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무형문화 순례] 지화紙華

2018-04-05     김성동

정명 스님(가평 연화세계)의 엄지와 검지는 거칠었다. 
출가 후 40여 년 동안 한지를 매만진 결과다. 
지화. 십여 년 전, 이 단어는 한국불교에 낯설었다. 
몇몇 스님들의 구전과 주변 지인에게 전해졌다. 
이를 잇는 이는 드물었다.
“출가 중이 종이나 접고 있다”고 힐난을 받기도 했다.
스님에게 불교지화는 부처님을 만나고,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일이다.

한지를 ‘재단’한다. 
오려낸 한지는 꽃에 따라 부분, 또는 전체를 ‘천연염색’한다.
이렇게 물들인 한지는 그늘에서 말린다.
색이 오른 한지는 발다듬질 과정을 거쳐 
얼룩을 없애고 구김을 편다.
이제 꽃의 주름을 잡은 ‘살잡기’다. 
꽃의 모양에 따라 다양한 도구로 살을 잡는다. 
이 살잡기를 통해 꽃이 생명을 얻는다.
살잡기가 끝나면 ‘작봉하기’다. 
작봉은 꽃잎을 꽃대에 꿰어 꽃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꽃대는 음력 8~9월 초가을, 
곧게 뻗은 싸리나무 햇순을 선택해 그늘에 말려 둔 것을 쓴다. 
작봉을 마치면 꽃을 가지런히 꽃꽂이하는 ‘난등치기’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화는 불교의례와 
불단을 장엄한다.                                                                 
                                                                    
                                                                                              

사진:최배문
사진:최배문
사진:최배문
사진:최배문
사진:최배문
사진:최배문
사진:최배문
사진:최배문
사진:최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