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무형문화 순례] 통도사 사시마지 공양

2018-11-23     최배문/유권준
사진 : 최배문

상노공上爐供이 장작을 쌓아 불을 붙인다.
큰 가마솥에 물이 끓고, 한두 방울 솥 밖으로 흘러 나온다. 
노공 소임을 맡은 스님은 그 가마솥 한 귀퉁이 거품에서 
흐르는 물기를 부처님의 ‘눈물’이라고 불렀다.

간절한 사연과 의미가 담긴 공양미 한 톨, 한 톨은 
깨끗한 물에 씻기고 솥에 담겨,
뜨거운 불로 ‘눈물’을 만든다.

붓다는 생전에 하루 한 끼의 식사만 하셨다.
일곱 집을 돌고도 한 톨의 공양물을 얻지 못하는 날이면 
아침공양을 걸렀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들, 걸식을 하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몸과 마음이 야위고 지쳐 기갈이 지더라도 
물러섬 없이 정진했다.

밥은 모든 이에게 평등한 것.
밥을 먹으면 살고, 밥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 
붓다는 밥 먹는 일이 수행이며, 
존재 이유임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통도사 공양간은 오늘도 밥을 짓는다.
사시巳時가 되면 세상 어느 곳에도 있고,
세상 어느 곳에도 없는 붓다의 법신이 밥을 드신다. 

젊은 승가들의 소리없는 발걸음은 법당으로 향하고,
삼라만상 일깨우는 사시마지는 오늘도 계속된다.             

 

사진 : 최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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