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열반송

2002-02-25     관리자

[성철 스님 열반송]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 채로 무간 지옥에 떨어져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데
둥근 한 수레 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성철큰스님의 열반송입니다. 큰스님의 열반송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데, 그 중에서도 불교 아닌 일부 다른 종교인들께서 일방적으로 그 뜻을 왜곡하여 불교를 비방하는 재료로 쓰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불교는 구원이 없다, 죽을 때야 그 사실을 안 성철스님은, 그래서 죽으면서 그동안 제대로 몰라 남을 속인 것을 후회했다, 고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해석은 얼마나 어리석고 철없는 풀이인지 모릅니다. 불교를 조금만 알면 이런 해석은 나올 수가 없는 것인데도 그렇게 주장하시는 것은, 오로지 문자 그대로 단순히 받아 들이는 그 분들의 수준을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주의할 일입니다. 철스님 열반송의 뜻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저는 다음과 같이 받아들입니다.

먼저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 라는 대목은 당신의 한계를 인정하신 부분입니다. 전법이 얼마나 힘듭니까? 한 마디 말만 하면 오해는 또 얼마나 깊습니까? 그래서 부처님은 '나는 45 년 간 한 마디 말도 한 적이 없다'라고 까지 말씀하십니다. 따라서 이 말씀은 행여나 당신의 법문이 오히려 불성을 보는데 편견을 주고 걸림이 될까 우려하신 말씀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당신 스스로 점검 결과, 부처님과 같은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을 큰스님께서야 얼마나 중생들에게 오해를 주실 수도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살아 계실 때도 숱하게 '나는 늘 거짓말만 하는 사람', '내 말에 속지 마라'고 법문하셨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임종에 보니 내 허물이 많다는 겁니다. 참으로 수도자다운 솔직한, 그리고 겸허한 말씀인데, 이걸 이상한 분들은 이상하게 자꾸 해석합니다.

그리고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제대로 불법을 알려 드리지 못했으니 얼마나 그 허물이 크겠습니까? 저희들이야 그렇게 생각 안하지만(저희들은 사실 큰스님에게서 얼마나 큰 가르침을 얻었습니까!), 명색이 평생을 부처닙 법을 먹은 당신의 입장에서는 그 죄업이 하늘을 넘친다고 생각하시기도 하겠지요. 부처님 은혜를 제대로 갚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수미산을 지나친다...'는 대목은 바로 당신의 그런 탄식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 죄업으로 만약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엄청난 벌을 받는다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큰스님처럼 자신에게 철저하신 분의 입장에서는 그 정도는 오히려 약한 벌인지도 모르지요. 다만 내가 부처님 은혜를 갚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은 말할 수 없으니, 그 한이 갈래갈래 사무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본래면목은 변함이 없습니다. 내가 깨치든 못 깨치든, 내가 바른 법을 전했건 못했건, 그리고 무간 지옥에 떨어지든 천국에 있든 나의 본래면목은 언제나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본래 우리는 不生不滅이요 本自淸淨한 것 아닙니까? 그러므로 회한 사무친 채 내 비록 열반에 들지만, 나의 찬란한 본래면목(一輪)은 늘 저 푸른 산(法界)에 언제든 광명을 발하며(吐紅) 영겁토록 걸려 있는 것이지요(掛碧山)...

그러므로 '둥근 한 수레 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라는 대목은 언제나 변함없는 나의 불성, 그리고 큰스님의 깨달은 경계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큰스님 열반송의 경계가 이러함에도, 수행자의 분상에서 겸허하고 안타까운 마음에서 말씀하신 내용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큰스님도 후회한, 구원이 없는 불교'라는 식으로 아직도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을 볼 때, 우리 불자들이 좀더 정신 차려 열심히 공부하고 부처님 법을 더욱더 여실히 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