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견문록]태국 마음치유도야센터 탐방기

삶으로 들어가는 명상 여행

2018-05-04     오용석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에서는 2018년 2월 1일부터 6일까지 태국의 명상 센터와 대학 등을 탐방하였다. 본 글은 탐방단의 일원으로서 동행하며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적은 것이다. 본인에게 있어 이번 탐방은 명상수행과 관련하여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래서 명상 여행이라고 이름 붙여 보았다. 함께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주신 마음인문학연구소 교수, 연구원 그리고 태국의 담마까야 사원(Wat Phra Dhammakaya, 法身寺), 마하출라롱콘불교대학(Mahachulalongkorn Buddhist University), 왓 아소카람Wat Asokaram, 룽 아룬 스쿨Roong  Aroon school 등의 관계자분들과 안내하여 준 도우미 분들의 깊은 친절에 감사를 드린다. 이름을 일일이 기재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양해를 구한다.

 

사진 : 오용석, 왓아소카람

현대와 같은 고도의 물질문명 사회 속에서 ‘명상’은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세계의 유명한 연예인과 기업가 그리고 정치인들이 요가와 명상에 심취하는 모습은 유행처럼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명상은 무엇을 이루기 위한 길이 아니라 오히려 비우고 버리는 길과 가깝다. 유명한 연예인, 기업가들이 명상을 해서 그러한 업적을 성취했다하기 보다는 그들이 성취한 삶 속에 명상을 가져오면서 그들의 삶이 더욱 고결해지고 아름다워졌다고 할 수 있다. 명상은 우리 삶 속에서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을 나름의 방식대로 꽃피우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자세와 동력에 가깝다.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명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태국은 불교의 나라이면서 명상의 나라이다. 그러나 태국 역시 많은 사회적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점을 보면서 명상만이 우리 삶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방문한 곳마다 명상에 대한 독특한 이해와 적용 방식이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전통을, 다른 곳에서는 개혁적인 것을 강조하고 있었으며 또 다른 곳에서는 삶 속의 명상을 보여주었다. 

사진 : 오용석, 담마까야
사진 : 오용석, 담마까야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담마까야 사원(Wat Phra Dhammakaya, 法身寺)이다. 이곳에서 제시하고 있는 명상법은 담마까야(法身) 명상법이다. 큰 스승의 개인적인 법신 체험으로부터 유래하였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남자는 오른쪽 콧구멍(여자는 왼쪽), 오른쪽 눈(여자는 왼쪽), 오른쪽 눈의 안쪽 지점(여자는 왼쪽), 입천장, 목구멍, 배꼽, 배꼽 위 지점을 숫자를 세면서 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두는 일곱 번째 지점인 배꼽 위 부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곱 번째 지점에서는 수정, 광명 등을 이용하여 니밋따(nimitta, 닮은 표상)를 떠올리도록 하고 있었으며 보조적으로는 만트라를 병행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이미지를 통한 이완 작용을 강조하였다. 나는 명상을 안내해주는 스님에게 담마까야 수행이 어떠한 경전이나 논서에 근거하고 있는지, 큰스님의 인가認可와 수행의 목표 등과 관련된 내용을 여러 번 물었지만 명확한 근거나 설명을 듣지 못하였다. 우리에게 명상을 안내한 스님은 그저 경전에 근거하고 있으며, 큰스님의 체험에 의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들의 설명을 종합하여 보면 담마까야 수행법은 기본적으로 사마타적인 수행방법으로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새롭게 제시된 명상법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대승불교의 법신法身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점, 태국의 전통적인 불교와 맥을 달리한다는 점, 청결·정직·조직력·친절 등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명상을 강조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 현재 150만 평 부지에 3천여 명의 스님들이 주석하고 있으며 수십만 명이 함께 명상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원봉사와 기부를 강조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마하출라롱콘 불교대학(Mahachulalongkorn Buddhist University, MCU)을 방문하였다. 이곳은 출라롱콘(Chulalongkorn, 1853~1910) 국왕에 의해 1887년 설립된 승가대학이다. 2013년 국제불교학부(International Buddhist Studies Colleag, IBSC)가 개설되었고 이곳에는 동서양의 다양한 나라에서 건너온 스님들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1,700여 명의 스님들이 수학하고 있으며 일정 기간 명상수행을 하는 것을 공부의 과정 중에 포함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IBSC 내에 대승불교 연구 센터가 따로 있을 정도로 대승불교에 관한 관심과 지원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명상수행은 『대념처경(大念處經, Mahāsatipat.t.hāna sutta)』에 근거하여 지도하고 있었다. 나는 태국의 빈부격차 문제에 대하여 스님들이 가진 시각이 궁금하였고 함께 토론할 때 이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스님들은 누구나 명상을 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그 문이 열려있음을 강조하였으나 사회 문제에 대하여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수코타이에 있는 왓 아소카람Wat Asokaram이다. 이곳은 엄격한 계율과 전통을 강조하는 담마윳Dhammayut을 대표하는 사찰로서 1955년 아잔 문(Ajahn Mun, 1870~1949)의 제자인 아잔 리 담마다로(Ajahn Lee Dhammadharo, 1907~1961)에 의해 설립되었다. 현재는 200여 명의 비구와 110여 명의 매치(Mae chi, 여성 수행자)가 상주하고 있다고 한다. 주된 수행방법은 『대념처경(大念處經, Mahāsatipat.t.hāna sutta)』에 근거한 출입식념出入息念을 위주로 하며 초보자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코끝에 호흡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과 걷기 명상 등 일상에서 동작을 알아차릴 것을 가르치고 있다. 이곳의 사리탑은 두타행頭陀行 13가지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졌으며 부처님의 사리舍利와 아잔 문의 제자들 28명의 좌상과 사리가 모셔져 있다. 그러나 담마다로 스님의 시신은 아직 화장하지 않고 관에 넣어 법당에 모셔져 있었다. 이 사찰에서 큰스님이 출현하면 그때 화장할 것이라고 한다.

사진 : 오용석, 룽 아룬 스쿨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룽 아룬 스쿨Roong Aroon school이다. 이곳은 불교의 삼학三學과 팔정도八正道를 기본 교육이념으로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운영되고 있다. 1997년 방콕 인근 지역에 세워진 일종의 대안 교육을 지향하는 곳으로 93,000㎡나 되는 자연환경 속에서 전인全人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모든 수업은 명상의 집중과 알아차림을 기초로 진행되고 있었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교육을 담당했던 선생님들과 대화해보았는데 놀랍게도 교사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자질을 명상에 대한 이해와 체험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모든 수업은 명상을 직접 강조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명상의 원리를 학생들이 터득해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곳에서는 모든 아이가 요리와 설거지를 스스로 해내고 있었으며 도예, 그림, 목공, 수학, 과학, 영어, 농업, 생태학 등의 다양한 과목도 이루어지고 있다.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나무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조금 위험해 보이는 놀이를 선생님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학부모가 직접 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학교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모습, 아이들의 밝은 웃음과 활력, 그리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학교생활 속에서 명상의 원리를 터득해나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선생님들 등을 보면서 이들이 어떠한 모습의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지 궁금해졌다. 머릿속에 ‘명상하는 사회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나는 이곳에서 평생 헌신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직접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명상이란 무엇인가요?” 하고 물었다. 유치원 교장 선생님은 명상은 삶 속에서 매 순간 집중하고 깨어있는 것이라고 하였고, 20년 전 학교가 막 설립되었을 때 이곳에 와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미국인 여교사는 매 순간 삶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자각하고 내려놓는 것이 아니겠냐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이들은 삶이 곧 명상이고, 명상이 곧 삶인 것처럼 보인다. 토론시간에 우리는 그들을 통해 마하사띠Mahasati 명상 기법의 대가인 루앙 폴 티안(Luang Por Teean 1911~1988)이 제시한 14단계의 동적 명상(movement meditation)도 배울 수 있었다. 명상의 기법은 다양하고 앞으로도 발전될 것이지만 삶이 곧 명상이 되지 않으면 기법에 매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룽 아룬 스쿨의 교사들이 보여주는 명상은 우리 삶의 여정과 맞닿아 있다. 

흔히 명상하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명상을 통해 삶의 진리를 찾았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이 명상을 통해서 더 좋아졌다고 말한다. 우리는 명상을 통해 좋아지고, 행복해지고, 건강해질 것을 기대한다. 물론 그럴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명상이 우리 삶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명상이 일어난다는 것은 명상과 삶이 두 가지로 구분되지 않을 때일 것이다. 명상을 통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의 정체를 알아버린다거나 몸이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 집착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거나 어떤 일을 이루어낸다기보다는 어떤 일이든 그 자체로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명상에 정통한 사람들은 명상에 집착하지 않을 때 명상의 체험이 일어난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방법을 찾아 헤매는 명상이 아니라 삶으로 들어가는 명상 여행을 제안해본다.                                                                                                                                          

오용석
중국 남경대학에서 간화선 연구로 박사학위. 대만, 일본 등에서도 수학.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명상학 박사수료. 일찍이 수행에 입문하여 국내 선원, 인도, 미얀마 등에서 다양한 명상 체험을 함. 현재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명상, 선, 마음공부 등과 관련된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음. 저역서로는 『깨달음의 실천』, 『대혜종고 간화선 연구』 등이 있으며 연구 논문으로는 「명상과 사회의 관계성에 대한 선적 고찰」, 「간화선 위빠사나 논쟁」, 「명상 수행은 모든 심리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가?」,「간화선에서 ‘알 수 없음’과 ‘알고자 함’에 대한 고찰」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