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마음] 한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낳고

2017-11-28     황주리
그림 : 황주리

나이 들어가는 징후 중에 내가 가장 기쁘게 만난 것은 아침 일찍 일어난다는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라디오를 켜니 늘 듣는 방송에서 내가 좋아하는 어느 스님의 말씀이 흘러나왔다.

“한 생각이 만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키니, 그 생각들이 다 내 안의 중생이다. 자신의 중생을 제도하는 자만이 타인의 마음을 제도할 수 있다.” 어리석은 중생이라 타인을 나무라지 말고 내 안의 중생부터 제도할 일이라는 걸, 또 한 번 깨달으며 또 하루를 시작한다. 

특별한 어떤 알 수 없는 끌림으로 나는 내 마음의 법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 끌림을 끌림이라고 표현하기엔 많이 모자라긴 하지만, 숨이 막히는 혈육의 죽음 같은 깊은 상실을 경험했을 때, 죽을 것 같은 심연으로부터 세상의 수면 위로 내 존재의 한쪽 팔을 끌어올려 준 건 붓다의 가르침과 붓다를 따르는 많은 분들의 책을 읽거나 법문을 듣는 일이었다. 겨울옷을 꺼내다가 동생에게 주었던 장갑이 눈에 띄었다. 언젠가 그 장갑을 끼었던 지금은 없는 동생의 체온, 그 서글픈 따뜻함이 전달됐다. 이 막막한 슬픔은 아마도 영원할 것이었다.

불교적이라 느껴지는 어떤 것들은 절망의 구덩이 속에서 만난 가느다란 빛 같은 것이었는데, 나는 그런 마음의 상태를 그림으로 옮기는 일에 열중했다. 지금 생각하니 모든 사소한 만남도 다 그렇듯, 이미 예정된 인연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땅에다 나뭇가지로 붓다에 관한 추상적인 형태를 낙서할지라도,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 불법 안으로 들어선다던 말이 떠오른다. 내 안의 붓다를 그리다가 타인 안의 붓다를, 우리 모두 안의 붓다를 찾아내 그리니 이 세상이 극락 같다. 비록 상상도 할 수 없는 죄와 전쟁으로 얼룩진 세상의 지금 이 순간이라 할지라도.               
                                     

황주리
작가는 평단과 미술시장에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화가이며, 유려한 문체로 『날씨가 너무 좋아요』, 『세월』,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등의 산문집과 그림 소설 『그리고 사랑은』 등을 펴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과 눈부신 색채로 가득 찬 그의 그림은 관람자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