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제자 이야기] 스승앞에 겸손했던 목건련

신통력을 지녔지만, 끝내 스승앞에서 겸손했던 목련 존자

2018-06-28     이미령
남양주 봉선사 지장전 벽화, 나복은 기사굴에서 대목건련이라는 불명을 받고 부처님 제가가 되었다. © 최배문

|    목련은 무조건 옳다

사리불과 목련은 같은 날에 태어났고, 같은 날에 진리를 찾아 집을 나섰으며, 같은 스승 아래 수행을 했고, 같은 날 영원한 진리의 스승 부처님에게 나아가 제자가 됐습니다.

두 사람은 똑같이 바라문 집안이었고, 부유했으며,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사리불은 여덟 형제(혹은 일곱 형제) 가운데 맏이였고, 목련은 외아들이라는 점만 달랐습니다. 두 사람은 마을 축제일에 나섰다가 인생의 덧없음을 절감합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더 이상 세상일에 휘둘려서 살지는 말자고 결심합니다. 진리를 찾아 길을 나서기로 결심한 뒤에 일단 각자 부모에게 허락을 받고 오자고 약속합니다.

사리불 집안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자식들이 많았지만 맏아들 사리불을 향한 부모의 기대는 엄청났기 때문입니다.

“설령 죽어서 헤어진다고 해도 우리는 너와 이별할 생각이 없다. 하물며 이렇게 살아서 너와 헤어진다니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

부모가 허락하지 않자 사리불은 식음을 전폐하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결국 친지들이 모두 나서서 그의 부모를 설득했지요.

“그냥 보내주세요. 저러다 죽으면 어쩌시렵니까? 지금은 출가하고 싶다고 저리 고집 피우지만 분명 오래지 않아 돌아올 것입니다. 그러니 허락해주십시오.”

사리불의 부모는 아들이 틀림없이 출가수행자의 삶에 환멸을 느껴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품고 아들의 출가를 허락합니다. 

반면, 그의 절친 목련의 집안은 어땠을까요?

“부모님께 어려운 청을 드립니다. 출가하고 싶습니다. 제발 허락해주십시오.”

목련 존자의 부모님도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만 같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뜻밖에 그 부모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게 하거라. 우리는 출가하고 싶다는 네 뜻을 꺾을 생각이 없다.”

출가라는 것이 경치 좋은 곳으로 소풍을 가는 일도 아닐 텐데 목련의 부모는 너무나 쉽게 허락을 해버립니다. 목련은 부모가 내놓은 자식이기라도 하다는 말일까요? 정반대입니다. 그는 매우 신중하고 사려 깊은 성격이고 한번 결심하면 해내고야 하는 우직한 성품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평소 그의 부모는 집안 식솔들에게 이렇게 말해두었습니다.

“콜리타(목련의 아명)가 하려는 일은 절대로 막거나 말리지 말라. 이 아이가 하자는 대로 하여라.”
아들이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며, 그를 낳은 부모가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리불 존자가 부모의 극진한 애정 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면 목련 존자는 애정뿐만 아니라 부모의 전적인 신뢰까지 받으며 자라났습니다. 

『불본행집경』 제47권의 이 일화 하나만 가지고도 목련 존자의 됨됨이가 느껴집니다. 그는 매우 부유한 바라문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어찌나 재물이 많았던지 하늘의 신이 사는 궁전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화려한 저택에서 지냈습니다. 게다가 생김새가 단정하고 보기 좋아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았으며, 공부도 아주 열심히 해서 지식도 풍부했을 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훌륭하게 가르쳐줄 정도의 인재였다고 경에서는 말합니다. 경전 속에서 존재감이 조금은 미미한 신통제일 목련 존자는 이런 인물이었습니다.

 

|    신통력이 가장 뛰어난 제자였지만

목련은 부모에게서 출가 허락을 쉽게 받았지만 사리불은 7일이나 굶으면서 투쟁을 벌인 끝에 허락받았습니다. 그러니 목련은 사리불이 허락을 얻기까지 7일을 기다린 셈이 됩니다. 이후 두 사람은 산자야 벨랏티풋타라는 사상가의 제자로 살다가 앗사지 장로의 안내로 부처님을 뵙게 됩니다. 그런데 지혜롭기로 으뜸간다는 사리불은 15일이나 지나서 아라한이 된 반면, 목련은 7일 만에 아라한이 됩니다. 사리불 존자가 워낙 꼼꼼하고 치밀하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이 더 걸린 것이지 목련 존자에 비해 지혜가 낮기 때문은 아니었다고 주석서에서는 설명합니다. 

두 사람이 부처님의 우두머리 제자로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것은 아마도 데바닷타와의 일화가 아닐까 합니다. 데바닷타가 화합승단에 반기를 들고서 갓 출가한 비구 500명을 이끌고 나가자, 그를 찾아가 저들을 설득해서 다시 데리고 온 사람이 바로 사리불과 목련입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사리불과 함께 제자 500명을 거느리고 모처럼 부처님을 뵈러 왔습니다. 조용하던 승원이 갑자기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방을 배정받느라 야단법석이었기 때문입니다. 늘 조용히 선정에 들어 계시는 부처님은 이 소음을 두고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처럼 시끄럽다’고 야단을 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저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 떠나라고 일러라.”

설마…. 부처님을 친견하기 위해 먼 길을 온 500명이나 되는 수행자들과의 면담은 이렇게 보기 좋게 거절당했습니다. 부처님의 우두머리 제자인 사리불과 목련은 스승의 뜻을 따라 그 자리에서 다시 짐을 챙긴 뒤에 500명의 제자를 이끌고 사원을 나섭니다. 그런데 이 사정을 들은 석가족 사람들의 요청으로 부처님은 제자들을 다시 불러들이십니다. 그리고 사리불과 목련에게 자신이 수행승들을 내쫓은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습니다. 사리불은 대답했습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고요히 지내면서 현세에서의 행복한 삶을 누리고 계신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목련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세존께서 지금 고요히 지내면서 현세에서의 행복한 삶을 누리고 계시니, 사리불 존자와 내가 승가를 잘 보살피고 거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질책하시고, 목련에게는 ‘참으로 훌륭하다. 나나 사리불, 목련이 승가를 이끌 것이다’라고 찬탄하십니다. 스승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그 빈자리를 대신하려는 목련 존자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부처님은 두 사람을 가리켜서 중생의 부모라고 까지 찬탄하셨지만, 사리불 존자에 비해 목련 존자의 위상은 또렷하지 않습니다. 목련 존자가 부처님 앞에 단독으로 나선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먼저, 웨란자 도시에 지독한 기근이 들었을 때의 일입니다. 먹을 것을 얻지 못하자 승가 전체도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부처님도 예외가 아니어서 끝내는 말의 사료로 쓰이는 보리를 드셔야했을 정도입니다.

이때 신통력을 지닌 목련 존자는 땅속 깊은 곳에 최고로 맛있고 영양 있는 먹을거리가 있음을 알고 있었지요. 땅 속을 평지처럼 오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터라 대중들을 데리고 가서 저 훌륭한 음식을 먹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통력을 스승의 허락 없이 함부로 구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서 땅 속의 진미를 비구들에게 제공하고 싶다며 허락을 구합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거절하십니다. 훗날 목련 존자처럼 신통력이 뛰어난 수행자가 없는 시절이 되었을 때 이런 고난이 닥치면 어찌하겠느냐는 것이지요. 그는 부처님의 뜻을 따라 여느 사람들과 똑같이 굶주림을 견디기로 합니다. 맛 좋고 영양 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다른 수행자들과 함께 쫄쫄 굶어야 했던 그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목련 존자의 신통력이 부처님에게 거절당한 일은 또 있습니다. 부처님의 고향인 카필라바스투가 코살라국 위두다바 왕에게 침략 받을 때의 일입니다. 조국의 멸망을 눈앞에 둔 부처님의 심정은 참담했을 것입니다. 그런 스승의 마음을 헤아린 목련 존자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제가 신통력으로 석가족을 감춰버리겠습니다. 그러면 침략자들의 공격에서 안전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부처님은 그런 목련 존자의 고마운 제안을 대번에 거절합니다. 석가족이 지은 악업에 따른 당연한 결과인데, 누군가 지은 업을 그대가 감출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시면서 말이지요. 

목련 존자는 조용히 물러납니다. 아직은 사람의 몸을 지니고 있는 스승이신지라 그 신변에 일어나는 일들은 세상 사람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목련은 스승의 심정을 헤아리며 함께 아파하며 벗어날 길을 제안하지만 끝내 스승 앞에서 겸손했습니다. 훗날 타 종교인들의 잔혹한 폭행으로 목숨이 끊어질 위험에 처하지만 “왜 신통을 부려서 피하지 않았느냐”며 안타까워하는 절친 사리불 존자에게 “내가 지은 악업에 따른 과보일 뿐”이라며 담담히 삶을 마치는 목련 존자입니다.                        

                                                       
          

이미령
불광불교대학 전임교수이며 불교칼럼리스트이다. 동국대 역경위원을 지냈다. 현재 YTN라디오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과 BBS 불교방송에서 ‘경전의 숲을 거닐다’를 진행하고 있다. 또 불교서적읽기 모임인 ‘붓다와 떠나는 책 여행’을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고맙습니다 관세음보살』, 『간경 수행 입문』, 『붓다 한 말씀』, 『사랑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