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제자 이야기] 어머니의 은혜갚고자 했던 목건련

존재감이 미미한 또 한 분의 상수제자

2018-05-30     이미령
목련구모도目蓮救母圖, 순천 송광사 지장전 벽화, 1986년 조성. 사진제공. 송광사

|    아들도 알아보지 못한 아귀, 목련 존자 어머니

목련 존자가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아라한이 되었다는 말은 번뇌를 완전히 끊어버렸다는 뜻도 되지만 보통 사람은 갖추지 못하는 신통력을 다 갖추었다는 말도 됩니다. 목련 존자는 어느 날 어머니를 떠올렸습니다. 성자가 되자 어머니 은혜를 갚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어나 가만히 마음을 기울여 어머니 계신 곳을 찾아봅니다. 천상 여러 곳을 살폈습니다. 어머니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인간세상을 다 찾아보았습니다. 역시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아귀세계를 살펴보는데, 저런….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어머니가 그 아귀세계에 머물러 계시는데 그 모습이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너무나 굶주려 바짝 말라 있었고, 먹을 것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목련 존자는 슬피 울면서 발우에 밥을 담아 굶주린 어머니에게 가져다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아들을 알아보지도 못했습니다. 허겁지겁 그 손에 든 발우를 낚아채서 밥을 움켜쥐고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밥을 입에 넣는 어머니는 이내 비명을 지르며 발우를 내던졌습니다. 입에 밥을 넣는 순간 밥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덩이로 변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굶주림에 시달린 어머니에게는 한 톨의 밥알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한 방울의 물조차도 그 목을 태웠습니다. 배가 고파 몸부림을 치면서도 눈앞의 밥과 물을 삼킬 엄두를 내지 못하는 중생–이것이 부처님의 상수제자인 신통제일 목련 존자의 어머니였습니다.

그는 어머니의 고통을 지켜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부처님께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이 모습을 자세히 말씀드린 뒤에 행여 이런 아귀지옥의 괴로움을 벗어날 길은 없는지를 여쭈었습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의 어머니는 죄의 뿌리가 깊고도 깊다. 그대가 비록 효성이 지극한 것으로 이름이 온 세상에 알려졌다 해도 그대 한 사람의 힘으로 저 어머니를 구제할 길이 없다.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신들도 도울 수 없고, 오직 시방의 여러 스님들의 위신력을 얻어야 아귀지옥에서 그대의 어머니는 벗어날 수 있다.”
해마다 음력 7월 15일 우란분절(백중)이면 우리나라의 모든 사찰에서 들려주는 『우란분경』 이야기입니다. 

목련 존자는 부처님의 우두머리 제자입니다. 사리불 존자와 나란히 모든 이들의 부모가 될 만한 구도자라는 칭찬을 부처님에게 받은 분이지요. 그런데 이런 목련 존자에게 이렇게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는 사실에 절로 목이 멥니다. 

이 세상에 자식 없는 사람은 있어도 부모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게다가 부모를 향한 그리움은 언제나 한발 늦게 찾아오니 사람들은 뒤늦게 보은의 길을 찾아 발을 동동 거리지요. 

아라한을 이룬 목련 존자는 어머니 은혜를 갚으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 자신이 저지른 악업이 너무나 깊고도 커서 아라한마저도 어찌할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우란분경』에서 부처님은 시방의 법다운 스님들에게 기대야만 어머니를 구제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며, 시방의 대덕스님들에게 법다운 공양을 올리도록 권합니다. 

목련 존자는 말씀대로 했고, 아귀도에 떨어져 괴로워하던 그의 어머니는 아귀도를 벗어났습니다. “목건련의 통곡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그의 어머니도 그날로부터 1겁 동안 아귀도의 고통에서 벗어났다”라고 『우란분경』은 말합니다. 참 잘 됐습니다. 온 세상의 자식들은 이 대목을 들으면 자기 일처럼 기뻐하면서, 행여 자신의 부모님에게도 그런 화가 미칠까봐 서둘러 대중공양을 올리거나 천도재를 올립니다. 이제, 불자들은 부모님 은혜를 갚을 수 있어 다행이라 여깁니다. 

목련 존자는 이렇게 효행의 상징입니다. 저 멀리, 저 높이 고매한 경지에 머무른 성자가 아닌, 이미 아귀도에 떨어진 극악한 어머니를 구하려고 ‘체통도 없이’ 눈물 바람을 뿌리며 다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한 어미의 아들인 아라한으로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    목련의 어머니는 정말 아귀였을까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감동적인 이야기가 어쩐지 서걱거리며 다가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의문이 솔솔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실화일까?

정말 목련 존자의 어머니가 살아생전 그토록 극악했단 말일까? 

아라한인 목련 존자가 정말 아귀도에 떨어진 어머니를 보고 대성통곡을 했을까?

『불설우란분경』이나 이 경의 다른 번역본인 『불설보은봉분경』, 『목련경』과 같은 경에 이렇게 쓰여 있고, 이런 경이 번역되기 시작한 4세기 이후부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경 속 이야기를 믿어 의심치 않고 지송되어 왔으니, 목련 존자의 효행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려니 겁이 좀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초기경전인 니까야에서는 목련 존자의 어머니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주석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리불 존자의 어머니나 그의 형제자매에 관한 이야기는 등장하지만, 그에 비해 목련 존자의 가족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습니다. 그런데 목련 존자의 어머니가 극악무도하고 인색하기 짝이 없는 성품의 여성이었다는 말은 대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을까요? 그리고 그런 어머니가 아귀도에 떨어지고, 그 어머니를 아귀도에서 찾아내서 지옥을 벗어나게 했다는 이야기는 어쩌다 우리에게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게 되었을까요?

그러다 『찬집백연경』을 읽었을 때 뭔가 찌릿하게 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경의 「아귀품」에서 우리가 우란분절 목련 효행과 관련해서 익히 들어왔던 내용들을 무더기로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 경에는 아귀와 관련해서 10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대체로 목련 존자가 아귀들의 고통을 목격하고 저들의 그 인연담과 그곳에서 벗어날 길을 부처님께 여쭈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그런데 하나 같이 목련 존자 어머니 이야기와 내용이 거의 같습니다. 다만, 아귀도에서 고통받는 여인은 목련 존자의 어머니가 아니라 다른 여인들이며, 그 여인들이 전생에 인색했던 행실은 우리가 들어왔던 목련 존자 어머니의 행실과 아주 비슷한 것이 더 놀랍습니다.

만일 정말 목련 존자의 어머니가 그렇게 극악한 존재였다면 이 『찬집백연경』에 등장해야 맞지 않을까요? 목련 존자는 다른 이의 어머니를 가여워하기 이전에 자기 어머니부터 먼저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여기에서 목련 존자 어머니는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지혜제일 사리불 존자의 절친이자, 부처님에게서 신통제일이라 칭송을 받았던 목련 존자. 사리불 존자와 늘 함께 이름이 거론되지만, 그 자신의 행적에 대해서는 그리 뚜렷한 내용을 남기지 않는 존자. 신통제일이어서 악업에 따른 괴로운 과보로 고통받는 중생들을 자주 목격하던 존자였습니다. 인간이 아닌, 귀신이나 비인非人의 존재를 많이 목격하는 성자였고, 그리고 과묵하고 신중한 성품이어서 언제나 부처님 앞에 나아가 자신의 목격한 바를 고하고 말씀을 청해 듣는 상수제자였습니다. 그 자신도 저들이 지난 생에 지은 악업 때문에 고통받는 줄을 알고 있었지만, 부처님께 나아가 공손히 그 까닭을 여쭌 것은 부처님의 법문을 통해 중생들로 하여금 악업을 멈추게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이런 정황들이 서로 맞물려서 그만 존자 자신의 이야기로 각색된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성자의 어머니가 아귀지옥에 떨어졌다는 드라마틱한 구도와, 인간의 감정을 이미 훌쩍 넘어선 아라한이 어머니를 향한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며 그 방법을 찾아 애를 태웠다는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에게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고 책려하기에 다시 없이 좋은 소재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불교 역사상 가장 억울한 인물이 목련 존자 어머니일 겁니다. 아들을 훌륭하게 낳고 기른 ‘죄’로 어머니가 아귀가 된 셈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 추측이 잘못되었다면 알려주십시오. 경전과 여러 불교 문헌을 폭넓게 대해온 분들의 고견을 기다립니다.                                                  

          

이미령
불광불교대학 전임교수이며 불교칼럼리스트이다. 동국대 역경위원을 지냈다. 현재 YTN라디오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과 BBS 불교방송에서 ‘경전의 숲을 거닐다’를 진행하고 있다. 또 불교서적읽기 모임인 ‘붓다와 떠나는 책 여행’을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고맙습니다 관세음보살』, 『간경 수행 입문』, 『붓다 한 말씀』, 『사랑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