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들] 성소수자불자법회 지도법사 효록 스님

“부처님께서는 성 소수자를 차별하지 않았습니다”

2017-06-18     유윤정

“부처님께서는 성 소수자를 차별하지 않았습니다”

성소수자불자법회 지도법사 효록 스님

효록 스님 / 사진 : 최배문

전남 광주의 한 사찰에 무지갯빛 현수막이 걸렸다. 불기 2561년 올해의 봉축표어인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무지갯빛은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색이다. 성 소수자 인권단체 ‘친구사이’도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우리도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합니다.’라고 봉축 현수막을 내걸었다. 성 소수자의 인권 문제는 이번 19대 대선의 쟁점이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차별 없는 부처님 세상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부처님은 소수자들의 벗이자 보호자였다. 지금 불교는 성 소수자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성 소수자의 인권 보장에 대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효록 스님(상담심리학 박사, 여래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성소수자불자법회 지도법사)을 서울 독산동의 여래심리상담연구소에서 만났다.

 

| 모든 존재는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율장을 보면 부처님께서 성 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대하셨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율장 1/3이 성性과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여기에는 이성 간의 성도 있지만 동성 간의 성 이야기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계셨던 당시 승단에도 트랜스젠더, 간성,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등이 있었습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성 소수자’라고 따로 구분 짓지 않았어요. 모두 함께 생활하고 수행하는 수행자였습니다.”

효록 스님은 부처님께서는 따로 성 소수자를 구분 짓지 않으셨다고 했다. 초기 승단에서는 성 소수자들을 차별 없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출가자에게는 성행위를 하지 말라 하셨고, 재가자에게는 간음하지 말라 하셨지만, 그 대상이 이성이냐 동성이냐를 구분 짓지 않았다고 했다. 출가자와 재가자로서 책임감 있는 성 의식과 도덕적 성 의식을 요구하셨지 대상의 성별에 대해서는 차별하지 않으신 것이다. 스님이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 「불자 성 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불교」라는 연구서를 펼쳐 들고, 율장에 등장하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마하박가』 「율장대품」을 보면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석가족 출신의 장로인 우빠난다Upananda 스님에게는 깐따까Kan.t.aka와 마하까Mahaka라는 두 제자 사미승이 있었어요. 이 둘이 서로 동성애를 행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한 스승이 두 명의 스님을 제자로 삼지 말라는 계율을 만드셨습니다. 이 계율은 나중에 사리불이 라훌라를 제자로 두었기에 다른 제자를 또 받아줄 수 없게 되자, 부처님께서 다시 ‘총명하고 유능한 스님이 훈계하고 잘 가르치면 두 사미를 받아도 된다.’라며 율을 탄력적으로 적용시키셨어요. 이때 부처님께서 깐따까와 마하까를 승가에서 내쫓았을까요? 부처님께서는 이 일을 가지고 이들을 내쫓지 않았습니다.”

성소수자불자법회의 지도법사로 잘 알려져 있는 효록 스님이 부처님 당시의 이야기를 전하며 말갛게 미소 지었다. 성 소수자들을 대변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밖으로 전하는 스님이다. 스님은 모든 존재는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효록 스님 / 사진 : 최배문

| 불자 성 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불교

“지난 2015년 4월부터 처음 성소수자불자법회의 지도법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양한웅 위원장에게 성소수자불자모임을 소개받게 된 것이 첫 인연이었지요. 사실 이전에는 성 소수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디에서도 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효록 스님과 성 소수자의 첫 인연이다. 스님은 이 인연을 시작으로 성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목소리를 내었다.

스님은 2015년 6월 17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부처님오신날 퀴어문화축제 기념 ‘성 소수자 초청 법회’에서 “모든 존재는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제로 성 소수자들에게 강연을 했고, 이듬해 5월 27일 봉행된 ‘성 소수자 부모 초청 법회’에서도 그들과 그 부모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더불어 그해 2016년 6월에는 「불자 성 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불교」라는 성 소수자 관련 연구보고서도 발간했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이었던 법안 스님의 제안으로 시작된 연구로, 성 소수자 18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불자 성 소수자들이 보는 불교와 불교계의 개선점 등을 파악한, 한국 종교계 최초의 성 소수자 관련 연구보고서로 주목받았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이 가진 내면의 고민들을 많이 들었어요. 더불어 그들이 불교계에서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더 이해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과 2016년에 조계종이 종교계 최초로 성 소수자와 그 부모님들을 초대해 법회를 열었어요. 이에 대해 ‘자신들을 초청해 법회를 연다는 것은 우리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성 소수자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줘서 고맙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종단 지도층 스님들이나 대중성을 띤 스님이 나와서 격려해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공통적인 내용은 불교라는 대표적인 종교가 정확한 메시지로 자신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2,500년 전 부처님께서도 그러하셨는데

효록 스님은 불교가 성 소수자의 고통을 포용하고 그들을 인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부처님께서도 행하셨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 스님들이 깨어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뜻이 있는 사람들이 깨어나야 해요. 의식이 깨어나야 그 다음에 마음이 일어납니다. 제 경우만 봐도 성 소수자를 만나기 전에는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모르는데 어떻게 마음을 낼 수 있었겠어요. 불자 성 소수자들은 전국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이해하는 스님은 부족합니다. 그들이 스님에게 와서 상담을 하거나 마음을 털어놓으려 해도,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상담해줄 수 없어요. 소수자를 이해하는 스님들이 필요합니다. 스님들에게 종단 차원의 인권감수성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더불어 효록 스님은 스님뿐만 아니라 상담전문가들에게도 성 소수자 상담에 대한 전문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소년 전화상담소 등의 전문상담가들도 성 소수자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있어 그들에게 ‘치료’를 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상담 교육과 인권 교육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의 장이 마련되면 성 소수자가 직접 가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질문받으며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겠죠. 실제로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얼마 전 성 소수자를 포함해 누구든지 언제든 찾아와 편안하게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래심리상담연구소를 마련했다. 더불어 또 다른 소수자인,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HIV(에이즈,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 감염인의 복지에 대해 관심 갖고 있다.

“불자 에이즈 감염자들이 갈 수 있는 불교 쉼터가 하나도 없어요. 기독교는 구세군도 있고, 전국에 기독교인 HIV쉼터가 있습니다. 가톨릭도 쉼터가 전국에 다섯에서 열 군데 정도 됩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불교가 가장 앞서는 영역이에요. 깨달음을 구하고 있지만 이제는 우리도 실천하는 데로 더 눈을 돌려야 합니다. 다행히 노인 복지라던가 병원 호스피스 등은 많이 알려졌어요. 실천에도 이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효록 스님에게 불교가 성 소수자의 인권 운동에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은 병들고 늙고 고독하고 외롭고 소외받고 아픈 사람들을 위한 동산이었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노인, 장애인, 성 소수자, 환자 등 사회적 약자가 되겠죠.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 부처님께서는 이 모두를 품어 안았습니다.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셨어요. 2,500년 전 부처님께서도 그러하셨는데, 부처님의 제자로서 후퇴해서야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