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살행론]절망을 자신감으로 변화시키는 정진바라밀

2018-05-30     재마 스님
그림 : 재마 스님


낙담하지 말고 지혜와 공덕을 쌓고 억념과 정지를 통해 자제력을 기르고 나와 남을 동등하게 여기고 나와 남을 바꾸는 수행을 하라.(7:16) 절망과 피로를 쫓아주는 보리심이라는 수레를 타고 기쁨에서 기쁨으로 나아가시는 분들을 마음에 잘 새긴다면 누군들 낙담하겠는가.(30) 나는 자신과 남들을 위해 많은 공덕을 쌓아야 하나니 따라서 단 하나의 공덕이라도 겁의 바다가 다하도록 익숙해지게 하며 쌓으리라(35)

 


정진은 자신감의 뿌리입니다. 자신감이라는 뿌리는 선善을 열망하는 것과 기쁨에서 깊이 뻗어나가 행복이라는 열매를 맺게 합니다. 또한 이 뿌리가 깊이 내려 있어야 번뇌와 악습이라는 바람이 불어올 때도 흔들리면서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객진번뇌와 악습이라는 바람을 어떻게 해야 잘 맞이하고 보낼 수 있을까요? 샨티데바 스님은 버림이 자신감을 얻게 하는 네 가지 힘 중에 하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번뇌(āsava)를 어떻게 손님으로 접대할 수 있을까요? 나를 물들여 얼룩지게 하고, 흉터를 남기고, 자신감을 꺾어버리는 것 같은 적을요. 이 적은 내부에 있는데, 우리는 늘 외부에 있다고 믿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를 심층심리학에서는 그림자(shadow), 분석심리학에서는 콤플렉스complex라고 하는 등의 단어로 이야기합니다. 내가 원하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은, 감춰지고 잠재된 여러 모습이 어떤 상황이 되면 불쑥 튀어나오는 경험을 해 보신 적은 없나요? 가장 쉽게 드러나는 것은 분노나 원한, 혐오와 적개심, 질투나 시샘 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 교묘하게 내 것이 아니라고 다른 누군가의 것으로 보고, 대상을 비판하고 판단하고 험담하며 모욕감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번뇌들의 바탕엔 ‘자만自慢과 어리석음, 탐욕’이라고 하는 마음의 어두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때 상대방이나 대상을 탓하며 뜨거운 열망과 순수한 기쁨을 아주 쉽게 잃어버리진 않나요? 번뇌가 찾아오면 어느새 굴복되어 자신감을 잃고 낙담하진 않나요? 심하면 절망이라는 악습에 이르러 포기하진 않나요?

그래서 샨티데바 스님은 낙담하지 말고 지혜와 공덕을 쌓으라고 합니다. 그중에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검토하여 그것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아야 하며, 할 수 없는 것은 시작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47)고 하셨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자신과 자신의 상태를 바로 아는 것이 지혜입니다. 대상을 통해 경험하는 것이 내 것인지 상대방의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자신을 알고 있을 때 가능합니다. 깨어 있고 정진하는 이라면 대상이 자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준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비방과 험담을 자연스럽게 버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참된 버림이고 이는 자기를 하는 지혜에서 생겨납니다.

무엇보다 샨티데바 스님께서 강조하신 것은 우리 모두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아 주신 것인데요, “모기 파리 등에와 같은 하찮은 벌레들이라도 정진의 힘을 일으키면 얻기 힘든 위없는 보리를 얻을 수 있고(18), 인간으로 태어나서 선과 악을 구별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버리지 않는다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19)”고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흔히 모기나 파리처럼 하찮게 여기는 이들은, 사람들은 없는가요? 도저히 한 상에서 밥을 먹을 수 없고, 불결하게 보여 나를 오염시킬 것 같아 분리를 하고 멀리 떨어져야 할 것 같은 존재들은 없는가요? 혹은 내가 마치 벌레나 모기처럼 여겨진 때는 없었나요? 사회와 국가에서는 범죄를 저지르고, 누군가에게 해를 가한 사람들이라는 판정을 받은 사람들에게 교정이라는 이름으로 벌을 주며, 격리를 하고, 교화를 시킵니다. 그것이 자칫 우리의 세상에서 그들을 분리시키는 폭력이나 또 다른 가해는 아닌지 숙고해볼 필요는 없을까요? 우리가 벌레처럼 혐오감을 느끼는 존재들도 위없는 보리를 얻을 수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우리는 믿고 있을까요? 모든 생명, 유정무정들 모두 일체종지를 이루기를 진정 바라고 계신지요?

우리 모두 어린 시절부터 억념과 정지를 통해 자제력을 기르는 방법을 배우고 익혔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지금 여러분의 몸과 마음의 상태는 어떠신가요? 몸의 어느 부분에서 감각이 느껴지시나요? 어떤 감각이 알아차려지시나요? 또 어디가 불편하시거나 아픈 곳은 없으신가요? 편안하고 기분 좋은 곳은요? 

마음의 날씨와 풍경은 어떤가요? 흐리면서 비바람이 부는 것 같은가요? 안개가 가득 낀 것처럼 모호하신가요? 맑고 쾌청하신가요? 아니면 따분하신가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요? 생각이 일어나면 생각을 쫓아서 따라가시나요? 또 다른 생각이 일어나면 그것을 또 따라가시나요? 생각의 흐름들을 지켜보실 수 있는가요?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진 다음의 공백을 느끼시는가요? 생각과 생각 사이의 텅 빈 공간에서의 느낌은 어떠신가요? 생각과 생각 사이의 텅 빈 공간을 얼마나 자주 느끼시나요? 

들숨과 날숨은 어떻게 여러분에게 들어왔다가 떠나는가요? 어떤 알아차림이 있으신가요? 이런 질문에 따라 스스로 답을 해보는 것은 자신에 대한 자각의 힘을 높여주고, 자제력을 키우며, 자신에 대한 통찰을 가져옵니다. 바로 지혜를 자라게 하는 방법이며, 지금 이 순간 현존하는 능력으로 자신감이 생깁니다. 

여기에 더해서 샨티데바 스님은 ‘나와 남을 동등하게 여기고, 나와 남을 바꾸는 수행을 익히라’고 하십니다. 만약 이런 수행을 익혔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떻게 진화해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여러분과 동등하게 여기는 분들이 얼마나 계신가요? 어떤 사람들은 나보다 나아 보여서 부러워하거나 좋아하며 존경하고, 어떤 사람들은 나보다 못나 보이고 열등해 보여 무시하거나 미워하며 싫어하진 않나요? 그런데 모든 존재는 폭력과 고통을 싫어하는 점과 행복과 사랑을 주고받기를 원하는 점에서 평등합니다. 또한 모든 존재는 깨달음의 씨앗(佛性, 本性)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등합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이와 나를 동등하게 여길 수 있을까요? 샨티데바 스님은 나와 남을 바꾸는 수행을 해보라고 권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누군가와 바뀌었으면 하는 상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동화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하고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가 종종 등장합니다. 우리도 동화의 주인공처럼 상상을 통해 모험과 탐험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내가 되고 싶은 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와 나를 바꾸어 내가 그 사람으로 생활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그분이 나의 삶의 현장으로 들어와 생활하는 것을 상상으로 지켜봅니다. 어떤 경험을 할지는 해보아야 알겠지요.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고, 그 사람도 나와 같은 고통과 슬픔을 경험하는 사람이라는 통찰이 올 수 있습니다. 또는 내 삶이 그다지 불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음으로는 내가 싫어하고 이해하기 힘든 사람 한 사람과 나를 바꾸어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의 삶의 현장과 조건들을 보고 들어 내가 몰랐던 부분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익숙해지면 나에게 해를 가했던,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한 사람과 나를 바꾸어 봅니다. 이것은 상상으로 하는 것이니 용기를 내어 시도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이 되어 본다는 시도 자체가 수희찬탄할 일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의 조건과 환경을 알고 이해하게 되는, 자신의 마음 그릇이 넓어지거나 확장된 것을 경험할지도 모릅니다. 이제 용서를 선택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절망과 피로를 쫓아주는 보리심이라는 공덕을 쌓는 기쁨을 은밀하게 누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변화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현실로 돌아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유와 지혜를 낳는 현존의 시간을 매일 가져보시기를 권합니다. 3분부터 시작해서 시간을 늘려 가시면서 경험한 것을 적어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상상명상으로 정진의 문을 열어보시기를 초대합니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과 자신을 바꾸어보고 그 경험을 적어봅니다. 마찬가지로 싫어하고 무시하는 이와 자신을 바꾸어보고 그 경험을 적어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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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마 스님과 함께 소마로 떠나는 사무량심 명상여행  
일시: 5월 29일 - 7월 3일(매주 화, 6주)
기본과정 pm2:00 - 4:30, 심화과정 pm6:30 - 9:00
장소: 서대문구 홍은2동 188 - 16 현성정사 
문의: 010-8927-7359 

          

재마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아사리로 중앙승가대학교 불교사회과학연구소에서 불교의 사회참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움직이는 법당, 춤추는 절을 꿈꾸며 소마명상여행을 이끌고 있다. 또한 종교를 초월해 마음비추기 피정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완화의료병동에서 영적돌봄 봉사를 하고 있다. 박사 논문으로 「사무량심의 가치 재발견과 체화프로그램 개발연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