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불교 상징]귀鬼면面

2018-01-29     김나래
그림. 김나래

흔히 ‘도깨비 얼굴’로 알고 있는 귀면은 넓은 이마에 큰 코를 하고, 쫙 벌린 입 사이로 무시무시한 송곳니가 삐죽 솟아나 있다. 그 사이로 인동초忍冬草 또는 물고기, 여의주 등을 물고 있다. 머리에는 뿔이 2개 나 있으며, 거친 수염이 사방으로 뻗어 흡사 사자 같기도, 용 같기도 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과 발은 보이지 않는다. 귀면은 인도 불교 유적인 ‘아잔타 석굴사원’의 ‘키르티무카kīrtimukha’라는 부조장식에서 유래 되었다는 말이 있다. 키르티무카의 모습 또한 입에 긴 구슬을 물고 있는 형상으로 우리 귀면상과 다르지 않는데, 이는 인도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시바Śiva 신이 악의 상징으로 화현한 모습을 ‘벽사辟邪’로서 상징해 시바 사원에 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시선으로는 용면龍面으로 보는 경우다. 목조건축이 발달한 우리역사에서 물과 관련이 깊은 용을 기와, 단청, 목조각 등으로 장식하여 화마火魔를 막고자 한 것으로써, 용면이 시현돼있는 위치를 보면 그 의도를 알 수 있다. 추녀마루 끝 망와 또는 추녀끝단면의 막새기와유물이 대량 출토되는 것이나, 사찰의 화엄장엄을 위한 단청 표현으로 구조재의 모든 끝 단면에 귀면이 있거나, 대량, 출입문의 궁창 등에 새겨진 모습이 대표적이다. 또한, 궁궐로 들어가는 다리인 홍예문 아랫면에는 어김없이 귀면이 입을 무시무시하게 벌리고 앉아있는데, 그것은 화마든 악귀든 ‘드나드는’ 또는 ‘맞닥뜨리는’ 곳에 벽사의 의미로 쓰이는, 관념적인 표현의 상징이라 볼 수 있겠다.

‘무시무시한’을 ‘유쾌한’ 또는 ‘익살스러운’, ‘희괴한’ 표정과 희석하여 창작해내는 것은 우리 불교미술의 특징이다. 사찰에서 마주하는 사천왕상이나 나한상 등의 인물에서도 이러한 표현을 찾아낼 수 있다. 보는 이의 심보에 따라 착한 사람에겐 익살스럽게, 도둑놈에겐 무시무시하게 보여 부처님 도량 안에서 마음가짐을 청정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나래
문화재수리기술자(단청, 도금)이며 불화 작가다. 불교미술일섭문도회 문도이며, 현재 북촌불교미술보존연구소 불화/보존 실장으로서 전통문화재 보존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더불어 불교미술을 알리고자 일반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북촌단청공방에서 단청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