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통신]어찌 물결을 따라 흐르다가 죽어갈 것인가

2017-06-18     김성동

●    동화사 금당선원 하안거 결제 전날. 총림叢林의 용상방龍象榜 소임을 정하기 위해 설법전說法殿으로 선원을 비롯해 율학승가대학원, 승가대학, 사중소임자 등 대중들이 함께 모였다. 설법전은 사중에서 제법 큰 방인데, 이렇게 대중이 모여 있으니 좁은 듯했다. 결제가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선원에 방부를 들여 정진을 해오던 몇몇 수좌스님들도 보였다. 오랜만에 만났는지 몇몇 수좌스님들은 서로 합장하며 안부를 물었다. 동안거를 함께 했을 수도 있고, 또는 산철결제를 마치고 잠깐의 휴식 끝에 이곳 금당선원에서 한 철을 보내려고 왔을 것이다. 익숙한 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방석 위에 앉아 정면을 응시했다. 소리는 사라졌고, 기운이 흘렀다.   

●    출가한 이후 20여 년을 선원에서 정진한 스님은 올 한 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마른 몸과 얼굴은 오랜 수좌의 것이었다. 모든 안거의 시작이 그러하다. 어느 한 철 절실하지 않는 기간이 없는 것이다. 첫 번째 안거와 열 번째의 안거는 다르지만 같다. 신심信心과 분심憤心과 의정疑情이다. 매 안거 때 나이테처럼 이를 몸에 새긴다. 몸으로 밀고 가는 것이다. 사무치지 않으면 안 된다. 세 번째 안거를 결제한 또 다른 스님은 이미 선원에서 홀로 방석 위에 몸을 앉혔다. 뇌와 몸에 뿌리내린 출세와 욕망의 길이 허접한 길이란 것을 안 이상, 다른 길은 없는 것이다.  

●    새벽부터 밤까지 잠자고, 밥 먹고, 울력하는 시간을 뺀 14시간을 정진한다. 1시간을 기본으로 어떤 수좌는 몇 시간을 이어가고, 또 어떤 수좌는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아껴 화두話頭에 몰입한다. 얼굴과 머리에 열꽃이 핀다. 이빨이 빠진다.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 무엇을 위한 길인가. 생로병사의 고통은 무엇인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부처님과 역대 조사는 무엇을 했는가. 가까이 경허, 용성, 만공, 한암, 금오, 효봉, 동산, 성철 등이 우리에게 남긴 체體와 용用은 무엇인가. 수십 년 전 이 스님들이 보여준 “이제 용맹정진이 시작될 터인데 내 나이 팔십이 가까워 따라갈 것 같지 않지만 준비는 하고 있다.”는 그 결기 말이다. 

●    몸은 극도로 여위어갔다. 사지는 넝쿨 마디나 풀의 마디 같았다. 엉덩이는 낙타의 발처럼 되었다. 등뼈는 줄로 엮어둔 구슬처럼 되었다. 갈빗대는 오래된 집의 서까래가 허물어지고 부서지듯이 허물어지고 부서졌다. 뱃가죽을 만져야지 하면 등뼈가 잡혔고, 등뼈를 만져야지 하면 뱃가죽이 잡혔다. 대변이나 소변을 보려면 머리가 땅에 고꾸라졌다. 몸을 편안하게 하려고 손으로 사지를 문지르면 뿌리가 썩은 털들이 몸에서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부처님이 고행한 경험이다. 부처님은 고행을 버렸지만, 이 고행을 온몸으로 통과했기에 초선初禪, 2선二禪, 3선三禪, 4선四禪과 숙명통宿命通, 천안통天眼通, 누진통漏盡通을 얻으셨다. 

●    “오늘은 결제일이다. 동화사뿐만 아니라 천하天下 총림이 오늘 모두 그러하니, 발심發心해서 하는 결제냐, 그저 의례적으로 하는 결제냐. 발심자라도 삼십방三十棒을 내릴 텐데 하물며 의례적으로 하는 자이겠느냐. 그는 바로 밥도둑이니라. 고인古人이 말씀하시기를 이와 같은 하근下根의 무리는 설혹 죽여버릴지라도 죄과罪果가 없다고 했으니, 대중은 성성착惺惺着하라. 천지天地의 만물 가운데서 사람이 가장 귀한 존재라는데 어찌 물결을 따라 흐르다가 죽어갈 것인가. 이 여름 동안 간절히 참구參究하여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을 마쳐야 할 것이다.” 당대의 선지식 효봉 스님의 1959년 동화사 금당선원 하안거 결제법어다. 효봉 스님은 1958년 동안거부터 1959년 동안거까지 금당선원에 주석했다.