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붓다] 제6회 붓다아트페스티벌

개성 넘치는 불교미술의 향연

2018-05-04     마인드디자인(김해다)

제6회 붓다아트페스티벌(Buddha Art Festival)이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3월 29일(목)부터 4월 1일(일)까지 개최된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와 더불어 한국불교의 3대 축제로 자리 잡은 붓다아트페스티벌은, 전통불교미술부터 불교철학을 담은 현대미술까지 매년 100여 명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국내 최대 불교미술 오픈마켓이다. 이미 불교계뿐 아니라 일반 미술시장에도 널리 알려져 매년 7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 이색적인 아트페어로 자리 잡았다. 올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끈 참가 작가 3인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영섭_반가사유상_107×43×30cm_혼합재료_2017

|    땅속에서 발굴해 낸 불상, 이영섭 작가
이영섭 작가의 불상조각은 조각이지만 조각이 아니다. 재료를 깎아 형상을 만드는 조각방식이 아닌, 작가만의 독창적인 작업방식 ‘발굴기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작업실 마당에 밑그림에 맞게 땅을 파내고, 그 흙 속에 조선시대 분청이나 백자 파편, 유리, 보석 등 오브제와 함께 혼합된 재료를 부은 후 다시 흙으로 덮는다. 굳기를 기다린 뒤 수백 년 전 유물 캐내듯 조각을 ‘발굴’해내는 방식이 바로 ‘발굴기법’이다.

여주 고달사지 옆에 작업실을 내어 세월을 보냈던 작가는 때마침 진행된 고달사지 유물 발굴현장을 무려 7년간 지켜보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기법을 창안해냈다. “찬란했던 문화가 유교라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소멸됐다가 천년 뒤 땅 밖으로 드러나는 과정을 보며 ‘절대성’에 대한 참담함을 느끼게 됐다”는 작가는, 오래된 유물처럼 시간성을 담은 자신만의 불상을 제작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영섭 작가의 불상들은 흙에서 오는 자연의 풍미를 그대로 담은 듯 자연스럽고 친근한 느낌이 살아 있다. 자태를 뽐내거나 강요하지 않고 그저 서 있는 불상은 이미 미추의 경계를 넘어선 듯, 관람자의 마음으로 가만히 들어오는 듯하다. 

|    명상에 잠긴 붓다의 뒷모습을 그려내다, 이해기 작가

이해기_자등명_105×126cm_비단에 금_2017

갖가지 상징적 도상으로 가득 차 있는 여느 불화와는 다르게, 이해기 작가의 불화는 텅 비어있다. 비움의 미학을 강조하여 명상에 잠긴 붓다의 모습을 담아낸 이해기 작가의 고요한 불화는, 수많은 관람객들이 오갈 붓다아트페스티벌 전시현장에서 오히려 더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기 작가의 작품에서는 붓다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노트에서 “앞모습이 마침표라면, 뒷모습은 물음표다. 뒷모습에서는 (붓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듯, 붓다의 앞모습을 상상하는 것, 즉 자신만의 불성을 구체화하는 것은 온전히 관람객의 몫이 된다. ‘불성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설법하기보다는 모두 다른 이들이 각자의 불성을 찾아가는 경험을 하도록 제안하는 듯한 이해기 작가의 작품은 그래서 더 편안하고 따스하다.

신진환_해와 달을 든 보살_84.5×94cm_삼베 위 천연석채, 천연염료_2016

|    묵직한 불교팝아트의 등장, 신진환 작가
“인공지능 미륵불” 등 현대적 콘셉트에 알록달록한 색상과 개성 넘치는 형상으로 2-30대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신진환 작가의 작품은 팝아티스트들과 팝아트 장르를 선호하는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영감을 주는’ 대상이기도 하다. “소원이 이루어지고 나쁜 업은 사라지길 바라는 민중의 소박한 희망을 표현하고자 한다”는 작가의 설명처럼, 신진환 작가의 작품은 어렵고 복잡한 예술보다는 친숙한 소재와 표현방식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불교 팝아트’라고도 칭할 수 있지 않을까. 

붓다아트페스티벌에는 소개한 3명의 작가 외 80여 명 작가의 300여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김영수 연출감독과 붓다아트페스티벌 자문위원단은 “올해 참가작들이 예년보다 훨씬 다채로워졌다”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불교미술의 도안과 제작방식을 고수하고 계승하는 전통파부터, 동시대적 감각에 발맞추어 재창조를 시도하는 작품들, 종교미술을 넘어 현대미술의 범주에서 불교의 지혜를 표현하는 작품들까지 다양하다. 80여 작가와 관계자, 소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불교미술의 현 지표를 확인하고 교류하는 장으로 나아가고 있는 붓다아트페스티벌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하다.

이달의 볼 만한 전시  

 

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정선展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박물관 | ~05.24.
조선의 ‘진경’, 참된 모습을 서로 다른 관점과 시각으로 해석하여 독자적 화풍을 보여주었던 신윤복과 정선. 두 거장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하여 선보이는 전시. 원작과 미디어를 결합한 본 전시에서 300년 전 선조들의 숨결을 느껴보자. 

빔 델보예(Wim Delvoye)展
서울 갤러리현대 | ~04.08.
임제 선사의 할喝처럼 관람객의 사고의 틀을 깨는 파격적 작품을 선보여 왔던 빔 델보예의 국내 첫 전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에 대한 인지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의 일환인 ‘손으로 조각한 타이어’, ‘살라미와 햄으로 구성된 대리석 문양의 바닥’을 만나보자.

내일,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백남준기념관 | ~오픈런
불교철학을 기반으로 비디오 아트를 창시한 백남준의 생애를 시간의 흐름에 따르지 않은 채 비순차적으로 전개한 전시. 백남준의 말, 글, 작업, 지인들의 회고담 사이를 엮어가며 행간을 읽어낼 수 있도록 꾸며진 전시를 보며 백남준의 생각을 따라가 보자.

Paper, Present : 너를 위한 선물
대림미술관 | ~05.27.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종이의 본래적 속성에 집중하여 재료 자체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을 전시한다. 아날로그 정서를 자극하는 매체로서의 종이로 표현한 놀라운 장면을 직접 만나보자.

          

마인드디자인
한국불교를 한국전통문화로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고민하는 청년사회적기업으로, 현재 불교계 3대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서울국제불교박람회·붓다아트페스티벌을 6년째 기획·운영하고 있다. 사찰브랜딩, 전시·이벤트, 디자인·상품개발(마인드리추얼), 전통미술공예품유통플랫폼(일상여백) 등 불교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접근하며 ‘전통문화 일상화’라는 소셜미션을 이뤄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