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회의 불교

풍경소리

2007-09-15     관리자

현대사회는 열린 사회이며 경쟁 사회이다. 어떠한 분야에 있어서도 물리적 힘이나 시대적 폐쇄성에 의한 특정 주체의 독점적 위치가 영구적으로 보장될 수는 없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경제·예술 등 세속적 부문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닌 바, 민족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불교의 위상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하게 될 개연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나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종교가 세속적 경쟁에는 초연한 일면이 있다 하여도, 또한 그러한 우려의 결과가 수백 년 후의 일일지라도 기우(杞憂)라 할 것만은 아닌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긴 세월 동안 역사 속에 투영되어 온 불교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서, 민중의 삶 속에 보다 밀착된 언어로서 다가설 수 있도록 사고의 대전환의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어설프게나마 산업 사회에서 가장 뛰어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경영진단의 논리를 하나의 비유로써 적용하여 보자.

가설
우선 불교를, 붓다의 깨달음이라는 인류역사상 가장 뛰어난 최첨단 기술(교리)을 보유하고 국민경제의 근간으로서의 책임(중생구조)을 다하는 기업이라 하자. 이러한 최첨단 기술을 응용하여 다양한 제품(포교)을 개발함으로써 소비자(중생, 국민)의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경영자(종단 관계자)와 사원(승가조직)의 의무이다. 이사회(종회와 주주총회(신도회)는 경영자의 의사 결정에 대해 견제 기능을 가지고 잇다. 또한 주주(신도)는 일반적인 소비자보다는 적극적으로 출자(시주)를 하며,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경영자와 사원 못지 않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자이다.

제품의 질
우주개발을 위한 첨단기술이 수십 년 후에나 상품화되어 일반인에게 보급된 것처럼, 최첨단 기술(불법)이 소비자의 생활 속에서 활용되기에는 그 제품의 질이 너무 높았으며, 문맹 시대에 그 제품에 관한 정보를 전달할 미디어(포교수단) 또한 부족하였던 것이다. 그 제품은(천 년 동안의 왕실 불교에서 보듯이) 극소수의 상류층 소비자만이 사용할 수 있었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도 그 중 상당 부분은 활용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거나, 활용되고 있는 부문도 소비자에게 친절한 사용설명서(우리말 경전)가 부족한 실정이다.

경영자의 의지
독재정권하에서 경영자 선임에 관한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의결은 하나의 형식에 불과하였으며, 경영자는 절대자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였다. 즉 절대권력은 관치금융으로써 기업의 목을 쥐는 등 경영자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제한해 왔으며, 경영자는 소비자의 구매동기에 소구(遡求)하기보다는 권력에 기생(寄生)하여 자리를 유지하기에 급급하였다.

인사조직
인사에 있어서도 능력 본위의 인사, 고과와 연공서열 중시 등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하였다. 매관매직(賣官賣職)이 성행하였으며 상하간 뇌물의 연결 고리에 의하여 두터운 인맥이 형성되고 있었다. 진급과 보직(주지임면)을 둘러싼 갈등이 약화되어, 많은 기업의 이해관계자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회사 문전에서 살인을 자행하는 가공할 사건도 있었다(신흥사 사건 등), 사규(종헌, 종법)는 경영자의 임의에 의해 적용됨으로써 객관적이지 못하였으며, 징계를 받은 사원은 이에 불복하여, 기업과 경영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많았다.
신입 사원의 선발(출가)과 사내연수원(강원, 승가대학)을 통한 끊임없는 보수 교육도 실효성 있게 지속되지 못함으로써 사원의 질은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또는 갖가지 사건에 연루되어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사원도 있었다.

재무관리
국내에서는 설립된 역사가 가장 오래 되었으며 규모 또한 가장 큰 기업으로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대부분 환금성(換金性)이 없는 유형고정자산(문화재, 토지) 또는 무형고정자산(역사, 전통)이다. 역사적 원가를 현재 가치로 재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대차대조표는 공개할 수 없는 것으로 모든 이해관계자에 의해 양해된 사항이다. 그러나 손익계산서는 공개할 수 있다. 현재에도 일부 중간 관리자들에 의한 부분적인 공개는 이루어지고 있으나, 완전한 형태의 기업공개는 경영자나 일부 사원의 사금고(私金庫) 속에서나 가능하다.
마켓팅
오랫동안 독과점업체이었던 까닭에 마켓팅(적극적 포교)에 관한 기술은 충분치 못하다.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이 기업의 제품에 대한 충성도(Brand Loyalty)를 가지고 있어 계속 구매를 하고는 있으나, 경쟁업체(타종교)는 후발주자로서 엄청난 광고비와 기업 이미지 제고 그리고 애프터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함으로써 상당한 시장 점유율(신도수)을 보이고 있다. 물론 과다 경쟁으로 인하여 도산(신흥종교의 몰락)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그간 기존 업체에 대해 만족치 못하던(아직도 스님이 노 보살에게 명령조의 반말을 하거나, 합장을 하여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등) 소비자의 기호에 상당한 변화가 있다.

이해관계자의 관심
소비자, 주주, 정부 등 기업외부 이해관계자의 인식도 문제가 잇다. 소비자는 언제나 필요할 때만 일과성(一過性)으로 제품을 구입(유적지 관광 등) 한 뒤 사회적 존재로서의 기업의 가치(대표적 민족정서로서의 불교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서는 주체적 인식 정도가 너무 낮다. 그리고 불량품 또는 유사품(사이비 종교의 혹세무민)에 대한 식별 능력도 부족하다.
또한 주주는 단기적 시세 차익(기복적인 기도의 효험)만을 기대할 뿐, 장기 투자(불사금 등)에 대해서는 무척 소극적이며, 주주총회에서는 건설적인 의견 제시(신도회 활동) 없이 중요안건에 대한 의례적 통과 행위를 묵과함으로써 경영자에 대한 견제 의무(종무 행정에 대한 관심)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정부는 정책을 통한 기업의 지원(문화재관리, 역경사업 등 국책사업의 지원)보다는 정치적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물리적인 통제(종교에 대한 공권력 사용)만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진단 결과
신성한 불교의 이념을 기업과 대등한 선상에서 비교한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으나, 이는 우화(寓話)를 통해 배우는 교훈과도 간다고 할 것이다.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인식의 정도에 차이는 있으나, 불교계 전반에 걸쳐 상당한 문제를 노정(露呈)하고 있는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 종단의 출범 이후 민주적 제도와 절차, 정권에 대한 자주적 지위, 교육과 포교에 대한 청사진, 재무관리의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한 노력이 부분적으로는 가시적 효과를 보이고 있음에 다소 안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제기된 문제점은 범불교인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개선되어 갈 것으로 기대하며, 불교가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정서로서의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말법시대의 불자들에게 부여된 마지막 사명이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문미호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