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고 유익하게

물처럼 구름처럼

2007-09-15     관리자


전생의 기억은 떠올릴 수가 없어서 적지 못하지만 맨처음 불교를 접한 것은 국민학교 4학년때쯤이다. 그 당시 '자유교양대회'라는 게 있어서 학교에서 책을 빌어다 읽었는데 아마도 부처님의 전생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사단이 났다. 그 책을 다 읽고선 학교에 되돌려 주어야 하는데 군것질이 하고 싶어서 책값으로 맛있는 과자를 사먹어 버린 것이다. '옴 살바 못쟈 모지사다야 사바하'.
아무튼 그렇게 나는 불교란 것을 처음 접했고, 이제서야 뉘우치는 말씀(참회진언)을 할 정도로 불교에 관한 기억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말에 불교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내가 살던 경기도 평택의 모교인 동고등학교(요즘은 신한고등학교로 바뀜)에 다니는 길이 찻길과 걸음길이 있었는데, 찻길은 오히려 멀고 걸음길이 곧 지름길이었다. 그 길은 충혼산이라 불리는 연화봉의 기슭을 돌아 지나는 길이었는데 길모퉁이에 명법사라는 절이 있었다. 오가다 유심히 보았는데 그야말로 보기에 좋았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길가 벽에 불교학생회 법회가 토요일 오후 3시에 있다는 게 아닌가? 그래서 찾아가 보았더니 비구니 스님이 법문을 하고 계셨다. 얼굴도 희고 고운데다가 말씀도 아주 잘 하셔서 불교라는 게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그야말로 '아, 이것이로구나!'하는 생각이 꽉 박혔다.
그때부터 승려가 된 지금까지 나의 신심은 변함이 없다. 불교학생회에 다니면서부터 더욱 학교 공부에도 열심이고 친구들과 사귀는 일이나 4-H활동, 문예 활동, 과외지도(고1때부터 중3을 지도하는 과외교사를 했었다.) 등 모든 활동에서 뒤지고 싶지 않았다.
그 뒤 대학에 들어가 중앙대 불교학생회, 대학생 불교연합회 등의 활동을 하면서 명법사, 천은사, 호명사, 사자암 등의 어린이법회 교사활동을 했다. 또 명법사 청년회를 조직해서 초대 회장을 맡고, 평택에 사회단체의 필요성을 느껴 불교인임을 밝히고 YMCA결성에 동참해서 활동을 했더니 어느 교회 주일학교 간사는 성가대를 만들자고 찾아 오기까지 했다. 물론, 불교인임을 알고 그 쪽에서 포기하긴 했지만, 이때 나의 생각은 불교가 참 '쉽고 재미있고 유익한' 종교라는 것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남들과 이야기해보면 유익한 것은 모르겠는데 쉽고 재미있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라고들 했다. 내게는 이렇게도 쉽고 재미있는 종교가 왜 남들에게는 어렵고 딱딱한 종교로 느껴질까? 하는 의문이 늘 마음 속에 있었고 그 결과 그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사람과 교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의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서 유익한 삶 찾기'는 시작되었다. 그 첫 단추가 내게는 대학 3학년 때 대학생연합회지인 『진리의 벗』 창간호에 「현대 자연과학과 불교」라는 논문을 실어 불교의 중요 교리라고 알려져 있는 윤회(輪廻)가 불교만의 도그마가 아니라 자연계의 한 현상임을 알려 주었다. 이는 나의 학부 전공이 기계공학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전공을 물어오면 학부에선 '기계철학(?)'을 했고, 대학원에서는 불교학을 했다고 하면 놀람 반, 웃음 반으로 반응을 보인다. 과학적 관심은 계속되어 석사논문도 '모든 것은 쓸모없게 된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을 연기설의 입장에서 검증하는 내용을 다뤘다.
두 번째 단추는 불교와 레크레이션과의 접목이다. 특히 어린이법회를 보면서 백지처럼 하얀 어린이들에게 수많은 물량공세와 갖가지 교육기법을 도입하고 있는 개신교보다도 더 재미있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아로새길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YMCA레크레이션대학 제6기생으로 입학해 열심히 배우고, 대원정사에서 장명문 법사 등이 주도하는 불교레크레이션 연구원에도 나가 보고, 청소년교화연합회에 서울지부 어린이교사 모임에도 나가다가 불교레크레이션포교회가 창립되어 본격적으로 레크레이션포교에 나서게 되었다. 지금은 회장까지 맡게 되어 그 책무가 더욱 크다.
많은 분들이 재미있는 레크레이션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절이 가지는 엄숙함도 또한 해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며 그것이 나에게는 숙제요 자그마한 화두이기도 하다. 그래서 건달바의 음악공연에 맞추어 부처님보다 나이가 많았던 지혜 제일의 제자 사리불이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는 이야기도 찾아냇고, 신라시대 경흥 국사의 병을 비구니 스님으로 화현한 관세음보살님이 갖가지 표정과 몸짓으로 춤을 추어 낫게 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도 알아냈다. 이 삼국유사의 기록은 요즘 각광을 받는 '치료레크레이션'의 전형을 이루고 있는 최근의 기록이어서 논문으로 작성해 발표할 예정이다.
어린이들에게 불교를 이야기할 때 궁금해 하는 것이 많지만 가장 우선하는 것이 아마도 '부처님과 하나님은 누가 우선인가?'일 것이다.
곤란하고도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얼버무릴 수도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범천의 권청(梵天勸請)에서 소재를 가져와 하나님은 부처님의 보디가드이기를 맹세하고 설법을 청했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어깨가 쩍 벌어진다. 또 그후에 말씀하신 경전을 하나님도 알아 듣지 못하는 어려운 깨달음의 이야기를 수준을 낮춰 쉽게 이야기 했더니 누구나 '아함∼'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아함경'이라고 설명해 주면 재미있어 하고 잘 기억한다.
'부처님의 말씀·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온'이라는 뜻의 'Agama'라는 원어와도 잘 통하는 말이라 생각하여 스스로도 웃는다.
청년들에게 불교를 이야기할 때는 부처님의 사상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주체성을 강조하는 점을 착안해 청년이 아니면 불교를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청년은 자주성·주체성·창조성이 강한 연령인데 나이가 젊어서 청년이 아니라 마음 속에 자주·주체·창조성을 가지고 실천할 때에만 젊은 청년이라며 불교는 청년만이 믿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분들에게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와 친구가 되고 싶으면 다음 세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첫째, 누구나 다 겪는 죽음에 대해 원고 없이 한 시간 이상 이야기할 수 있을 것. 둘째, 사랑에 대해 한 시간 이상 이야기할 수 있을 것. 셋째, 진리에 대해 한 시간 이상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거기에 나름대로의 분야에 대해 재미있고 조리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꺼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이야기한다.
세 번째 단추는 사회활동이다.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공해추방운동불교인연합, 불교인권위원회, 평화통일추진불교협의회 등에 이어서 불교방송 심야프로 '살며 생각하며'의 진행을 맡게 된 것도 그런 연유이다.
어떤 저명 불자께서 그렇게 다 돌아다니면 한 군데도 쓸 데 없게 된다고 걱정까지 하기도 했다. 그 말씀도 일리가 있고 고마운 충고지만 나는 그래도 계속 활동을 함으로써 불교의 , 스님들의 관심사가 인생 전반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픈 것이다.
참으로 불교는 쉽고도 재미있고 또 유익한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계시는 분이 더 적극 나서야 할 때이며, 그 일을 내가 하고 싶고 또 동지를 구해서 같이 하고 싶은 것이다.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신은영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