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무형문화 순례] 조왕기도

2017-09-05     김성동
사진. 최배문

내원사 조왕기도竈王祈禱

전통의 불교의식을 집대성한 『석문의범釋門儀範』(1935) 「조왕단謂王壇」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지심귀명례팔만사천조왕대신至心歸命禮八萬四千竈王大神 지심귀명례좌보처담시역사至心歸命禮左補處擔柴力士 지심귀명례우보처조식취모至心歸命禮右補處造食炊母” 민간에서 조왕은 부엌의 신이다. 조왕신은 불교가 받아들인 민간신앙으로 사찰의 공양간에 모시고 있다. 공양간 부뚜막 위에 조왕단을 설치하고 조왕신을 가운데로 하고, 좌左에는 왼쪽의 담시역사擔柴力士가 땔감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고, 우右에는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를 뜻하는 조식취모造食炊母가 있다. 이런 조왕탱화가 없는 사찰 공양간에는 주로 글자를 적어 조왕대신을 모시고 있다. 공양간이 현대화되면서 ‘부뚜막 위 조왕단’도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 많은 사찰 공양간에는 조왕단을 모시고 있다. 

『석문의범釋門儀範』 「조왕청竈王請」에는 조왕신을 다음과 같이 찬탄한다. “향기 가득한 주방의 언제나 출납을 자재로 주재하시고(香積廚中常出納) 부처님 법 보호하고 수행하며 마장을 꺾으시며(護持佛法亦逐魔) 인간의 소원 있어 정성을 다해 축원하면(人間有願來誠祝) 병 없애고 재앙 소멸해 행복을 내려 주시네(除病消災降福多)”(법산 스님 역) 또 조왕신의 위신력을 10가지 게송(『환희조왕경歡喜竈王經』)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대부분 가족이 평안하고, 집안에 재물이 가득하고, 수명을 늘리고, 모든 병을 없애고, 삿된 귀신과 재앙을 없애는 이야기다. 옛 어머니들이 부엌에서 가족의 행복을 빌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불교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봉청검찰인사분명선악주奉請檢察人事分明善惡主. 『석문의범釋門儀範』 「신중단神衆壇」 104위 중 하단 아홉 번째(전체 104위 중 70위)에 조왕대신의 역할을 이렇게 적고 있다. 조왕대신은 항상 인간의 선악을 관찰하여 사람의 일들을 분명히 하기 때문에 ‘검찰인사분명선악檢察人事分明善惡 ’이라고 밝힌 것이다. 구미래 박사에 따르면 “사찰에 모신 조왕은 인간의 죄를 감시하고 선악을 가리는 윤리적 측면과 더불어 사찰 공양간을 삿된 침입으로부터 지켜내는 역할을 맡았다.”라고 했다. 조왕신에게 사람의 일을 엄정히 살펴 선악을 가리는 일을 맡긴 것이다.                                                                                              
                                           

사진. 최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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