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오뎅집

2002-01-14     관리자

[우리 동네 오뎅집]

제가 사는 동네에는 재래 시장이 있습니다. 이 곳에는 여러 곳에 오뎅집이 있어 부산 오뎅을 한 개 200 원씩(보통 250 원 하는 것을 이 곳에서는 200 원에 팜) 사이 좋게 오손도손 나눠 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원조 부산 오뎅'이라는 큰 오뎅집(크다 해 봐야 가게 갖고 하는 정도지만,다만 이 곳은 오뎅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게 다릅니다)이 하나 생기더니, 포장 마차에서 하나에 500 원 하는 오뎅은 300 원, 300원 하는 오뎅은 200 원, 그리고 200 원 하는 오뎅은 100 원에 세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이 집에만 모이는 것은 불문가지. 너도 나도 지나 가는 길에 이 곳에서 오뎅을 실컷 먹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돈 한 닢이 아까워 오뎅 하나만 먹던 사람도 이 곳에서는 적어도 1.5 배 이상은 먹으니까요. 해서 다른 장사하시는 분들은 요즘이 워낙 불경기라 파리 날리는데도 이 집은 날로 번창하고 늘 사람들로 들끓습니다. 그 와중에 다른 오뎅집은 하나 둘 문을 닫고 튀김 떡복기 팔며 곁가지로 오뎅 한둘 팔던 분들은 아예 오뎅 끓이는 냄비를 치워 버립니다...

저는 부산에서 자란 탓인지 오뎅을 즐기는 편이라 어느 날 이 가게에 들러 몇 개 먹으며 슬며시 물어 보았습니다. 먼저 장사가 참 잘 되어 좋겠다는 인사말에 만족한 웃음으로 받아 넘기시던 젊은 주인 아주머니는, 그런데 다른 집은 다 문 닫았던데요? 하고 넌지시 말을 건네자 쑥스러운 듯 말없이 저를 피해 버립니다. 이로 미루어 보면 별로 나쁜 뜻은 없는 분인 것 같습니다. 당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는 그래도 아시는 분이니 그러시겠지요. 단지 누군가에게 이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들어 이 곳에 이렇게 오셔서 본의 아니게 싹쓸이를 하시고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소비자야 200 원 하는 오뎅을 100 원에 먹어 좋기는 하지만, 겨우 오뎅 하나 팔아 아이들 키우는 저 분들은 어떡하라는 것인지... 그리고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당신 일이 아니니 열심히 싼 집 찾아 이 집으로만 오는 손님들은 또 무언지... 저는 이 곳을 지날 갈 때마다 그런 생각입니다.

경제가 어려워 많은 분들이 고통 받는 요즘, 대자본을 배경으로 구멍 가게의 몇 푼 안되는 벌이마저 싹쓸이 하며 부익부 빈익빈을 더하는 이들이 많고 , WTO가입이다 뉴라운드 출범이다 하며 날로 싼 값에 파죽지세로 몰려 오는 농산물을 비롯한 중국 제품 및 외국의 압력에 망연자실하여 넋을 잃고 바라보는 농민들과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는 우리의 현실에, 문득 우리 동네 오뎅 가게가 생각이 나서 한 자 적어 보았습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