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통신] 명상과 안거

2018-08-20     김성동

12억 달러. 시장 조사 회사인 미국 ‘마켓데이터 엔터프라이즈’가 지난해 추정한 명상 산업 매출액이다. 모바일 앱 분석 회사인 센소타워에 따르면, 현재 유통되고 있는 미국 내 명상 관련 앱은 1,300개가 넘고, 명상 앱 중 가장 주목받는 헤드스페이스Headspace 앱의 회사 가치는 2억 5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로 중산층 중년의 고급 취미로 여겨졌던 명상 문화가 스마트 기술의 발달로 젊은 층들에게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몇몇 명상 앱은 유료로 전환하며 오프라인 강연과 연계해 명상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 명상 산업의 폭발적 성장의 이면에는 이전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계층에 셀 수 없는 스트레스 종류가 퍼져있다는 뜻이다. 일례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을 기준으로 세계 인구의 약 4%에 해당하는 3억2,200만 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05년에 비해 18.4% 증가한 수치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2016년)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는 성인 인구의 4.54%인 214만5,000여 명이지만, 실제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64만 명에 불과하다. 청년층의 우울증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2016년 국내 청년층 인구 10만 명당 우울증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4.7%로 전체 평균(1.6%)의 3배에 달했다.

● 붓다의 명상은 자기중심주의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인도 전통 요가수행자의 그것과 구별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요가수행자들은 명상을 하면서 세상에 대한 관심을 점점 줄여나갔지만, 싯다르타는 다른 모든 존재를 향한 완전한 자비심으로 자신을 넘어섰다. 싯다르타는 보리수 아래에서 매일 명상하며 모든 존재들에게 자애심과 연민심을 일으켰고, 함께 기뻐하며 공감하는 마음과 완전한 평정심으로 스스로를 진화시켰다. 때문에 명상을 개인의 심리치유의 시각으로 받아들이거나, 무한경쟁에서 오직 ‘나의 성장’을 위한 자기계발만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교의 명상과 구별되는 것이다. 붓다의 명상은 자기를 완전히 넘어선 무아無我에서 나온다. 

● 깨달음을 얻은 후 수많은 전법轉法과 안거安居를 이어갔던 붓다와 제자들이 머문 숲을 경전들은 이렇게 적고 있다. “도시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았으며, 사람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었지만, 평화롭고 한적했다.” 붓다와 제자들은 세상으로부터 은둔하지 않았으며, 수행 정진을 위한 고요한 지역의 공간 속에서 안거했다. 그때 붓다와 제자들이 숲에서 안거한 모습은 『금강경』 첫 장 「법회인유분」에 그대로 나타난다. 공양 때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사위성에 들어가, 차례대로 걸식하고, 공양한 뒤에 가사와 발우를 거두고, 발을 씻고, 자리를 펴 앉았다. 별다른 모습이 아니다. 깨달은 이들의 일상은 그러하다. 대주혜해 선사가 “어떤 수행을 하냐?”고 묻는 이에게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잔다”고 답한 뜻과 같다. 

● 2천여 명의 스님들이 하안거夏安居 중이다. 전법의 길에서 물러나 일상을 단순화시켰다. 출가수행자에게 전법은 온 삶을 바치는 행위이고, 재가자들에게 일은 온 삶을 바치는 행위다. 그 재가자들이 많이 아프다. 어떤 이는 아픔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며, 남을 해한다. 온 힘을 다해 일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있다. 그 속도가 매우 빠르고 위협적이다. 그만큼 명상 산업도 아주 가파르게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우리 불교인들은 이 변화의 파고 속에서 어떤 정견正見을 가져야 할까. 세상에 휩쓸리지 않으며 세상을 바라보고, 고요한 마음으로 모든 존재를 연민하며 나와의 관계를 통찰하는 것. 심리치유도 아니고, 자기계발도 아닌, 그 눈으로 잠시 나만의 안거에 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