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무형문화 순례] 방생법회

2017-09-28     김성동
사진 : 최배문

가엾은 생각을 내다
- 조계사 방생법회

『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經』 제4권 「유수장자품流水長者品」(동국역경원)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주 먼 옛날 유수流水라는 의사가 있었다. 두 아들을 데리고 도시와 시골로 사람들을 치료하며 다니다가 물이 말라있는 어떤 큰 못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호랑이, 늑대, 여우, 개, 새 들이 무엇인가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가까이 가 보니, 물은 거의 말랐고 못 안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죽음을 기다리며 퍼덕거리고 있었다. 유수 장자는 이 물고기를 보고는 가엾은 생각을 내었다. 그때에 나무 귀신(樹神)이 몸을 반쯤 나타내고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착한 남자여, 이 물고기들이 매우 불쌍하니 그대는 물을 주어 살게 하라. 그러기에 그대의 이름을 유수流水라 한 것이다. 또 두 가지 인연으로 유수라고 한 것이니, 하나는 물을 흘러내리게 한다는 뜻이고, 하나는 물을 준다는 뜻이다. 그대는 이제 꼭 이름대로 실제로 행하라.”

유수 장자는 사방으로 다니면서 물을 찾아보았으나 물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이 못이 본래 어디서 왔던가.’ 하고 두루 찾아보니 멀리 큰 강이 하나 있었다. 어떤 나쁜 이들이 물고기들을 잡으려고 이 강 상류를 막아, 강 아래로는 물이 내려가지 못하게 한 것이다. 유수 장자는 곧 발길을 돌려 임금 계신 곳에 가서 그 사연을 아뢰었다. “저는 대왕의 나라 백성을 위하여 그들의 온갖 병을 치료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어떤 물 없는 큰 못에 이르렀습니다. 물은 거의 말랐고, 그 안에 있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햇볕에 드러나 금방 죽게 될 고통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바라건대 대왕이시여, 큰 코끼리 스무 마리와 가죽 주머니를 빌려주시면 제가 여러 병든 백성들의 목숨을 치료하듯이 물을 길어다가 죽게 된 물고기를 살리겠나이다.”

유수 장자는 왕이 빌려준 코끼리 스무 마리를 끌고 강 상류에 가서 가죽 주머니에 물을 가득 담았다. 강 아래 마른 못으로 와서 물이 가득 담긴 가죽 주머니를 내려 물을 못에 부으니, 예전처럼 못에 물이 가득하였다. 물고기가 생기를 얻게 되자 안심하며 유수 장자는 못 언덕을 거닐었다. 죽음에서 벗어난 물고기들이 그를 따라서 못 가로 몰려다녔다. 유수 장자는 생각하였다. ‘이 물고기들이 어째서 나를 따라다닐까. 이 물고기들은 필시 배가 고파서 다시 나에게서 먹을 것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리니, 내가 지금 주어야겠다.’ 유수 장자는 물고기 먹이를 가져와 물속에 넣어주었고, 나아가 물고기가 목숨을 마친 후에 천상에 태어날 수 있도록 12인연법을 설해주었다. 이 유수 장자가 바로 전생의 석가모니 부처님이다. 

방생放生은 유수 장자처럼 모든 생명에 가엾은 마음을 내는 것이다. 모든 유정무정有情無情들에게 가엾은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우리가 부처님처럼 사는 것이다.                                                                                                  

사진 : 최배문
사진 : 최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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