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인스님들의 유쾌, 발랄, 파격 설법 콘테스트가 열렸다

제 1회 조계종학인 설법대회 : ‘설법, 세상을 꽃피우다’

2017-07-04     유윤정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조계사 마당에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가 흘러나오자, 경내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동학사 승가대학 세광 스님의 법문이다. 세광 스님은 세상에 행복을 전하는 연등 부처님을 이야기하며 “여러분도 이 말을 해줄 수 있는 누군가의 도깨비가, 누군가의 연등불이 되어 달라.”고 전했다.

|  번뜩이는 재치로 가득한 학인스님의 법문

학인스님의 번뜩이는 재치로 가득한 법문이 펼쳐졌다. 청중들은 귀 기울여 듣고 박수와 환호로 설법에 응답했다. 법사와 대중이 소통하는 전법의 장. 제 1회 조계종 학인 설법대회 ‘설법, 세상을 꽃피우다’(이하 설법대회)가 6월 1일 조계사 앞마당에서 펼쳐졌다.

학인스님들의 설법 실력을 겨룬 이번 대회는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 스님)이 주최했다. 교육원은 학인스님들의 포교와 전법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염불시연대회’, 2015년 ‘외국어스피치대회’, 2016년 ‘토론대회’에 이어 설법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에는 조계종 기본교육기관 18개 중 17개 기관에서 학인스님 총 39팀이 참가했고, 오전부터 예선을 거쳐 12팀이 본선에 올랐다.

친숙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법문이 이어졌다. 자유주제로 8분 이내에 설법을 시연해야 하는 이번 대회에서, 스님들은 부처님 말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다양한 형식과 콘텐츠를 준비했다. 대형 모니터를 사용해 프레젠테이션하거나, 법구, 게송, 사진, 영상을 사용하는 등 참신함으로 대중에게 다가섰다.

“워메~ 저것을 싼 종이에선 겁나 좋은 향기가 나네잉!”(학현 스님, 선오 스님, 중앙승가대) 걸출한 사투리로 구사하는 콩트를 더한 법문은 귀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구연동화 같은 법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어 설법 등 대상에 맞춘 설법도 인상적이었다.

선경 스님(운문사 승가대)이 ‘행복하십니까’를 주제로 영어 법문을 펼치자 조계사를 찾은 외국인들은 무대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명정 스님(청암사 승가대)은 대중가요 ‘네 박자’에 가사를 붙여 노래로 ‘번뇌즉보리’를 설했다. “쿵짝 쿵짝 쿵짜작 쿵짝 네 박자 속에, 생사도 있고, 번뇌도 있고, 보리도 있네~.” 명정 스님이 준비해온 가사를 화면에 띄우자 함께 듣던 사부대중도 금세 함께 따라 불렀다.

 

|   이곳은 마치 아이돌 스타 공연장?!

법문들은 재미와 웃음으로 가득하면서도 학인스님의 초발심과 전법을 위한 강한 의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현수 스님(중앙승가대)은 “맨몸으로 바다 건널 수 있는가? 맨몸으로는 건너기 어렵다. 부처님은 큰 배다. 부처님 법을 믿는다는 것은 큰 배를 타고 함께 건너는 것과 같다. 부디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끊임없이 정진하고 나아가길 바란다.” 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에 울림을 줬다.

영관 스님(동국대)은 자신의 어린 시절 영상을 보여주며 법을 전했다. 어린 동자스님과 영상 속에 함께 담긴 어머니의 모습을 드러내며 부모님 은혜에 감사함을, 그리고 부처님께서 효도를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를 설했다.

운문사 승가대학에서 온 체코 출신의 휴정 스님이 유창한 한국어로 본래성품을 이야기하자 놀란 관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해인사 승가대 금후 스님은 자신의 출가부터 지금까지 경험했던 일들을 유머러스하게 소개하며 ‘연기緣起’를 설법했다. 특유의 전달력과 유머감각이 돋보였다. 12팀의 법문을 듣는 동안 장내에 있던 1,000여 명의 집중도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짜임새 있게 준비하고 수없이 연습한 설법이었기 때문이다.

승가대학마다 준비한 응원을 보는 것도 진풍경이었다. 반짝이 응원봉을 든 스님, 밀짚모자에 응원 멘트를 쓰는 등, 승가대학 도반들이 준비한 응원은 설법을 준비한 스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장내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했다.

심사위원인 박웅현 광고기획자는 “아이돌 스타 공연장 같았다. 설법을 들으며 TED 강연을 듣는 것도 같고, 유치원생이 되기도 했다. 유쾌했다. 속세에 머무는 사람들이 듣기에도 잘 전해지를 묻기 위해 나를 심사위원으로 앉힌 것 같다. 설법이 아주 잘 들렸다.”고 호평했다.

설법대회의 대상은 ‘스님을 연기하다’라는 주제로 법문한 금후 스님이 수상했다. 이어 최우수상에 세광 스님과 영관 스님이 선정됐다. 우수상은 휴정 스님과 선경 스님이, 장려상은 도안 스님과 현수 스님이 각각 수상했다. 

무대에 오른 학인스님들을 크게 응원하던 천정애(광주, 62) 씨는 “평소 근엄한 설법만 봐왔다. 설법이 이렇게 유쾌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 스님들이 이렇게 재미있게 설법하면 대중도 더욱 쉽게 불교에 다가갈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