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무형문화 순례] 대승사 선방 장판 까는 날

2017-11-28     김성동
사진 : 최배문

선방 수좌스님들이 안거 횟수를 말할 때 흔히 쓰는 단어가 있다. 장판때. 장판 깔린 선방에서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앉아서 참선했는가를 알려주는 단어이다. 수좌스님들이 ‘이제 장판때가 제법 묻었으니….’ 하며 법거량法擧量을 하는 것이다. 선방의 문을 열면 보이는 것은 반질반질한 장판과 방석뿐이다. 이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수좌스님들이 밤과 낮을 앉아서 보냈다. 좌선坐禪을 쉴 때는 방 주변을 돌면서 행선行禪한다. 쉼과 감. 선방의 장판은 오랜 기간 수좌스님들과 함께했다. 근대 고승들의 엉덩이가 장판에 눌어 붙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곳 대승사 대승선원 선방의 장판이 해졌다. 곳곳이 갈라지고 뜨고 벌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이 장판 위에 수많은 납자들이 몸을 내렸다. 혹자는 한자리에서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았고, 다른 어떤 수좌는 일주일 동안 좌선과 행선을 반복하며 잠을 자지 않고 스스로를 가뒀다. 수좌스님이 견딘 만큼 장판은 바래졌다. 시간이 더 흐르자 이젠 장판에 틈이 생긴다. 반들거림과 불규칙한 틈. 선방의 장판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이젠 장판을 걷어낼 때가 된 것이다. 

대승사 신도들이 나섰다. 선방 장판을 새로 깔아야 한다. 해제한 후 대부분의 수좌스님들은 운수행각雲水行脚을 떠났다. 남은 몇몇 수좌스님들도 참여한다. 해진 장판을 떼어내고, 풀을 쑤고, 초배지를 방 크기에 맞게 잘라낸다. 홀로 할 수 없다. 더불어 자르고, 칠하며, 붙인다. 누군가가 어긋나면 전체가 틀어진다. 점심공양을 마친 후 다시 시작이다. 이제 장판을 깔아야 한다. 흐트러지면 안 된다. 집중하며 반복이다. 그 반복이 계속되면 어느새 선방은 새로운 장판으로 모양을 드러낸다. 이제 이 장판 위에서 또 새로운 수좌스님들이 부처님과 역대조사가 남긴 흔적들을 찾아 나설 것이다.                                                     

사진 : 최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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