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들] 네번째 붓다빅퀘스천

과학의 시대, 명상의 미래

2018-01-02     김우진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등이 사회 전반에 대두되며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는 이 때,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명상과 심리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지난 11월 16일 조계사 경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공연장에서 ‘과학의 시대, 명상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주)불광미디어가 주최한 지혜컨퍼런스, 우리 시대 선지식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는 ‘붓다 빅퀘스천’, 그 네 번째 강연회다. 

 

사진:최배문

4번째 붓다 빅퀘스천은 장현갑 교수(영남대 명예교수), 박문호 박사(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인경 스님(목우선원장)이 강사로 나서 ‘명상은 어떻게 아픔을 치유하는가’, ‘과학이 밝혀낸 명상의 의미’, ‘불교명상의 미래’를 강연했다.

한국심리학회 전 회장을 역임한 심리학계 석학이자 원로인 장현갑 교수가 첫 번째 강연자로 자리했다. 장 교수는 ‘명상이 치료가 된 시대’를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서구사회에서는 명상은 이미 단순한 수행의 단계를 뛰어넘었습니다. 서구에 명상이 소개된 이래, 명상의 혁명기를 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타임」지와 「뉴스위크」 등은 ‘Mindfulness Revolution’이라고 표현하며 명상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회지 「아메리칸 사이콜로지스트」에서도 ‘마음챙김이 치료가 된 시대’라고 표현하며 명상의 현 위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현갑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심신치료의 도구로 활용되며 선진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마음챙김 명상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번 ‘붓다 빅퀘스천’ 강연에서는 ‘명상의 의미’와 함께 ‘왜 서구사회는 명상에 열광하는지’, ‘명상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명상을 통해 현대인들의 마음의 병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 알기 쉽게 이야기했다. 동시에 “임상, 교육, 군사, 산업 등 사회 전반에 폭넓게 마음챙김 명상이 활용될 수 있다.”며 예시를 통해 그 활용성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사회의 발전과 함께 마음의 병도 늘어나고 있어요. 마음챙김 명상은 이제 하나의 치료 방법입니다. 특히 우울증이나 불안 등 마음과 감정에서 발생하는 병을 치유하는 데 탁월하죠. 이미 뇌 과학에서 입증된 결과입니다.”

장 교수는 뇌 과학에 대한 설명을 다음 강연자인 박문호 박사에게로 넘기며 첫 번째 강연을 마쳤다.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박문호 박사의 ‘뇌 과학을 통해 본 명상’이 이어졌다.

사진:최배문
사진:최배문


 
박문호 박사는 강연에서 명상을 하는 동안 일어나는 뇌의 활동과 그 과정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명상 수행에서 강한 의지와 함께 축적된 양질의 기억들이 융합할 때 ‘나’와 세계가 합일되는 어떠한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 과학적으로 보면 깨달음은 특별한 상태이지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상태입니다. 다만 목숨을 내걸 만큼 극단적 상태에 도달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못합니다. 그런 강한 의지에 필요한 것이 축적된 기억입니다. 어릴 때부터 쌓아온 기억을 통해 자신을 극단적 상태로 몰아붙이면 뇌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시스템이 그 과정을 진행시켜줍니다. 뇌 전체가 활성화되어서 마치 댐이 범람하듯이 각성의 상태가 됩니다. 그 과정에서도 뇌에서는 신경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 농도를 조절하여, 미치지는 않지만 최고의 상태로 만들어줍니다.”

박문호 박사의 강의에 청중들은 설명을 들으며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그의 필기 노트를 연신 사진으로 찍었다. 세세한 설명이 가득 적혀있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청중들은 감탄 섞인 웃음을 지었다. 

데자뷔 등 꿈에 관련된 이야기를 뇌과학에서는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청중의 질문에 박문호 박사는 “기억과 감정의 신경이 끊어졌을 때 뇌는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너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일 때 뇌는 합리적인 모순을 만들어내죠. 상황이 복잡해지면 뇌가 자기 마음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런 예들 중 하나가 꿈입니다.”라며 답변했다.

더불어 박 박사는 “과학계에서는 예지력과 꿈의 해몽을 인정하지 않지만, 그런 ‘특별한 것들’에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이유도 뇌의 작용 때문”이라며 “어린아이들이 평평한 벽을 보다가 콘센트 구멍에 관심을 보이며 젓가락을 넣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말했다.

강연 막바지 “몽중일여夢中一如는 어떻게 보는가?”라는 물음도 나왔다. 박 박사는 “몽중일여는 사실 일반인도 많이 경험합니다. 이는 뇌가 집중을 통해 각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잠자리에 들어도 뇌의 엔진이 꺼지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것이 생각나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급박하게 처리할 일이 있을 때 신경을 많이 쓰고 집중하다 보면 뇌에서 자면서도 그 작업을 그치지 않고 이어가죠.”라며 답했다. 이어서 잠에 관해 설명하며 “자면서 우리가 가진 오랜 기억들이 계속 정리됩니다. 30년 전에 배운 자전거 타는 법을 잊지 않는 것도 수면 중에 정리되는 기억에 의해 잊히지 않는 것.”이라며 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사진:최배문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인경 스님은 ‘과학적인 불교명상의 세계’를 주제로 대중과 만났다. 스님은 인도에서 시작된 명상이 어떤 경로를 거쳐 동아시아와 서구사회로 전달됐는지, 그리고 그것이 현대사회에 와서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명상이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는 너무나 만연해 있죠. 스트레스와 현실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명상은 그런 사람들에게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고, 알아차림을 강화시켜 통찰하는 힘을 키워줍니다. 명상상담은 현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법입니다.”

인경 스님은 명상수행 참가자들의 이야기와 여러 임상 사례를 소개하며 명상상담을 통해 수행과 현실적 효용성의 확대를 강조했다. 

저녁 6시에 시작해 9시를 넘겨 끝낸 ‘붓다 빅퀘스천’ 그 네 번째 강연은 만석을 이뤘다. 좌석을 가득 메운 청중을 통해 대중들이 얼마나 과학과 명상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 강연은 과학과 불교의 눈으로 명상으로 바라보고 명상을 통해 시대의 고통을 어떻게 치유할지 모색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한편, 불광미디어의 ‘붓다 빅퀘스천’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길어 올리는 시간’이라는 슬로건 아래 매년 2차례씩 개최하고 있다. 이날 강연은 BTN불교TV에서 12월 중 방송으로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