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명법문] 청주 용화사 각연 스님

미소 띤 얼굴로 내미는 손길

2017-11-28     김우진

어느덧 산이 물들고,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지요.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연도 겨울나기를 위해 넉넉히 준비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습니다. 오늘 법우님들께 드릴 말씀은 베풀며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진:최배문


|    남에게 먼저 베푸는 삶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이나 공짜로 얻으려고만 합니다. 그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커다란 착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한당처럼 쉽게 돈을 벌어 보려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세상의 참된 부자가 되는 법은 드문 것입니다. 

법우님들은 이웃이나 세상으로부터 무엇을 받기를 바라기 전에 주는 것부터 배워야 합니다. 

먼저 타인에게 주어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인간 사회의 법칙이기도 합니다. 우선 대자연을 보십시오. 가령 땅은 비옥하며 심은 대로 풍성히 생산해 줄 수 있다 하더라도 법우님이 그 땅에 먼저 씨앗을 뿌려 주지 않으면 수확을 기대할 수가 없는 법입니다. 

대자연에 먼저 씨를 뿌려 주어야 풍성한 결실을 맺고, 그것을 인간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것입니다. 법우님, 인간 세상에 대해서도 무엇이든 먼저 베풀어 주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주고 난 다음에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50대에 은퇴한 어느 군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군 생활을 아주 잘했어요. 군에서 감독관 생활을 끝으로 퇴직했습니다. 퇴직을 한 후에 그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는 근무기간 중에 사고 한 번 낸 적이 없었고, 현재도 감기 한 번 안 걸릴 정도로 건강한데 벌써 퇴직하다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그는 근심과 걱정 속에서 살았습니다. 급기야 건강하던 몸에 병이 들었고, 시름시름 앓다가 두 달도 채 안 되어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건강한 사람이 퇴직한 후 할 일 없이 지내다가 일찍 생을 마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의 상당수는 가난한 사람을 돕거나 남을 위해서 할 일이 무수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못합니다. 사회가 자신에게 무엇인가 해주길 기다리며 불평하다가 외롭게 생을 마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남에게 주는 것은 모르고 항상 받는 것만 생각하다가 아무것도 받지 못하게 되면 불평과 좌절감 속에서 사회와 남을 원망하다가 세상을 마치고 마는 것입니다. 

반면에 얼마 전에는 자식을 유괴해서 죽인 범인을 용서하고 그 범인을 위해서 기도한다는 부모가 있었습니다. 어려운 예이긴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먼저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그야말로 남에게 무엇인가 주는데 신명을 바치는 불보살입니다. 

이처럼 우리도 먼저 행동하고, 베풀어야 합니다. 우선 법우님의 얼굴에 미소를 띠거나 밝은 표정을 지어 남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렵거든 거울을 보고 자신의 환한 얼굴을 연습해보세요. 남에게 미소로 대하면 남도 미소로 대할 것이고, 상을 찡그리면 남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법우님, 남의 물건을 빼앗는 것이 남을 해치는 일임을 잘 알듯이 나쁜 말을 함으로서도 남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공연히 말을 잘못하여 남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밝은 얼굴로 남을 돕고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십시오. 

|    7가지 베풂의 방법
돈이 아니더라도 친절한 말이나 만날 때 먼저 건네는 따뜻한 인사와 밝은 표정, 아픈 사람에 대한 다정한 배려심 등 남을 돕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도 있듯이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기 마련입니다. 『잡보장경雜寶藏經』의 「무재칠시無財七施」에는 ‘남에게 어떤 것을 베풀 수 있는가’가 적혀있습니다. 재물이 없는 사람이라도 깨끗한 마음으로 남에게 베풀 수 있는 7가지 보시布施가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재물이 없기 때문에 남을 도울 수 없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재물 없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7가지 무재칠시가 있으니 이를 알고 실천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첫째는 예의 바르게 사람을 대하고 남의 일을 도와주며 남에게 몸으로 봉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신시身施라고 합니다.  

둘째는 착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남에게 동정심으로 따뜻한 온정의 마음을 베푸는 것입니다. 이것을 심시心施라고 합니다. 

셋째는 부드러운 눈으로 사람을 대하고 눈으로서 남을 볼 때 남이 평온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안시眼施라고 합니다. 

넷째는 부드럽고 미소 띤 얼굴로 사람을 대하며 온화한 얼굴 표정으로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화안시和顔施라고 합니다. 

다섯째는 좋은 말로 사람을 대하고 남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말을 해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언시言施라고 합니다.

여섯째는 남에게 자리를 잡아주고 양보하며 편안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상좌시上座施라고 합니다. 

일곱째는 남에게 자신의 방을 이용하게 하거나 집에 와서 쉬거나 묵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방사시房舍施라고 합니다. 

이러한 도움은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므로 일상생활에서 항상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베풂의 길에는 말로 미치지 못하는 바가 많습니다. 억압이나 강제에 의한 베풂이 아닌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보시는 스스로의 움직임에 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과 같이 빈부의 차가 심하게 느껴질 때일수록 이웃을 사랑하고 나눔을 함께 할 때입니다. 베푸는 것은 가치관의 혼란에 의한 정신적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하여 주는 대승보살의 동체대비의 정신입니다. 

날이 갈수록 개인주의에 침잠하고 이웃으로부터 멀어지며 물욕과 향락에 탐닉하는 현대인에게는 이 보시의 숭고한 사상과 자비가 더 없는 처방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쪼록 다가오는 추위에도 서로가 먼저 베풀고 다가가 따뜻한 마음들이 넘치길 서원합니다. 법우님의 주변에 항상 밝은 미소 가득하길 바랍니다.    

                                   

법문. 각연 스님

청주 용화사 주지. 법주사에서 혜정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범어사에서 일타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과, 법주사 강원 대교과를 졸업했다. 조계종 직할 용굴암 주지, 조계종 직할 개운사 재무국장, 중앙승가대학교 총동문회 사무국장, 중앙승가대학교 총무국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