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의 병

2002-03-11     관리자

[달라이 라마의 병]

고뇌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고승(高僧), 달라이 라마께서 큰 병을 앓고 계신다고 합니다. 병이란 우리같이 번뇌 중생이나 앓는 것이지 어찌 달라이 라마같은 분이 앓겠습니까? 세간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 한편으론 이런 의문을 지울 수가 없나 봅니다.

부처님 당시 비야리성의 장자인 유마힐은 어느 날 병을 앓습니다. 부처님은 제자들을 보내 유마힐을 위로하려 하시지만, 제자들은 모두 유마힐의 경지가 너무 높아 자신들은 위로를 드리러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이에 부처님은 지혜가 가장 뛰어난 문수보살을 보내 유마힐을 위로하게 합니다.

병문안을 온 문수보살이 유마힐에게 병의 원인을 묻자, 유마힐은 '중생은 어리석음과 애욕으로 인해 병이 든다. 중생이 병이 들어 나도 병이 들었고, 일체 중생의 병이 없어진다면 내 병도 또한 없어진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중생이 병들므로 나도 같이 드는 병!---그것이 바로 아무 걱정 없을 것 같은 부유한 장자, 유마힐이 앓는 병의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병도 바로 유마의 병과 같이 중생의 고통으로 인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조국 티벳이 저렇게 중국의 압제에 신음한다 하더라도, 환생할 때마다 맑은 불성(佛性)을 잊은 적이 없는 달라이 라마의 본래면목에서야 무슨 번뇌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중국의 침입에 민족의 절반이 죽음을 당한 티벳 국민들은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비록 달라이 라마는 복수가 복수를 낳는 중생 놀음에 휩쓸리지 않고 원수마저 은혜로 갚는 '우주의 진리'를 보인다 할지라도, 내 남편을 잃고 내 자식을 잃은 티벳 국민들의 슬픔과 분노가 어찌 쉽게 풀릴 수 있겠습니까. 그저 속속들이 가슴에 한으로 맺혀 갈 것이니, 얼마나 모두가 힘들겠습니까...

그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달라이 라마인지라, 설사 그 분 마음에야 원망과 미움이 없다 할지라도 이웃의 절망과 아픔은 줄줄이 큰 아픔과 슬픔으로 다가 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픔과 슬픔은 자비로운 달라이 라마를 그냥 있게 하지 않고, 마침내 그 분으로 하여금 병을 앓게 했을지 모릅니다.

또한 원수마저 은혜로 갚는 진리의 거룩함을 보지 못하고, 피부색이 다르다, 종교가 다르다 하여 얼마나 많은 지구 곳곳에서 오늘도 서로를 죽이고 서로를 슬프게 만들고 있습니까?

그러한 그치지 않는 갈등은 자비심 많은 달라이 라마의 병을 더욱더 깊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달라이 라마의 병은 유마힐이 그러했듯, 바로 중생의 어리석음과 중생의 고통에서 나온 병인 것입니다.

유마힐은 중생이 어리석음에서 깨어나자 곧 병에서 자유로와 집니다. 이와 같이, 달라이 라마의 병도 단순한 의료 행위로 치료될 성질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진리의 눈을 뜨고, 온 세계가 하나가 되어 진정 행복하고 평화롭게 될 때, 달라이 라마의 병 역시 씻은 듯 사라지고 다시 한번 환희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올 것입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