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살행론]정진에 도움이 되는 네 가지 힘

2018-05-04     재마 스님
그림 : 재마 스님, 정진의 힘(캔버스에 수채)


중생들을 위해 정진에 도움이 되는 네 가지 힘은 열망과 자신감, 기쁨과 버림이나니, 열망은 선업의 이익에 대해 명상하고 윤회의 고통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생긴다네. 정진에 반대되는 모든 것을 극복하고 열망과 자신감, 기쁨과 버림으로 정진을 더욱더 늘리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네.(7:31~32) 전생에 다르마에 대한 열망이 부족했기 때문에 금생에 이토록 고통받고 있는데, 어떻게 내가 다르마에 대한 열망을 버릴 수 있으리오.(7:39)


정진은 게으름과 낙담을 넘어서 행복과 열반으로 나아가는 노력입니다. 샨티데바 스님은 정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먼저 ‘다르마에 대한 열망을 가지라’고 합니다. 선업을 쌓으면 즐거움과 행복의 과보가 주어지며, 악업을 쌓으면 괴로움과 고통의 결과를 받는다는 것을 늘 기억하며 살라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한 생각과 말과 행동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다시 온다는 인과응보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열 가지 선한 업을 충분히 익히고 자연스런 삶으로 드러날 때 고통과 점점 멀어지게 되지요. 그런데 대승 수행자는 자신의 괴로움을 여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도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이라는 것입니다.

샨티데바 스님은 정진하는 이유가 중생을 위한 것이라고 못 박습니다. 우리가 불법을 만나기 전, 지금까지는 자신과 가까운 이들만 위해 사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다르마의 가르침은 자신을 넘어서라고 가르칩니다. 『입보살행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하면 중생을 이롭게 할 수 있을지 아주 자상하게 여러 방법을 구체적으로 써놓은 논입니다. 요점은 개체적 자아의 관점에서 벗어나 뭇 생명을 위한 연기적 자아로써 지혜와 자비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라는 개아個我를 벗어나 이 사회와 이웃을 위해 사신 분들을 한 분 한 분 떠올려 봅니다. 인류에게 성숙한 시민의 보편적 책임감을 말씀하신 14대 달라이 라마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분이 새벽에 일어나서 눈을 뜬 순간 가장 먼저 하시는 일은 일체존재들의 완전한 행복을 위해 자신을 영적으로 발달시키겠다는 발원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완성하는 것, 온전한 존재임을 자각하는 것은 어쩌면 욕심이 될 수도 있지만 이것을 원력으로 바꾸는 것은 자신에게 한계를 짓지 않고 온 인류를 위해 가슴을 여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하루를 성내지 않고 인류의 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결심과 의도를 가지고 좋은 일을 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그래서 그분의 하루는 온통 인류의 공동선을 위한 기여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 어떤 첫 생각을 일으킬까요?

2016년에 작고하신 신영복 선생님이 감옥의 고독과 사색에서 건져 올린 글들은 시대의 좌표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등대가 되어 주었습니다. 어떤 것이 정의인지, 어떻게 살아야 개인적 욕심보다는 공심을 유지할 수 있는지 당신의 삶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길을 위해, 매일 자신을 가다듬고 스스로를 비추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날마다 성성하게 성찰하고 실천하는 삶을 보여주신 분입니다. 우리는 매일 자신의 뜻과 말과 행동을 얼마나 비추어보고 가다듬고 있을까요? 

스리랑카의 ‘사르보다야 쉬라마다나(Sarvodaya Shramadana- 협력을 통한 모두의 자각)’라는 마을운동을 이끌어낸 아리야라트네 박사도 있습니다, 그분은 고등학교 교사로 있는 동안 가난한 외딴 마을로 봉사를 갔다가 마을 사람들 스스로 협력을 통해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마을자립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자신들이 갖고 있는 힘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 각자의 역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한 분입니다. ‘협력을 통한 모두의 자각’이라는 이 운동은 동반형 권력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합니다. 누군가 한 사람의 영웅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방식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뭔가 기여를 하여 완성을 이루는 데 힘을 행사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자신의 능력을 존중하는 힘을 키우는 과정을 알게 되고,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 공동의 이익을 가져왔습니다. 이 운동은 곧 15,000여 개의 마을로 번져 나갔고, 세계 많은 공동체 건설 프로젝트에 적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을 공동의 이익을 위해 내놓기에는 너무 적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공동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요?

불교와 체계이론을 융합해, 기후변화와 핵, 화석연료 문제 등 산업성장사회가 몰고 온 재앙에서 다시 생명의 성장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리심을 내고 보살행을 하며 지구촌 곳곳에서 워크숍을 열고 있는 조안나 메이시도 있습니다. 그녀는 80대 노구임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곳곳의 재난과 고통의 현장을 오가며, 거대 담론이나 전문가들이 해결해야 할 것으로 내버려 둔 문제들을, 개체적 자아가 아닌 보살적 자아로 성장시켜 문제를 푸는 방법을 나누고 있습니다. 지금 지구가 당면한 생태환경문제를 새로운 눈과 연기적 자아로 풀어, 대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전합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이들의 목숨과 열정이 노예제도를 폐지하고, 거의 모든 나라에서 여성들의 투표권을 갖게 하고, 인종차별을 점점 없애는 등 평화로운 진화를 이룩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당연한 것들이 불과 1~200년 전까지만 해도 특별하거나, 불가능했던 것들이었는데 말입니다. 이런 사회변화와 성장도 누군가의 열망에 의해 시작되었던 것이죠. 

여러분이 살아오면서 가장 열정적이었을 때는 언제였나요? 무엇을 하면 가슴이 설레고 벅찼는가요? 여러분의 열망은 무엇을 위해, 또 어디를 향해 뻗어 있는가요? 자신이 기쁘고 행복하며 열정적이었던 그 일이 타인의 요구와 시대와 사회의 요청과 맞닿았던 적은 얼마나 되는가요? 그중에 나와 가족만을 위한 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의 행복이나 사회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한 것은 얼마나 되는지 시간을 내어 사유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때 ‘열망은 모든 선행의 뿌리(7:40)’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런 열망을 가지고 한 일들은 기쁨과 행복과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샨티데바 스님은 이런 열망과 기쁨에서 자신감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저는 열망과 함께 말과 행동의 실천이 자신감을 키우는 연료라고 봅니다. 샨티데바 스님께서도 “행동과 번뇌와 능력의 세 가지 면에서 우리는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나는 그것을 할 수 있다’는 말은 행동에 관한 자신감을 보여준다.(7:49)”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기쁨과 열망으로 계속하고 있는 일들은 당당하고 자신 있게 반복하여 능력이 향상되고 있겠지요.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자신이 하시는 일에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요?

샨티데바 스님은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어떤 장애도 극복할 수 있다(7:53)고 노래합니다. 여러분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기회로 생각하고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궁구하고 노력하는가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경쟁하여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거나, 무엇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때마다 어떻게 일어나시는가요? 당장 성공이 눈앞에 보이지 않거나 가는 길이 멀고 험하게 느껴질 때, 마치 실패한 것처럼 보일 때조차도 자신을 믿고 신뢰할 수 있는지요? 타인들에게 행복과 깨달음의 열매를 줄 수 있기(7:59)위해서는 아만이라는 적을 정복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아만이라는 적을 자신감으로 착각하지는 않는지 유의해야 할 일입니다.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자신만이 옳다고 하는 생각들을 버려야 자신의 아만을 정복한 자신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자신감은 기쁨과 열망, 버림을 동반한 정진의 진정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나에게 힘이 나고, 나의 기를 살려 주는 일들은 무엇이 있는지 한 번 써보시길 권합니다. “나는◦◦◦을 할 수 있다.”는 문장을 한 번 완성해보시기 바랍니다. 떠오르는 대로 20개 정도를 써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에서 기쁨을 느끼는 일과 열망이 일어나는 것들이면 자신에게 힘이 되고 기를 살려주는 일들 일 수 있겠지요. 고맙습니다.                                                                                                                                 

재마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아사리로 중앙승가대학교 불교사회과학연구소에서 불교의 사회참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움직이는 법당, 춤추는 절을 꿈꾸며 소마명상여행을 이끌고 있다. 또한 종교를 초월해 마음비추기 피정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완화의료병동에서 영적돌봄 봉사를 하고 있다. 박사 논문으로 「사무량심의 가치 재발견과 체화프로그램 개발연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