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 스님과 함께 읽는 계초심학인문] 23 ~ 24

다워니와 같이 읽는 계초심학인문 誡初心學人文

2017-08-01     서주 스님
그림 : 서주 스님

23     “만약 종사스님께서 법상에 올라 설법하시는 때를 만나거든,
가르침에 대해 마치 낭떠러지에 매달린 것처럼
어렵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서 물러나는 마음을 내지도 말고
혹 늘 듣는 이야기라 생각을 해서 쉽다는 마음을 내지도 말아야 합니다.
모름지기 생각을 비워 설법을 듣게 되면 반드시 깨달을 때가 있으리니
말만 배우는 사람을 좇아 입으로만 판단하는 것을 취하지 않도록 합니다.”
若遇宗師이 陞座說法이어든 
切不得於法에 作懸崖想하야 生退屈心하며
或作慣聞想하야 生容易心하고
當須虛懷聞之하면 必有機發之時하리니
不得隨學語者하야 但取口辦이어다.

 

선지식의 법문을 경청함에
어렵다느니 쉽다느니 하는 
알음알이를 내지 않습니다.
경계 없는 빈 마음으로 
종사스님의 가르침이 육근六根을 적시도록 합니다.
그러다 보면 인因과 연然이 조우할 때 
반드시 깨닫게 되는 때가 도래합니다.
말에 그리고 나의 얕은 판단과 분별에 
속지 않도록 합니다. 

•현애상懸崖想은 ‘낭떠러지에 매달린 듯 어려운 생각’을 뜻합니다.

그림 : 서주 스님

24     “소위 ‘독사가 물을 마시면 독을 이루고
소가 물을 마시면 젖을 이룬다’는 말처럼
‘지혜롭게 배우면 보리를 이루고 
어리석게 배우면 생사生死를 이룬다’함이
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所謂蛇飮水하면 成毒하고 
牛飮水하면 成乳달하야 
智學은 成菩提하고
愚學은 成生死라함이 是也니라.

 

같은 가르침을 듣고 배우는데도
누구는 아집我執과 삼독심三毒心이 더욱 견고해지고,
누구는 보리심이 증장됩니다.
본래 주인공의 그릇 크기는 무한합니다.
하지만 그 그릇을 작게 만드는 것도
맘껏 활용하는 것도
스스로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생사를 해탈코자 첫 마음을 냈다면
중생을 이롭게 하는 양식(乳)을 이루어
곳곳마다 연꽃이 피어나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