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견문록]세첸코리아 렛고Let go 명상

원숭이야, 지금 들리는 소리를 들어 보렴

2018-10-26     유윤정
사진 : 최배문

뎅-, 싱잉볼이 맑게 울렸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이곳에 있다. 귀에 집중하니 서울 도심에서도 새소리가 들린다. 투두둑, 빗방울 바닥에 흩어진다. 내 마음 널뛰는 생각 원숭이도 가만히 귀 갸웃대니, 그저 고요할 뿐. 서울 홍은동에 위치한 세첸명상센터에서 열린 렛고 명상. 티베트불교의 체계적인 수행 방편으로 알아차림의 원리와 마음수련법 로종Lojong수행을 배운다. 2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명상센터에 빼곡히 앉아, 행복을 맞이하는 명상을 시작했다.

 

|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는 연습을 하면 소리의 실상을 알게 되고 집착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소리가 들리면 알아차림, 깨어있음 중입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다른 생각에 빠져있다는 것이에요. 그냥 듣습니다. 소리에 모든 것을 내려놓듯이, 소리에 마음을 쉬듯이 소리를 편안하게 자각해봅시다.”

알아차림의 구체적인 뜻은 마음이 생각에 빠져있지 않고 현존하는 것. 마음이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 세첸코리아 대표 용수 스님의 지도에 따라 소리에 집중하자 다양한 소리가 들렸다. 고삐 없이 내달리는 생각에 끌려다니며 그냥 지나쳤던 소리들이다. 그러다 ‘듣기 좋구나’ 생각을 떠올리는 것도 잠깐. 들리는 그대로를 알아차릴 뿐, 여기에 좋고 나쁜 마음은 없기로 한다. 유혹에 사로잡혀 윤회하지 않는다.

지난 7월 1일부터 8월 5일까지 세첸명상센터에서 펼쳐진 렛고명상.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주간 수행이 펼쳐졌다. 렛고 명상 시간에는 티베트불교의 체계적인 수행 방편으로 오전에는 알아차림을, 오후에는 자비심을 키우고 공성을 깨닫는 로종 수행을 한다. 행복에 대한 바른 정의를 알고, 마음의 본성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원숭이처럼 날뛰는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다.

첫 수행은 소리 명상으로 시작했다. 본격적인 수행에 앞서 알아차림의 힘을 키우는 연습법이다. 명상을 지도하는 용수 스님은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간결하고 쉬운 문장으로 이야기를 건넸다. 10살 아이도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쉽다.

“명상은 왜 하는 걸까요? 내가 안 좋은 존재에서 좋은 사람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 명상일까요, 이미 좋은 존재라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 명상일까요?” 

스님은 이내 또 질문한다. 

“여러분들은 이곳에 왜 오셨나요? 아마도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오셨을 거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출세하면 행복할까요? 좋은 차가 있으면 행복할까요? 좋은 아파트에 살면 항상 행복한가요? 어떻게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용수 스님은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첫 숙제를 냈다.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라 했다. 첫째, 왜 명상을 하는가. 둘째, 명상은 무엇인가. 셋째, 명상을 어떻게 하는가. 넷째, 명상하면 무엇이 좋은가. 그러면서도 스님은 힌트를 준다.

“우리의 마음은 이미 행복해요. 우리는 원래 행복합니다. 그런데 행복을 잘 모르고 살아요. 기쁨은 항상 우리를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우리가 문을 열어주지 못하는 거래요. 생각에 끌려다니면, 그 문은 항상 가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명상을 하면 이미 충만함을 알게 되는 거예요. 자신감을 기르는 것이 명상입니다. 명상은 마음을 행복하게 합니다.”

사진 : 최배문

| 우리는 더 좋은 아파트로 이사 가야 한다

조건 없는 행복을 맞이하는 시간. 지도와 실참으로 진행되는 수업은 편안했다. 쉬는 시간 동안 용수 스님은 큰 통에 밀크티를 넉넉히 끓여와 수행하는 도반들에게 권했다. 달콤한 밀크티 한 잔으로도 행복은 찾아온다. 

“마음에는 두 가지 (나쁜) 습관이 있습니다. 원숭이 마음이라고도 해요. 첫 번째는 어떤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확대해서 실제보다 큰일로 키우는 것입니다. ‘야, 이거 큰일 났다,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죠. 원숭이 마음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생각에 끌려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인이 아니라 (원숭이가) 생각의 주인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

대체로 짧은 문장으로 말하는 용수 스님의 화법에는 유머가 녹아있다. 당연히 수업은 지루하지 않았다. 스님은 여기에 경험을 예시로 들어 원숭이 마음을 더욱 이해하기 쉽게 했다.

“명상은 우리가 주인이 되는 법입니다. 자기의 마음을 보기 시작하면, 자신의 습관을 보면 습관은 저절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게 알아차림이에요.” 

한강에 빠져있으면 한강이 보이지 않는다. 강둑으로 올라와 있으면 강을 볼 수 있다. 지금은 본성과 생각이 엉켜있다. 명상의 결과는 생각이 얌전해지는 것이다. 생각의 힘이 약해지고, 생각에 끌려다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본성에 엉켜있는 생각을 풀 수 있게 된다. 우리의 본마음, 평화, 자유가 드러난다. 지혜가 생기고 자비가 있다.

스님은 다시 여러 말로 바꿔가며 반복해서 행복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짧게, 자주, 알아차림 하기를 권했다. 지금 이 순간 현존한다면 행복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샘솟는다.

“행복은 마음의 상태입니다. 행복은 마음에 달려있어요. 명상은 마음을 행복하게 합니다. 명상을 배우면 삶의 모든 측면이 좋아져요. 인간관계도 좋아지고, 일을 더 잘할 수 있고, 건강도 좋아지고, 집중도 더 잘할 수 있어요. 헬스는 가도 되고 안 가도 되지만, 마음공부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왜? 더 좋은 아파트로 이사 가야 하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지금 망상구 생각동 고통아파트 101동에 살고 있어요. 하루빨리 이사 가야 합니다. 어디로요? 본마음구 알아차림동 깨어있음 아파트로요!”

사진 : 최배문

|  욕심 전문가의 사무량심 연습하기

강의실에 시원한 바람이 휙 불고 간 듯 맑고 청량한 기운이 감돌았다. 점심을 먹기 전 두 시간동안 들은 강의만으로도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았다. 오후는 로종 수행을 이어가는 시간. 로종의 기본은 자慈, 비悲, 희喜, 사捨, 사무량심四無量心 명상이다.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으로 바꾸고, 이기심을 자비심으로 전환시킨다. 행복한 마음가짐으로 가꾸는 사무량심을 수행한다.

“당신도 나와 똑같이 행복을 바라니, 행복하기를, 건강하기를, 마음이 편안하시기를…. 당신도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당신도 나와 똑같이 고통을 원하지 않고 행복을 바라고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행복을 꼭 갖기를…. 당신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수차례 소리 내어 자비의 마음을 전하는 게송을 합송했다. 내 마음이 그러하고 도반의 마음이 그러하다. 자비명상을 마치니 정적이 흘렀다. 진심어린 축원이 마음에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일까. 보드라운 꽃잎이 새벽이슬에 피어나는 것 같은 기분. 전에는 느껴본 적 없던 기쁨이 몽글몽글 떠올랐다.

이번에는 반대로 미워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사무량심捨無量心을 해본다. 원수명상이다. 

“처음부터는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런데 정말 미워하는 사람이 이 삶의 숙제입니다.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에게 굉장히 큰 이로움이 될 거예요. 오랫동안 키워온 미움은 금방 되진 않습니다. 그런데 미움을 누가 키우는 줄 아세요? 자신이 키웠어요. 그래서 내 마음이 힘든 것입니다. 그러니까 미움을 닦아야 합니다.”

생각이 날 때마다 미움을 닦아라. 새로운 미움을 만들지 마라. 어느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도 나와 똑같다. 행복하고 싶고, 행복할 가치가 있다. 용수 스님은 어느 누구를 만나든 네 가지 무량한 마음으로 볼 수 있도록 연습하기를 주문했다. 

“우리는 욕심 전문가예요. 질투 전문가죠. 미움 전문가입니다. 저요? 엄청난 욕심 전문가죠. 그런데 이상하죠. 욕심은 저절로 나는데, 자비심은 저절로 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당연해요.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이에요. 욕심 연습은 많이 했는데, 사무량심 연습은 많이 안 했어요. 우리가 연습을 해서 익숙해지면, 사무량심은 더 쉬워지고 더 저절로 됩니다.”

 

|  원숭이에게 일감을 주자

“소리명상을 할 때 풍부한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자꾸 생각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요. 편안하게 소리를 듣고 자각한다는 게 어렵습니다.”

둥글게 모여 앉아 한 사람씩 소감이나 질문을 하는 시간. 스님의 왼쪽에 앉아있던 한 참가자가 물었다. 용수 스님은 명상이 잘되고 있는 대표적인 징후는 내가 집중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라 답했다.

“처음에 명상을 배우면 ‘마음이 너무 산란하네, 명상하는데 생각이 왜 이렇게 많지?’ 하게 되는데요, 그게 아니에요. 항상 생각이 많은 거예요. 그전에는 마음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이 얼마나 어지러운지 알지 못한 거예요. 여러분들이 그런 경험을 한다면 스스로 축하하세요. 명상하고 있다고. 어, 산만했네. 또 생각에 끌려 다니네. 경험을 더 많이 할수록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알아차림의 힘이 커집니다.”

소감을 말하던 또 다른 참가자는 원수명상을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미워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자신이 싫었다고 했다. 그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참가자는 미워하는 대상에게 자비명상을 보내는 데 ‘내가 왜?’ 하는 저항감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스님은 쉬운 말로 답한다.

“그 저항감이 수행입니다. 미워하는 사람을 사무량심으로 용서하지 못해도 걱정하지 마세요. 미워하는 사람은 에베레스트예요. 북한산 먼저 타야 해요. 부담 가지지 마세요. 천천히, 쉬운 대상으로 먼저 하세요. 강아지 좋아하세요? 강아지를 대상으로 먼저 하세요. 강아지도 나와 똑같이 행복하기를…. 부모님, 친척, 모르는 사람, 어렵지 않죠? 천천히 연습해 보세요.”

한 참가자는 짧은 집중력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원숭이를 길들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마음이 원숭이라고 했죠. 명상은 원숭이에게 일을 주는 거예요. ‘원숭이야, 지금 들리는 소리를 들어보렴.’ 밍규르 린포체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원숭이에게 풀타임 잡a full-time job을 주지 말라’고요. 5분씩, 처음에는 짧게 일을 주는 거예요. 그럼 나도 원숭이도 행복해요.”

6주의 시간. 참가자들은 행복을 찾았을까. 삶은 행복과 불행이 번갈아 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둘 다 평등하게 받아들일 힘을 키우는 것. 행복이 와도 괜찮다. 불행이 와도 괜찮다. 용수 스님이 전했다.

“저는 행복할 때도 있고 행복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행복 안 해도 돼요. 그게 달라졌어요. 행복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서 더 행복해요. 더 만족스럽고요. 비결은 그냥 사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행복해지겠지’가 아니라 이미 우리는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면서, 깨어있으면서, 가장 따뜻하고 친절하게 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