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통신] 단호히 홀로 가라

2018-08-31     김성동

●    지방의 한 작은 암자에서 정진하고 있는 스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의 조계종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묻자, “휴….” 하는 한숨을 먼저 보였다. 출가한 지 20여 년이 넘는 스님은 조계종의 권력 구조와 거리를 두며, 수행해왔던 분이기에 비교적 솔직한 심경을 들을 수 있었다. 안거 기간이기에 바깥 외출을 삼가면서 홀로 정진하고 있었지만, 저 멀리 들려오는 승가공동체의 파열음은 예민한 촉수를 건드리고 있었다. 스님은 승가공동체를 걱정했다. 당신의 가족을 버리고, 모든 세속의 인연을 두고 온 곳이 바로 승가인데, 이 승가공동체가 세속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는 일이 가슴 아팠다. 스님은 도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승가 내 권력의 인연들이 갈수록 세속의 그것과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돈과 명리名利로 연결된 승가 내 인연의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승가 내 재물이 소수의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고, 그것조차 승가공동체에 귀속되는 것이 아닌, 개인이 명리를 위해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    이쯤이면 조계종의 승가공동체는 이미 붕괴에 직면한 셈이다. 이러한 승가공동체의 구조 안에서는 어떤 권력 체계가 나와도 돈과 명리의 논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생각해보면 1994년 조계종단의 개혁 이후 조계종 승가공동체는 승가교육과 전법을 위해 교육원과 포교원을 두어 제도의 착근을 이룬 반면, 승가 내 공동체 윤리인 계율 정신을 뿌리내리는 데 실패했고, 그 결과 승가 내 자본의 침투를 너무 쉽게 허락했다. 승가에는 돈과 명리를 좇는 이들이 압도하였고, 승가 내 대다수 구성원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내몰렸다. 종단은 공적 권력의 구도가 작동하지 않고, 사설 권력이 비밀스럽게 연결되었다. 사설 권력을 가진 이들은 은밀하게 사설 자본을 더욱 늘려나갔다. 이런 궤적은 세속의 그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하여, 승가 내 사설 권력들과 자본들은 자기 둥지를 만들면서 세속처럼 ‘공동체를 위한다’며 때론 다투고, 때론 야합하며, 때론 거래했다. 

●    문제의 출발은 승가 내 ‘사설 권력과 자본’이다. 자기 세력과 자기 울타리를 치면서 ‘공동체’와 ‘개혁’을 운운하는 이들은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과 대척해 있는 지점이 바로 ‘공적 권력과 승물僧物’이다. 종단 내 ‘사설의 권력과 자본’은 개인의 명리를 위해 종단 내 ‘공공의 권력과 승물’을 공격한다. 예컨대 이들은 공찰의 소득을 전체 승가공동체 구성원들의 수행과 전법을 뒷받침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그들의 사설 권력과 자본을 독점하는 데 사용한다. 이들은 종단 공찰의 공영화를 위한 법과 제도의 마련을 보이지 않게 훼방하고, 일부는 주춤거린다. 세속에서 공공의 재물이 이렇게 특정 개인과 세력들에게 집중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폭력적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런 인因과 연緣은 승가공동체 내 다수의 구성원들에게 승가공동체를 외면하게 만들고, 승가공동체에서 떨어져나가 개인적 인연으로 살아가게 한다. 탈종과 다양한 종파의 등장이 그것을 말해준다. 

●    공공성이다. 승가 내 모든 ‘사설 권력과 자본’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하며, 이를 위한 종법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 아주 어렵다. ‘사설 권력과 자본’과 연결된 수많은 인연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이 사라진 틈에서 삿된 인연들이 비집고 올라온 것이다. 이 ‘사설 권력과 자본’을 가진 이들에게 사방승물四方僧物과 현전승물現前僧物이 흘러가는 것을 막는다면,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큰 개혁의 첫 출발이 될 것이다. 많은 스님들이 여기에 동의하고 사부대중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나와 내 주변에 이 ‘사설 권력과 자본’과 연결되어 있다면, 그 인과 연을 자세히 살펴서 단호히 끊어야 할 것이다. 부처님의 경책이다. “삶의 길에서 자기보다 낫거나 동등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 단호히 홀로 가라. 어리석은 자와의 우정은 없다.”(담마빠다. 일아 스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