입보살행론』에서 대보살들의 육바라밀 수행으로 나아가는 길을 알려주셨습니 다. 저는 『입보살행론』과 머물러보기를 연재하는 동안 샨티데바 스님을 흉내 내고 싶었던 것 같습 니다. 다분히 문수보살과 관세음보살 등 대보살들 의 육바라밀과 감히 부처님의 마음을 흉내 내고 싶었던 것도 고백합니다. 부처님의 마음은 대자대 비대희대사의 위대한 사무량심이라 할 수 있습니 다. 위대한 사무량심은 위대한 자애와 위대한 연 민, 위대한 기쁨, 위대한 평온입니다. 위대한 자애 는 조건이 없는 친절한 사랑의 마음으로 일체존 재들의 완전한 행복을 돕는 이타행입니다. 위대한 연민은 일체존재들이 고통과 고통의 원인에서 벗 어나 자유롭도록 돕는 보리행입니다. 위대한 기쁨 은 마음의 청정한 본래 성품으로 일체존재들이 귀 한 존재라는 것을 아는 데서 나오는 환희입니다. 위대한 평온은 자애와 연민과 기쁨이 확장되면 자 연히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사라진 지혜로운 평정입니다. 일체 모든 존재들이 모두 행복을 원 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평등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이타행에서 오는 기쁨과 평온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이번 생에 제 수행의 목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생에 수행의 목 표를 갖고 계시는지요? 혹시 환희지 보살의 열 가 지 대원大願 가운데 성취하고 싶은 원이 있으신가 요? 샨티데바 스님은 수행의 목표를 정하고, 목표 를 이룰 수 있는 원만한 조건이 갖춰지기를 발원 하셨습니다. 우리도 이번 생에 이뤄야 할 수행의 목표를 한 번 정해보면 어떨까요? 수행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조건들을 얻고 싶은지 사유해보 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것이 샨티데바 스님을 흉 내 내는 것이라면, 이번 생에 우리 수행도 샨티데 바 스님처럼 진정한 보살의 길에 들어설 수도 있 습니다. 우리의 삶이나 수행의 목표 중에 부처님 이나 고통의 유일한 치료제이며 모든 안락과 행복 의 원천인 부처님의 가르침은 얼마나 될까요?

 

올해가 가기 전에 여러분이 좋아하는 떠올려보고, 몇 분을 선택해봅니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그분 들의 좋은 성품, 귀한 점, 닮고 싶은 것들을 사유해 봅니다. 귀하고 좋고 닮고 싶은 것들을 한 분당 30 개 이상씩 찾아 중복되는 것은 하나만 골라서, 모 두합해108개써보기를권합니다.여기서꿀팁 을 드리자면 너무 크고 위대한 것을 찾으려면 어 렵고, 작고 사소한 것들일수록 찾기가 쉽습니다. 108가지를 다 쓰셨다면, 108성품을 사유하면서 자신 안에서 그것과 닮거나 비슷한 것들을 찾아서 표시해봅니다. 표시된 성품들은 우리 안에 있는 귀하고 좋은 성품이 발현된 것입니다. 아직 표시

되지 않은 것들은 지금부터 발현시켜야 할 것들입 니다. 이 쓰기 명상을 한 후 어떤 것을 알게 되었는 지 챙겨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동안 여러분과 함께 진정한 보살의 길을 걷 기 위한 공부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고마웠습니다. 부족한 것이나 불편한 것이 있었다면 모두 저의 허물입니다. 문수보살과 샨티데바 스님의 가 피로 이 모든 허물이 변화되어 지혜와 자비의 꽃 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재마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아사리로 중앙승가대학교 불교사회과학연구소에서 불교의 사회참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움직이는 법당, 춤추는 절을 꿈꾸며 소마명상여행을 이끌고 있다. 또한 종교를 초월해 마음비추기 피정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완화의료병동에서 영적돌봄 봉사를 하고 있다. 박사 논문으로 「사무량심의 가치 재발견과 체화프로그램 개발연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