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영동 반야사

나의 안거

2018-08-28     김우진

나의 안거

안거의 계절입니다. 스님들은 음력 4월 보름 다음날부터 7월 보름까지 3개월 동안 함께 모여 수행 정진하는 하안거夏安居에 들어갑니다. 안거安居는 부처님이 계실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우기에 비를 피하기 위해 한곳에 머물면서 수행에 전념했습니다. 안거는 정진이면서, 나를 쉬게 하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더위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요즘. 마음을 챙기기 어려운 날씨가 지속될 때, 고요한 숲으로 들어가 마음 살피는 짧은 안거를 행해보면 어떨까요. 불광이 추천하는 고요한 절과 녹음 짙은 숲. 홀로 안거하기 좋은 곳입니다. 

 

01 가평 백련사  유윤정    
02 강릉 현덕사  유윤정
03 경주 기림사  김우진    
04 고성 화암사  유윤정
05 성주 심원사  김우진
06 영동 반야사  김우진 

사진 : 최배문

이곳에 머무는 동안 꼭 해야 할 7가지
충북과 경북의 경계. 백화산에서 흐르는 물줄기를 허리에 차고 아담한 절 반야사(주지 성제 스님)가 자리한다.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사세가 큰 절도 아니지만 반야사는 입소문을 타고 매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금의 반야사라는 이름은 조선의 세조 이후로 전해진다. 피부병이 있던 세조가 문수 동자를 만나 반야사 문수암 앞 석천에서 목욕을 하고 병이 나았다. 이에 감격한 세조가 문수보살의 지혜를 상징하는 반야를 어필로 하사했다. 한국전쟁으로 불탄 반야사는 20~30년 전부터 중건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조선의 왕도 쉬어간 곳. “특별할 게 없다”는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일학 스님의 이야기와 달리 반야사를 찾는 이들은 그 속에서 특별한 휴식을 경험한다. 무엇이 그 특별함일까. 방사에 적혀있는 ‘반야사에서 휴식을 위해 머무는 동안 꼭 해야 할 7가지’ 리스트에서 힌트를 얻었다. 

‘오직 나만 생각하며 혼자 걸어보기’ ‘밤하늘에 별을 10분 동안 봐주기’ ‘핸드폰 끄기’ ‘나뭇잎 만져보고 꽃향기 맡아보기’ ‘나무 껴안아 보기’ ‘아무 생각 없이 10분 이상 방바닥에 대자로 누워 있기’ ‘문수전 올라가 보기’

별 것 아니다. 어찌 보면 그저 사소한 행동이며,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소소한 일거리를 반야사에서 머무는 동안 해야 한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이것 이외에는 생각조차 안 해도 된다는 것. 잘하고 열심히 할 필요도 없는 이 일곱 가지만 하면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참가자들의 증언이며, 제대로 된 휴식이라는 말이다. 

방사에 적혀있는 7가지 리스트 중 가장 활동적인 ‘문수전 올라가 보기’와 ‘오직 나만 생각하며 혼자 걸어보기’는 반야사 둘레길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푯말을 따라 관음전으로 향하는 돌다리를 건너고 사람들이 쌓아올린 돌탑 사이를 지난다. 석천 옆으로 난 흙길과 이름 모를 풀꽃들이 가득한 숲길을 걸으며 온전히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보낸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들을 구경하며 산길을 따라 오르면 이내 문수전이 나온다. 벼랑 끝에 위치한 문수전 앞으로는 백두대간 줄기가 펼쳐지고 그 골짜기를 따라 굽이치는 석천이 장관을 이룬다. 

“이런 것들을 하시면서 저랑 차 한 잔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시면 됩니다. 배고프면 식사하시고, 졸리면 주무시고, 충분히 쉬고 난 다음 머물렀던 자리를 정리하세요. 그런 다음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일학 스님의 설명은 간단했다. 특별할 게 없는 이곳에서 스님은 사람들과 꼭 차담을 나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물으니 그마저도 특별할 게 없다는 스님. “사람 사는 이야기지요”라는 대답과 함께 스님은 대화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큰 의미가 없을 사소한 행동들이 반야사에서는 사소하지 않다. 골치 아픈 생각을 떨치고 싶을 때, 그냥 조금 쉬고 싶을 때, 혹은 아무 때라도 반야사의 특별히 사소한 일곱 가지 리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사진 : 최배문
사진 : 최배문

                      
_________________
영동 반야사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백화산로 652
043-742-7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