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명법문]울산 황룡사 황산 스님

건강과 수행, 두 마리 토끼 잡기

2018-04-05     김우진
사진:최배문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드릴 말씀은 여러분의 몸 건강과 마음 건강을 모두 다스릴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바로 절수행입니다.

제가 요즘 매일 천 배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에게 절수행을 자주 권해요.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절 많이 해서 무릎 연골이 나빠졌다”라고요. 설득에 성공하여 절수행하려는 사람들도 “혹시 무릎이 나빠지면 어쩌나”라고 많이들 묻습니다. 또 절을 한두 번 해보고는 무릎이 아프다며 “나와 절을 안 맞나 보다, 이러다 무릎 병나겠다”라고 아예 그만둬 버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절을 하면 정말 무릎 건강에 안 좋을까요? 절을 하면 무릎에 힘이 쓰이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절 몇 번 정도 가지고 무릎이 망가질 거라면 이미 계단도 잘 오르내리지 못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릎에 치명적인 충격을 주려면 사람마다 그 기준은 다르겠지만 수백 배 수천 배를 할 때나 그럴 것이지, 건강한 사람에게 108배 정도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바른 자세로 절을 하면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만 무릎에 충격을 주지는 않습니다. 좌복을 깔고 하는데다 무릎을 바닥에 닿게 할 때 천천히 유연하게 움직이므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지요. 적당한 수의 절은 오히려 무릎을 더 강하게 합니다. 무릎에 들어가는 힘이 무릎 주변 근육을 발달시켜서 나중에는 연골을 보호합니다. 

절하다보면 무릎에서 똑똑 하며 소리가 나기도 하는데 그 소리에 지레 겁을 먹고 절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28년 전부터 절을  해왔습니다.  그 때도 소리가 났고 지금도 무릎에서 소리가 납니다. 늘 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소리가 나다가 계속 절하다보면 어느 순간 사라집니다. 소리 나는 것  때문에 연골이 닳아 버릴 것 같은 공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절을 몇 번 하다보면 무릎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아픈 이유는 평소 무릎을 안 쓰다가 썼기 때문입니다. 무릎 연골 주변의 안 쓰던 근육에 힘이 들어간 것이죠. 우리가 갑자기 운동하면 알이 배기고 아픈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몸짱이라고 아시죠? 그분들이 하루 이틀 운동해서 건강미 넘치는 모습이 된 게 아닙니다. 꾸준히 단련해야 우리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절은 전신 운동입니다. 특히 배를 접었다 폈다하고, 머리를 땅에 닿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니 기혈 순환에 매우 좋습니다. 기혈 순환이 잘 되면 무릎에 힘이 많이 들어가도 감당해 낼 수 있고, 그것이 신체 건강으로 이어집니다. 등산도 내려올 때 바른 자세로 천천히 내려오면 무릎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이 기혈 순환이 잘 되기 때문입니다.

“절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해야 하나요?”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절 시작할 때 목표 횟수가 있을 것입니다. 108배를 하겠다, 300배, 500배, 천 배, 1080배, 삼천 배 등등 자신이 할 수 있는 횟수를 정하고 시작하면 부처님 명호를 읽으면서 절하기를 권장합니다. 

108배 할 때는 「108참회문」을 독송하면서 절을 하고, 천 배를 할 때는 「천불명호집」, 삼천 배 할 때도 「삼천불명호집」에 부처님 명호 하나에 절 한 번 하기를 권장합니다. 300배나 500배 할 때는 「108참회문」을 여러번 독송하면서 하면 좋고, 「삼천불명호집」으로 일부만 독송하며 절해도 됩니다. 부처님 명호에 따라 절을 하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불연이 깊어지며, 신심이 커집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숫자를 직접 세도 좋습니다. 숫자를 세면서 절하면 수행이 안 되는 것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지만 『안반수의경』에서는 숫자를 세 가며 숨을 관찰하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숫자를 세며 절한다 하여도, 부처님 명호를 외워가며 절한다 하여도, 이 생각 저 생각 번뇌는 뭉게구름 피어오르듯 계속 이어집니다. 그 번뇌로 인해 절을 하고 나서도 개운치 않은 경우가 있어서 스스로 자책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기도를 재대로 못한 것 같아 아예 자신은 재능이 없다면서 다음부터는 하지 않으려고도 합니다. 

절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해서 하면 제일 좋습니다만, 이 생각 저 생각 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기도하면서 기도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생각을 하는 것이 나쁠까요? 아닙니다.

마음을 닦는 과정에서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조화롭게 해야 정법으로 수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마타는 집중해서 마음을 멈추니 평온해 지는 것이고, 위빠사나는 관찰하여 그때그때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신수심법身受心法이 무상無常, 고苦, 공空, 무아無我임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절이나 염불, 다라니 독송, 사경 등의 수행은 모두 사마타입니다. 그 기도에 집중만 하면 수행을 아주 잘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 가운데서 위빠사나가 빠진 수행은 외도의 수행과 다르지 않습니다. 알아차림을 겸해야 불교 수행이고, 그렇게 해야 위없는 깨달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바라보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사람은 누구나 불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절이나 염불 등의 사마타를 행하며 정견을 바탕으로 사유해야 도道에 가까워집니다. 아직 초심자라서 무상無常, 고苦, 공空, 무아無我를 생각하지 못한다 하여도 절하면서 드는 생각들은 스스로를 성찰하게 합니다. 원한, 원결怨結, 사랑, 기쁨, 사건, 계획 등 자꾸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을 저지하려 하기보다는 차라리 그 생각들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을 권합니다.

마음이 건강하여야 수행 중에 마장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마장을 극복하려면 건강한 지성이 필요합니다. 마장과 마주쳤을 때 자비심을 잃지 않아야 하는데, 마음속의 악감정에 흔들려 화를 내거나 욕심을 내거나 어리석음에 흔들려 마장에 걸려들면 천추의 한을 만들게 됩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탐진치에 빠져나와 남을 망치기도 하고,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위빠사나가 중요합니다. 가만히 바라보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위빠사나를 행할 때에 무상無常, 고苦, 공空, 무아無我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건강한 지성도 중요합니다. 생각이 바른 상태여야 무상, 고, 공, 무아를 생각합니다. 생각이 물질주의나 자본주의, 과학주의 등에 물들어 있고, 학대나 차별 등을 받아 원한이나 원결이 가슴을 누르고 있다면, 세상의 진리에 대하여 생각지 않습니다. 생각한다 하여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그 바탕에서 수행하게 되면 차라리 수행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절하면서 이 생각 저 생각 일어나는 것을 굳이 막을 필요는 없습니다. 부처님 앞에서 절하면서 어떤 생각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점점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치유의 과정이 됩니다. 지금 당장은 쓸데없는 생각만 일어나는 듯해도 절하면서 그 생각들이 점점 정리가 되어 갑니다. 내가 살아가면서 쌓여진 업장들을 청산하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니 절이나 염불하면서 생각이 일어나는 것에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때로는 절하면서 일부러라도 사업계획을 세우십시오. 부처님 앞에서 절하면서 일어나는 마음은 굉장히 신통할 때가 많습니다. 더 명확하게 잘 계획이 세워지고 그 일을 이뤄나가는 힘도 굉장히 크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꾸준히 하시는 것입니다. 열심히 절수행하면서 몸 건강을 챙기시고, 마음도 살피시면 큰 가피를 받을 것입니다. 여러분, 올 한해는 절수행으로 건강과 신행활동 모두 잘 이루시길 바랍니다.                                                 

법문.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1991년 해인사에서 원효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 수지했다. 십여 년간 제방선원과 토굴 등지에서 안거하다 통도사에서 소임을 살며 천일기도를 올렸다. 2008년 울산 황룡사 포교당을 개원하여 도심 포교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