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들] 승려복지회

모든 스님들의 복지, 우리가 준비합니다

2017-06-18     김우진

모든 스님들의 복지, 우리가 준비합니다

승려복지회(회장 지현 스님) 사무실을 찾은 날 오후. 노스님 한 분이 박종학 사무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승려복지제도가 있다는 것을 아시고 홀로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먼 길 올라와 진료비 신청을 하던 중이었다. 세월 때문에 귀가 어두워진 스님에게 박 국장은 큰 소리로 설명했다. 스님은 낡은 바랑 속에서 돋보기 안경을 꺼내어 쓰고는, 박 국장이 건넨 몇 장의 서류를 눈앞으로 가져왔다. 진료비 신청 사유와 절차를 거치며 오가는 대화 속에서 노스님의 수행환경과 생활모습이 그려졌다. 안정된 주거처 없이 수행하는 스님들. 이곳저곳 몸이 아파도 비용 부담으로 병원에 잘 가지 못한다. 승려복지제도는 이런 스님들의 수행 생활 기본보장을 위한 안전장치이다.

승려복지회/ 사진 : 최배문

| 스님들이 국민연금을 신청해야 하는 이유

“간혹 ‘복지’라는 말을 ‘잘 먹고 잘 살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복지 국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북유럽 사람들의 여유로운 이미지 때문인지, 일부 스님들의 인식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바라고 지원하는 승려복지는 스님들께서 최소한 건강에 큰 염려 없이 수행 생활 하며 살 수 있게 보장하는 겁니다.”

박 국장이 승려복지회의 기본 취지를 소개했다. 승려복지제도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제33대와 제34대 집행부의 주요사업으로 2011년 승려복지법 제정과 함께 시행되었다. 승려복지회는 승려복지제도에 따라 스님들에게 국민연금 보험료, 입원 진료비, 노인장기요양급여비, 국민건강 보험료 등을 지원하며, 수혜대상은 구족계를 수지하고 결계신고를 마친 모든 스님이다.

우리 사회에 노후문제가 크게 떠오르면서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인 국민연금의 필요성이 승가에도 확산되었다. 특히 스님들의 고령화는 일반 사회의 2배에 이르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퇴직 등으로 소득원을 잃을 경우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연금 제도로 18세 이상의 국민이 일정 기간 가입하면 만 65세부터 혜택을 받는다. ‘100세 시대 평생월급’이라는 말처럼 노후를 보장한다.

승려복지회는 스님들의 노후 수행생활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내고 있는 스님들 중 서류를 작성해 승려복지회에 지원을 신청한 스님에게 보험료 납부금을 지원한다. 1인당 3만6,000원을 기준으로, 2017년에 월 1만800원에서 2018년부터는 월 1만8,000원, 2019년에는 월 3만6,000원을 단계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스님들은 2019년이면 국민연금 납부금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승려복지회의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은 스님들의 신청이 이어지면서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11년 당시 스님들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18% 정도로 미비한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30~35%로 스님들의 가입률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 국민연금공단 산하 연구원에서 2017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님들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31.8%로 오래전부터 국민연금 중심의 노후소득보장 시스템을 갖추려 노력한 천주교 성직자(가입률 55.6%)보다 많이 낮다. 일반인의 공적연금 가입률이 70%에 가까운 수치를 나타내는 것과 비교하면 스님들의 자발적인 노후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승려복지회/ 사진 : 최배문

| 불자들이 승보공양 후원합시다

우리나라의 복지 시스템은 대부분 신청주의다. 자신이 아프다고 하면 누가 와서 도와주는 게 아니라 사전에 신청하고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스님들이 이런 신청에 취약하다. 특히 “수행자가 무슨 복지냐.”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다. 신학녀 행정관은 스님들에게 이렇게 답변하며 스님들과 주변 도반스님들의 참여를 부탁했다.

“부처님도 사람이었고, 스님들도 사람입니다.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피할 수 없어요. 종단에서 스님들의 건강과 수행환경을 보장해야죠. 복지는 그런 것입니다. 국민연금만큼 노후 보장에 좋은 사회 협약 시스템이 없습니다. 많은 돈을 낸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국민연금은 소득이 적어 보험료를 적게 내는 스님들이라도 그에 맞는 기간 동안 꾸준히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스님들에게 종단이 보험료를 지원하면 종단 재정이 괜찮을까? 신 행정관은 승려복지제도를 길게 볼 것을 주문했다.

“전체 스님 중 19.5% 정도의 스님이 60세 이상입니다. 앞으로의 고령 비율은 지금보다 빠르게 늘어날 겁니다. 스님들의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이 당장 재정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종단에서도 전체예산에서 복지예산을 매년 늘리고 있습니다. 또 많은 불자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을 해주시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본다면 승가 전체에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풍토를 조성할 수 있을 거예요. 국가로부터 국민연금을 받는 스님들이 늘어 복지를 피부로 느낄 때 후원도 늘어나고 종단의 재정도 훨씬 안정적이게 될 것입니다.”

입원 진료비와 요양급여비 등 아직은 복지지원 부분에 있어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고, 노스님들이 병원 진료를 받을 경우 혜택을 지원받지 못하는 분야가 있기도 하다. 이에 승려복지회는 장기적으로 진료비 지원의 적용 구간을 확대할 예정이다.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 현재 보험적용이 쉽지 않은 영역에서도 복지혜택을 넓힐 계획이다. 또 종단 미래를 책임질 사미와 사미니의 지원도 점차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지현 스님은 “장기적으로 승가 전체에 복지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라며 향후 종단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승려복지회는 스님들의 복지를 위하여 두 팔 걷고 뛰며 승보공양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 사찰의 법회나 불교대학, 필수연수회 등을 다니며 불자들을 만나 직접 소개한다. 이들의 노력으로 3,400여 명의 정기후원자, 비정기후원자, 익명의 후원자들이 뜻을 모아주었고, 동참금은 스님들에게 최소한의 복지 지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박 국장은 불자들에게 승보공양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승보공양 후원은 사찰을 지키는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입니다. 불자들이 불사를 하거나 복을 빌며 보시를 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죠. 승보공양이라는 말이 낯설 수 있지만, 이는 스님들에게 귀의하는 행동입니다. 또한 승가 전반에 수행풍토를 조성하는 초석이기도 하고요.”

서울까지 올라와 진료비를 신청한 노스님은 다시 먼 길을 나선다. 각종 서류들을 봇짐에 넣으며 계속 말을 건넨다. 옅은 미소에 굵은 주름이 선명해지고, 박 국장의 모습을 찬찬히 눈에 담는다. 박 국장이 큰 소리로 건강하시라 인사를 건넸다.

_____________

조계종 승려복지회

복지제도 안내문의 : 02-2011-1726~7

승보공양 ARS 후원 : 060-700-1077(1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