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부처님의 스캔들

찐짜마나위까의 음해에 의연하게 대처해 의심을 믿음으로 바꾼 부처님

2018-01-29     성재헌
아잔타 석굴 벽화, ⓒ불광미디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스캔들이 종종 뉴스에 등장한다. 그리고 그 스캔들의 내용은 돈이나 남녀관계가 주를 이룬다. 그런 소식은 눈과 귀를 한순간만 스쳐도 놓치지 않고, 또 입에서 입으로 앞다퉈 서로 전한다. 그런 걸 보면, 세상 사람들이 돈이나 남녀문제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캔들은 사실 여부를 판가름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사실이 규명되기도 전에 “누가 ~~했다고 하더라.”는 말은 곧 파다해지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어?” 라며 대부분 그 소문을 덥석 사실로 받아들인다. 추문醜聞이 아닌 누군가의 미담美談에도 과연 군중이 이리 민첩하게 반응할까? 아마 아닐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사람들은 타인의 아름다움보다는 추한 구석에 더 관심이 많고, 타인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맘보다는 추해지기를 바라는 심보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찬양의 봉우리가 높으면 시샘의 골도 깊기 마련이다. 남 말하기 좋아하고, 그 말도 험담이 주를 이루는 중생들이 모여 살아가는 세상이니, 유명세를 가진 사람에게 있어 스캔들은 어쩌면 숙명처럼 짊어져야 할 멍에인지도 모른다. 부처님 역시 그러셨다. 

부처님은 인도 종교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슈퍼히어로였다. 그는 기존 종교의 전통을 배격하고 자신만의 독창적 가르침을 표방하였고, 그런 그의 가르침에 호응하여 수많은 지성인과 제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으며, 마가다국의 빔비사라 왕과 코살라국의 파사익왕을 비롯해 유수의 권력자와 재력가들이 후원자를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자로서의 명성이 온 인도에 자자해진 것이 겨우 삼십 대 후반의 나이였으니, 기존 종교계에 소속된 이들이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결국 그들의 시샘이 폭발하고 말았다. 

『법구경주석서』에 다음 이야기가 전한다.         

십력十力을 지니신 부처님께서 일체지를 얻으시자 제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무수히 많은 신과 인간들이 성스러운 땅에 내려왔다. 덕德의 씨앗이 사방에 뿌려지자 많은 이득과 명예가 부처님께 바쳐졌다. 반면 태양이 떠오르면 개똥벌레가 빛을 잃어버리듯이 이교도들은 이득과 명예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이교도들은 거리에 모여 외쳐댔다.

“사문 고타마만 붓다인가? 우리도 붓다이다! 고타마에게 공양을 올려야만 무한한 복덕을 받는가? 우리에게 공양하여도 무한한 복덕을 받는다! 그러니 우리에게 공양을 올려라. 우리에게 예배하라.”

그들이 이렇게 군중에게 호소하였지만 이득과 명예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비밀리에 모였다.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 앞에서 사문 고타마에게 치욕을 안겨 주어야 그에게 향한 이득과 명예를 빼앗을 수 있을까?”

그 무렵, 사위성에 그들을 따르던 찐짜마나위까라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매우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마치 천상의 요정 같았다. 어떤 이교도가 이런 음모를 내놓았다.

“이 여인을 이용하면 사문 고타마에게 치욕을 안겨줄 수 있고 그에게 향한 이득과 명예를 빼앗을 수 있습니다.”

“그거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이교도들은 모두 환호하며 그의 계략에 동의했다.

찐짜마나위까가 어느 날 이교도의 사원으로 찾아가 그들에게 삼배를 올렸다. 하지만 이교도들은 그녀에게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의혹이 일어 물었다.

“저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있습니까?”

세 번이나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

“제발 대답 좀 해주십시오.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습니까?”

드디어 한 이교도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매여, 그대는 우리에게 해를 끼치고 이득과 명예를 뺏어가는 사문 고타마를 아는가?”

“저는 모릅니다. 제가 무슨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습니까?”

“자매여, 우리와 가깝게 지내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그대의 타고난 미모와 재능을 이용해 사문 고타마에게 치욕을 안겨주어 그에게 향한 이득과 명예가 사라지게 하라.”

“잘 알겠습니다.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실행에 옮기겠으니 결과에 대해 화내지 마십시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떠나갔다.

그때부터 그녀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인의 타고난 능력을 이용했다. 깊은 밤, 사위성의 주민들이 기원정사에서 법문을 듣고 집으로 돌아갈 무렵에 그녀는 예쁜 옷을 입고 향과 꽃을 들고서 기원정사 쪽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 이 시각에 어디를 가는가?”

“제가 어디로 가든 무슨 상관이에요?”

그녀는 기원정사 근처의 이교도 사원에서 밤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사람들이 부처님께 아침 인사를 드리려고 기원정사를 향할 때 그녀는 반대로 도시로 향했다. 사람들이 또 그녀를 보고 이상해서 물었다.

“어디서 밤을 보내고 이제 돌아오는가?”

“제가 어디서 밤을 보내건 그게 무슨 상관이죠?”

찐짜마나위까는 매일 그렇게 하였고, 한 달 반이 지날 무렵부터는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기원정사의 간다꾸띠에서 사문 고타마와 함께 밤을 보냈어요.”

그녀의 말은 급속히 퍼져나갔고, 확고한 믿음을 성취하지 못한 신도들 사이에서 의혹과 불신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일까, 거짓일까?”

삼사 개월이 지나자 그녀는 임신한 것처럼 보이게 배에 헝겊을 감고 붉은색 임산부 옷을 입고는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말했다.

“제가 사문 고타마의 아이를 가졌답니다.”

팔구 개월이 지나자 그녀는 배에 나무 원반을 묶은 후 그 위에 옷을 걸쳤다. 그렇게 만삭의 여인처럼 부푼 배를 톡톡 치고 허리와 손발을 두들기면서 몹시 피곤한 체하며 저녁 무렵 기원정사로 향했다. 그 무렵, 부처님께서는 거룩하게 장식된 법좌에 앉아 대중들에게 법문을 하고 계셨다. 찐짜마나위까는 부처님 앞에 다가가 수많은 군중들에게 보란 듯이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사문이여, 대중들에게 법문하시다니 참 대단하십니다. 목소리는 달콤하고 입술은 아주 매끄럽군요. 그런데 제가 당신의 아이를 가졌는데 어쩌죠? 해산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당신은 해산할 방조차도 구해주지 않고, 해산에 필요한 물품도 가져다주지 않는군요. 코살라의 왕이나 급고독 장자나 위사카와 신도들에게 ‘이 여인의 출산을 도와주라.’고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군요. 쾌락을 즐기는 법은 잘 알면서 태어날 아이를 돌보는 법은 전혀 모르는군요.”

그녀는 남의 얼굴에 똥칠하듯이, 그렇게 대중들 앞에서 부처님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부처님께서는 법문을 멈추고 여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그리고 여인의 이야기가 끝나자 사자의 포효처럼 말씀하셨다. 

“여인이여, 그대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그대와 나만이 알 것이다.”

용수龍樹 보살은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 이 사건을 거론하며 부처님을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바라문의 딸 찐짜마나위까가 부처님을 비방했을 때, 500명의 바라문이 모두 손을 들면서 외쳤다.
“맞다, 맞다. 우리도 알고 있다.”
그럴 때도 부처님은 표정이 변하지 않았고, 부끄러운 기색조차 없으셨다. 
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자 온 대지가 진동하였고, 여러 천신들이 공양을 올리며 아름다운 꽃을 흩뿌리고 부처님의 덕을 칭송하였다. 그때도 부처님은 기뻐하는 낯빛을 보이지 않으셨다. 

그대와 나만이 알 수 있는 추문 앞에서 우리도 과연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몇 마디 험담과 별것도 아닌 칭찬에도 입꼬리가 들쭉날쭉한 우리네로서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태도이다. 하지만 부처님은 정말 그러셨다. 그러니 어찌 그분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있을까?      

                  

          

성재헌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해군 군종법사를 역임하였으며, 동국대학교 역경원에서 근무하였다. 현재 동국역경위원, 한국불교전서번역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계종 간행 『부처님의 생애』, 『청소년 불교입문』 집필위원으로 참여하였고, 저서로 『커피와 달마』, 『붓다를 만난 사람들』, 『육바라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