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살행론] 공경과 헌신

보리심을 보호하는 마음 코끼리 길들이기 3

2018-01-02     재마 스님

聞 
큰 축복은 세 가지 복전에서 나오나니 공덕의 복전(경전敬田-삼보)과 은혜의 복전(사전思田-부모)에 헌신하고 고통받는 중생(비전悲田)들에게 공성의 지혜를 가르쳐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것이라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그것을 분명하게 이해하여 악행을 하지 않고 선을 행함에 능숙하고 깊은 신심이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을 볼 때마다 내가 부처님의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이 중생들 덕분이라 생각하고 그들을 자비심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네.(5:80~82)

思 
우리는 복을 많이 받고 싶어 합니다. 이제 곧 새해가 시작되면 서로 나누는 인사도 “복 많이 받으십시오.”입니다. 요즘은 “복 많이 지으십시오.”라고도 합니다. 우리는 복을 어디서 어떻게 지을 수 있을까요? 복福은 ‘아주 좋은 운수’, ‘큰 행운과 오붓한 행복’이라는 사전적인 뜻을 갖고 있습니다. 복福이라는 한자는 ‘시示’와 ‘복畐’이 합쳐진 문자로 ‘시示’는 하늘이 사람에게 가르치고, 알리고, 보인다는 뜻이고, ‘복畐’은 배가 불러 오른 단지를 표현한 상형문자로 가득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은 이 두 글자가 합쳐져 인간을 넘어서 초월의 힘을 입은 운과 넉넉함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샨티데바 스님께서는 큰 행운과 오붓한 행복을 가져오는 공덕의 밭을 셋으로 들고 있는데요, 삼보三寶와 부모, 그리고 고통받는 중생들입니다. 이 세 가지 복 밭은 공경과 헌신과 연민의 마음으로 가꿀 수 있다고 합니다. 초기경전 『상윳따니까야』 「알라와까 경」에서도 “삼보께 대한 믿음이 인간의 으뜸가는 재화이며, 법을 잘 닦아야 행복이 온다.(S10:12)”고 전하고 있습니다. 『앙굿따라니까야』 「재산경」(A7:5~6)에서는 7가지의 재산이 믿음과 계, 양심, 수치심, 배움, 베풂, 통찰지라고 설하는데 여기서도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삼보께 대한 믿음입니다.

두 번째 복전은 은혜의 밭인 부모님입니다. 『상윳따니까야』 「진리 상윳따」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존중하는 중생들은 적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존중하지 않는 중생들은 많다.(S56:66)” 『앙굿따라니까야』의 「바탕경」의 “은혜를 알고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참된 사람의 바탕(A2:4:1)”이라는 경구들은 예나 지금이나 부모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보여줍니다. 
우리 부처님께서도 “비구들이여 수명이 백 년인 때에 태어나 백 년 동안 살면서 내내 한쪽 어깨에 어머니를 태우고 다른 쪽 어깨에 아버지를 태워드리더라도, 향을 뿌리고 안마를 해 드리고 목욕시켜드리고 몸을 문질러 드리면서 봉양을 하더라도, 대소변을 받아내더라도, 그들은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다.(A2:4:2)”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의 몸으로 이 세상에 나오도록 생명을 주신 부모님의 은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중에 자신 있고 떳떳하게 부모님을 잘 봉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가 지어주신 ‘청개구리’라는 별명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어머니 속을 태웠는지 이름만 들어도 이해가 가시죠? 지금은 양친 모두 이 땅에 계시지 않아 부모님을 생각할 때면 아련하게 가슴이 저려옵니다. 이렇게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저 같은 사람들은 부모님께 봉양하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상윳따니까야』 2권에서는 이전 생에서 자신의 어머니나 아버지나 형제자매가 되지 않았던 중생을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존재들이 나의 어머니이며 아버지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볼 때 부모님에 대한 헌신은 자연스럽게 중생의 복전과 연결이 됩니다.  
샨티데바 스님께서는 고통받는 중생이 세 번째 복전이라고 하셨는데요, 이들을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공성空性의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불법을 만난 인연은 티베트스님과 함께 인도 여행을 하면서였습니다. 그때 저는 그리스도교와 서양 문명의 한계인 이분법의 논리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차였습니다. 여행 중 어디서인지는 분명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것도 우리가 보이는 대로, 아는 관념과 개념대로 존재하지 않고 그 본질은 비어있다는, 공성의 진리에 대해 듣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 가슴은 뻥 뚫리고 머릿속이 지우개로 싸악 지워지는 상상이 들면서 너무나 시원했습니다.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많은 의문들이 한꺼번에 해소되면서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진리가 세상에 있다는 것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이후 저는 진리를 밝혀주신 부처님의 말씀이 궁금해서 출가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불법인연은 줄탁동시가 되어 사람들을 묶여있는 결박에서 자유롭게 합니다.

샨티데바 스님은 『입보살행론』 제5장에서 중생을 이롭게 하는 이타행으로 세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재물과, 부처님의 법과, 윤리적인 삶으로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라고 합니다. 재물은 세상을 살아가는 자원으로, 이를 나누는 것이 첫 번째 이타행 실천법입니다. 허공장虛空藏 보살은 중생의 소원을 모두 들어주어 이롭게 하는 분으로 나눔의 상징적 모델입니다. 범어로 ‘아카사가르바Akasagarbha’라는 이 보살은 지혜와 자비가 광대무변한 허공과 같으며, 허공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듯이 모든 이들의 소원을 다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준 적이 있을까요?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들을 얼마나 자주 나누고 있을까요?
이 보살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허공장보살경』에서는 보살의 마음을 자연에 비유합니다. 보살은 온갖 보물을 묻고 있는 땅과 같은 복전이 되어야 하며, 일체중생을 키워주고 식물을 자라게 하고 자양분을 주는 물처럼 보살은 중생에게 복락과 신심을 안겨주는 생명수가 되어야 합니다. 또 깨달음의 향기를 풍기면서 모든 번뇌를 씻어 시원하게 해주는 바람처럼 되고, 번뇌를 태워버리는 불처럼 되어야 합니다. 중생을 유익하게 하되 자연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고 흔적 없이 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이들 자연처럼 흔적 없이 베푼 적이 있을까요?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자신을 살피고 마음을 훈련하기 위해 경론의 율의를 배우라고 합니다. 『허공장보살경』에 나온 보살의 근본학처는 물론이고, 보살도를 수행하기 위해 『대승집보살학론大乘集菩薩學論』과 샨티데바 스님의 다른 저서인 『일체경집요』를 보거나 성스러운 용수 보살께서 지으신 『경집』과 『논집』을 반드시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아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이외에도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어도 그 상황에 맞는 수행에 부지런히 정진해야 한다.’(5:99)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경전을 얼마나 자주 반복해서 보는가요? 또 모든 상황을 수행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요? 
불자로서의 윤리적인 삶이란 『반야경』에서는 십선도를 행하며 타인에게도 십선도를 행하도록 하는 것이며, 『화엄경』 「정행품」에도 어떤 악도 짓지 않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보살내계경』에서는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의 자비희사를 행하며, 십불선업을 참회하고 육바라밀수행을 권합니다. 한 마디로 나와 남을 유익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이번 달의 수행 주제는 삼보께 대한 공경과 믿음을 실천하고, 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연민으로 온갖 이타행을 하는 것과, 항상 경론에 비추어 자신을 살피는 윤리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삼보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하루 세끼를 드신다면 밥상 앞에 앉아 불법승 삼보께 마음으로 먼저 공양을 올리고 드시는 방법은 어떤가요? 눈에 보이는 곳에 불감을 모셔두거나 불상이 그려진 상본을 모시고 다니면서 자주 혹은 정해진 시간에 부처님을 바라보며 그분의 가르침을 기억하는 것은요?
매일 저녁 하루 동안 고마운 일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 달은 특히 올 한해 누구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는지, 혹은 용기를 냈는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는지를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그분들을 떠올려보며 자애와 연민과 고마움의 마음을 보내면서 그분들이 공성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을 실어보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재마 스님 
중앙승가대학교에서 불교사회과학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불교의 사회참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움직이는 법당, 춤추는 절을 꿈꾸며, 소마명상여행을 이끌고 있다. 또한 종교를 초월해 ‘마음비추기’ 피정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완화의료(암)병동에서 매주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위한 영적 돌봄 봉사를 하고 있다. 박사논문으로 「사무량심의 가치 재발견과 체화프로그램 개발연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