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에 사는 슬픔 - 정부 교육개혁안을 보고

풍경소리

2007-09-15     관리자


계속 미루어져 오던 정부의 교육개혁안이 발표되었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교육개혁은 한국에서만 아니라 전세계 각국에서 동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세계 각국에서 추진되고 있다면 세계적인 추진의 주체는 누구인가? 세계적 규모의 기업들, 다시 말해서 한 나라의 차원을 넘을 만큼 규모가 커져 여러 나라 국적을 갖게 된 다국적 자본들이다. 세계의 다국적 자본들은 IMF, GATT, OECD 등의 세계기구를 통해 각국 정부에 교육개혁에 대한 권고안을 내고 그것을 관철시켜 나가고 있다. 이 권고안의 핵심 방향은 첫째, 공교육의 사교육화 둘째, 교육의 국제적 개방이다. 한국의 교육개혁 역시 이 권고안을 충실히 따르고 있음은 물론이다.
"근대화 -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화 - 세계화 시대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보화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교육개혁이 필수적이다. 개혁 방향의 핵심은 두가지이다. 첫째, 산업체계가 소품종 다량생산 체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변화하는 데 부응하여 암기 위주의 획일적 교육을 창의력과 자발성을 중시하는 다양화 교육으로 바꾸어 나가는. 둘째 그러기 위해 학교교육에 정보의 공급과 수요라는 시장개념을 적용 수요자 선택을 중심으로 재편해 나가는 것이다."
위는 청와대 비서실에서 낸 「교육의 세계화를 위한 신교육 구상」의 핵심을 요약한 것인데 다국적 자본이 세계기구를 통해 제시하는 방향이 전적으로 관철되어 있다.
다국적자본이 추구하고 있는, 그리고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이 추구하고 있는 공교육의 사교육화는 공공성이 강한 근대 학교교육 개념에 일정하게 수정을 가하는 것이다. 왜 다국적 자본, 재벌은 학교교육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해소하여 공교육을 사교육화하려는 것일까? 첫째, 냉전체제 아래서 비대해지고 관료화된 국가기구로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 맞는 노동력을 학교교육을 통해 양성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료적 교육체제로는 다양하고 창의성을 살리는 교육이 어렵다고 보고 학교교육에 시장개념을 적용 직접적인 자본의 지배 아래 시장경쟁을 강화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이려 하는 것이다.
다국적 자본은 교육 부분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전분야에서 자신에게 맞게 사회를 개조해 나가려 하고 있고 국가의 개념과 역할 변화까지도 이에 포함된다. 둘째, 공교육의 확대에 드는 국가 비용의 많은 부분을 자본이 부담해야 하는데 이 부담을 덜기 위해서이다. 셋째, 정보화 사회, 교육의 확대 추세로 볼 때 교육 부문 자체가 큰 시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국적 자본이 추진하는 교육개혁은 미국과 같은 세계의 중심국가인 경우와 인도와 같이 주변국가인 경우에 전혀 다른 강도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교육개혁안은 1)등록금의 인상으로 중하층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데 어떻게 국가가 공공부조를 확보하여 중하층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2)고등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교사 학부모들이 원하여 설립하는 경우 작은 학교를 공인하고 의무교육으로서 재정지원을 한다. 그럼으로써 중등교육의 다양화를 추구한다. 3)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충분히 생업을 유지하고 대학 출신자와의 차별이 없도록 기업과 학교의 긴밀한 협동교육을 강화한다로 요약된다.
미국의 교육개혁은 오히려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복지 측면을 극대화하고 사회 내제 집단의 이해와 요구를 총화하려는 노력이 주류를 형성하는 속에서 산업체계 변화에 맞는 노동력 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인도는 소련의 원조 아래 공교육으로서 초등 중등교육을 확대해 나가고 있었는데 소련의 붕괴와 이른바 교육개혁의 추진으로 초·중등교육이 전면적으로 사교육화되었다. 등록금의 대폭인상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 유아기 청소년기 아이들이 공장에 취업하면서 유아노동 유아학대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한국의 교육개혁은 어디에 가까운가? 한국의 교육개혁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나 사회 내 제 집단의 이해관계 조화를 배제하고 자본의 경제적 요구가 전면적으로 관철되는 인도형에 속한다. 한국은 인도에 비해 경제수준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인도 같지는 않겠지만 한국의 교육개혁은 다음과 같은 유사한 결과를 빚을 것이다.
첫째, 국가의 지원체계가 미약한 대학의 설립 자유화와 자유경쟁은 대학교육의 다양화로 되지 못하고 대학 등록금의 급등, 일류에 가까운 대학 이외 대학의 몰락, 외국 대학의 진출로 귀결될 것이다.
둘째, 자립형 사립고의 학생선발, 등록금 자율화, 공립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한 사교육비의 흡수는 고등학교 교육을 사실상 사교육화 하게 될 것이며 고등학교의 학부모 부담을 급등시킬 것이다. 그러나 무한경쟁의 강화 속에서 과외학원 수강을 그만 둘 수 없기 때문에 사교육비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다.
셋째,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지배력을 갖는 보수집단의 입김이 강화되어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다. 또한 현재 학교 여건에서 학생의 다양한 특성을 평가하는 종합생활기록부를 내용적으로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치마바람이 횡행할 것이며 이로 인해 학부모 부담이 늘 것이다. 또한 종합생활기록부가 불신의 대상이 되어 대학 입학은 여전히 수능과 논술 중심으로 되고 입시 위주 경쟁교육은 강화될 것이다.
넷째, 일류고등학교가 부활되어 중학교 역시 입시 바람이 강화될 것이며 국민학교 중학교 역시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사교육비를 흡수하려 하기 때문에 학부모의 부담이 대폭 늘 것이다.
지금 학교 안의 모래시계는 공교육의 종말을 향해 불길하게 모래를 흘러 내리고 있다.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신은영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