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과 원

2002-02-07     관리자

[욕심과 원]

원과 비슷한 말로 욕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욕심은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입니다.

우선 욕심이 없으면 사회의 향상이 없습니다. 개인적 성취도 더 이상 일어 날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것은 바로 이 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욕심이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제품이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것이며, 욕심이 있기 때문에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해도 별 불만이 없는 것입니다.

욕심은 모든 생명의 존재 이유입니다. 욕심이 없으면 생물의 진화도 없습니다.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자신을 꿈꾸기 때문에 인간은 자식을 낳고 교육을 시키며 모든 생물 역시 자신의 분신을 목숨을 걸고 지키고 기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필요한 욕심이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욕심만 있다면 누구나 행복하고 성장하는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우선 세상은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데 본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무슨 세상이 나빠서가 아니라 나의 욕심과 세상의 욕심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이 다른 이의 이익과 배치가 될 때는 나의 바람이 성취되어도 문제요 성취되지 못해도 문제입니다. 성취될 경우는 나로 인해 다른 분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요 성취되지 않으면 당장 내가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욕심으로 하는 일은 시기하고 방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나의 공덕이 남의 공덕을 뺏기 때문입니다. 내 욕심으로 물건을 살 때 상인들은 값을 깎아 주기 싫어합니다. 깎아 주는 것만큼 자기에게는 손해이기 때문이지요. 내가 잘 나고자 내 욕심으로 일 할 때는 왜 그렇게 방해가 많은지 모릅니다. 글쎄, 시험에 합격하고 콩쿠르에 입상하고 좋은 기념물 설계하고 큰 집에 내가 살면 뭐가 어떠겠습니까? 그런데도 남들은 기를 쓰고 배 아파하고 비협조적입니다. 그런 분들을 겪다 보면 은연 중 원망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내 허물은 보지 못하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나를 보고 남들은 또 적반하장이라고 비웃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욕심의 속성이 끝이 없다는 점입니다. 히말라야산이 온통 금덩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한 인간의 욕심을 채우지 못한다는 부처님 말씀도 있듯,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월수 백 만원인 분에게 제가 한 번 여쭤 본 적이 있습니다. 월수 얼마 정도며는 원이 없겠느냐고? 이 분은 삼 백 정도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여줘 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삼 백을 벌면 한 몇 달 정도는 정말 풍요롭게 느껴질지 몰라도, 그 몇 달 뒤에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질문에 이 분은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셧습니다. 똑 같을 것 같네요... 역시 사람은 현실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하겠네요... 그러면서 고개를 끄떡이셨습니다.

불교 용어로 '갈애(渴愛)' 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닷물을 마시는 것 같이 마셔도 마셔도 목마름이 끝이 없는 애욕이란 뜻입니다. 욕망은 바로 이 갈애같은 것입니다. 바닷물 같은 것입니다. 조금만 더 먹으면 이제 목이 안 마르겠지 하고 먹으면 먹을수록 더 목이 탑니다. 그리하여 결국은, 우리를 절망ㅎ게 합니다. 이것이 욕망의 또 하나의 속성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욕심이 없으면 내가 존재하지를 못하고, 그렇다고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내 스스로가 만족이 오지 않음은 물론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되는데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부처님 가르침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그것은 욕심을 바로 원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욕심을 원으로 바꿔라!

나의 욕심을 원으로 바꾸는 순간, 끝모르던 나의 갈증은 원이라는 감로수 앞에 씻은 듯이 사라집니다. 나를 괴롭히던 분들도 어디 갔는지 흔적도 없습니다. 그 대신 내가 가는 곳마다 도와 주시는 분들이 어디선가 나타나고 내가 무엇을 할 때마다 잘한다 잘하다 하시며 같이 기뻐하고 격려해 주십니다.

욕심은 내면 낼수록 깊이 모를 수렁에 더 깊게 빠져 들어 가고 내가 괴롭지만 원은 내면 낼수록 몸이 가볍고 기쁨 또한 끝이 없습니다. 하늘 끝 모르고 날이면 날마다 고통 속에 살던 내가 원을 발하면서부터는 날마다 환희요 날마다 보람뿐입니다. 욕심 속에서 일할 때는 돈이 벌리고 지위가 높아 지더라도 그렇게 힘들었건만 원 속에 살면서부터는 괴로움이 전혀 없고 하는 일마다 즐겁습니다. 서원안락행이란 말은 이래서 나오는 것입니다.

불자님들!

끝 모르게 솟아 오는 나의 욕심을 지금 이 순간, 한 생각 돌이켜 원으로 바꾸어 보시옵소서!
번뇌는 간 곳 없고 가없는 자비심만이 내 가슴을 가득 채워 올 것입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