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통신] ‘구비오 프로젝트’

2018-12-24     유권준

● 미국 샌프란시스코 보니파스 성당. 저녁이 되면 홈리스Homeless들이 성당으로 모여든다. 성당은 집없는 자들을 위해 성당의 2/3를 개방했다. 무료로 담요와 위생도구, 양말도 제공했다. 성당을 찾아온 이들에게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누구도 돌려보내지 않고, 존중하고 품위 있게 대해주었다. 가난한 이웃에 대해 사랑과 헌신을 실천하는 이 보니파스 성당에 세상은 경의를 표했다. 보니파스 성당은 홈리스를 위한 이 사업의 이름을 ‘구비오 프로젝트’라 명명했다. 구비오는 이탈리아 중부의 도시 이름. 가난한 자들을 위해 평생 헌신했던 프란치스코 성인이 태어난 도시 아시시 옆 마을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늑대에게 수난을 당하던 이 도시의 사람들을 구제했다. 구비오 프로젝트는 고난을 겪는 사람들을 구해낸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 프란치스코 교황의 원래 이름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다. 교황으로 선출된 그는 자신의 새 이름을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에서 따왔다. 그는 사회적 소수자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관용을 강조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따왔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화려한 교황복을 벗고 반짝이는 은십자가 대신 추기경시절부터 목에 걸던 철 십자가를 계속 걸었다.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도 그랬다. 그는 사치와 교만, 권력에 반대하며 낮은 곳의 가난한 자들을 위한 삶을 살았다. 그는 평화의 기도문에서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게 하소서”라고 간구했다. 가난한 자들을 향해 마음을 연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 대승불교는 혼자만의 수행을 중시하고 중생구제에 소홀했던 ‘소승적 태도’를 비판하며 태어났다. 현학적인 논쟁과 교리해석에만 몰두하던 이들을 ‘대승’은 ‘소승’이라 통렬히 비판했다. ‘서원’과 ‘회향’을 강조하며 보살의 사상을 설파했다. 부처님의 전생담인 『자타카』에 나오는 수많은 헌신의 이야기는 대승의 뿌리였다. 대승은 희생과 봉사의 철학이고자 했다. 수많은 대승의 경전은 자비의 실천으로 중생구제의 서원을 말하고 있다. 대승경전인 『승만경』에서 승만부인은 서원을 세우며 말한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보리를 이룰 때까지 만일 고독하여 의지할 데 없거나, 구금을 당하였거나, 병이 나거나, 가지가지 액난과 곤란을 만난 중생들을 보게 되면 잠깐도 그냥 버리지 않겠사옵고, 반드시 그를 편안케 하기 위하여, 의리로 도와주고 그 고충에서 벗어나게 한 뒤에야 떠나겠습니다.”라고. 승만부인의 원력은 고독한 노인들, 부모없는 아이들, 병자를 구제하겠다는 절절한 연민과 봉사의 서원이었다.

● 날이 추워지고 있다. 창 없는 고시원에서 살던 이들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세상은 이들에게 마지막 삶의 비상구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고시원은 거리의 삶으로 내몰리기 직전의 절벽과 같은 곳이다.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이 거리의 칼바람은 막막한 세상의 끝이다. 한 없이 떠밀려 가는 삶에게 겨울은 가혹한 지옥이다. 그들에게 어둠 속 세상의 칼끝을 피해갈 힘 같은 건 없다. 세상의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가진 자들의 탐욕은 끝없이 확장한다. 꼭 대승의 정신이 아니더라도 칼바람이 몰아치는 거리를 떠도는 이들에게 따뜻한 온기가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보니파스 성당은 자신들의 가장 성스런 곳을 가장 가난한 자들을 위해 내어 주었다. 그곳은 가난한 자들이 있어 더 빛나는 곳이 됐다. 겨울은 대승의 정신이 가장 필요한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